농협은행은 하반기 목표 낮춰주면서 'B등급'으로 평가높여
순이익ㆍROEㆍ생산성 최고수준 불구 서자취급...1등 증권사 경쟁력 지주가 깎아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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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에 대한 NH농협금융지주의 성과평가 결과가 금융권 안팎에 파장을 주고 있다. 이익 기여도 1위 계열사에 '미흡' 등급인 'C'를 준 것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농협의 계열사 관리 방식이 국내 최대 증권사 중 하나인 NH투자증권의 경쟁력을 해쳐 업계 전체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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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금융이 NH투자증권에 'C등급'을 부여한 논리로는 지난해 하반기 주어진 목표에 성과가 일부 미달했다는 점이 꼽힌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상반기엔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반대로 지난해 상반기 대규모 손실을 낸 후, 하반기 턴어라운드(흑자전환)에 성공한 NH농협은행은 'B등급' 평가를 받았다. 농협은행은 상반기 적자를 낸 후 하반기 실적 목표를 하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1년 내내 꾸준한 실적을 낸 계열사보다 하향 조정한 실적을 달성한 계열사에 더 높은 등급을 부여하는 건 일반적인 금융그룹의 성과평가 시스템에선 보기 어려운 장면이라는 게 복수 금융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여러 지표를 살펴보더라도 NH투자증권의 지난해 실적은 우수했다. 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10% 증가한데다, 자기자본이익률(ROE)도 5.1%로 전년(4.8%)보다 개선됐다. NH투자증권의 직원 1인당 순이익은 7243만원으로, 다른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인 신한금융투자(5182만원), 하나금융투자(4733만원), KB증권(-11만7800원) 보다 높았다. 직원 1인당 순이익이 높다는 말은 그만큼 직원들의 생산성이 높았다는 의미다.
NH투자증권 임원들은 지난해 NH농협은행의 실적 부진으로 월급의 일부를 반납했다. 하반기부터 매달 월급의 10%를 계열사 지원 명목으로 차감한 바 있다. 여기에 계열사 성과평가에서 C등급을 받으며 A등급 대비 20% 이상 낮은 성과급을 받아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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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의 경우 다른 금융업권에 비해 업무가 역동적이고 개인들의 역량에 의해 좌우되는 경향이 크다. 이에 따라 대다수 증권사들은 전문계약직 형태로 높은 성과급을 통해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NH금융의 이번 성과평가는 이런 업계의 흐름과 정반대로 간다는 지적이다. 순이익 규모가 늘면 그만큼 성과 목표치도 높아지게 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C등급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은행계 금융그룹의 경우 은행과 증권 사이의 성과공유 및 수익배분체계를 개선해 격차를 줄이고 그룹 내 시너지를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는데, NH금융은 이런 시류에도 역행한다는 평가다.
현재의 성과 체제가 지속될 경우 고급 인력의 이탈 가능성도 거론된다. 은행에 비해 고용은 불안하지만 높은 성과급이 증권사를 택하는 이유인데, 현재의 NH투자증권과 같은 성과급 체제면 고급 인력들이 굳이 남아 있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NH투자증권의 경쟁력 약화로 직결된다. NH투자증권급 대형 증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이 저하되면 증권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전반적인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NH투자증권에서 일하는 인력들은 업계에서도 손꼽는 우수한 인재들인데, 농협에 인수된 후 '서자'취급을 받고 있다"며 "농협이 스스로 우수한 계열사의 경쟁력을 깎아먹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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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5월 11일 17:2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