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 급등세 꺾이고 3월부터 하락…'운용부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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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대형증권사들이 채권·파생 운용 부문에서 대규모 이익을 냈다. 올해 초 까지만 해도 시장금리 상승 추세가 이어지며 대규모 평가손실이 예상됐지만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는 트럼프노믹스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며 미국 시장금리가 하락 추세로 돌아섰고, 국내 경기도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예측 가능한 상황이 이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인베스트조선의 집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 등 자기자본 기준 국내 상위 5개 증권사들은 올 1분기 자산운용 부문(트레이딩;Trading 등)에서 총 4881억원의 이익을 냈다. 운용부문 수익은 채권 및 파생상품 매매 및 평가, 이자 등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이다.
이는 지난해 4분기 546억원과 비교해 8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1분기 2852억원보다도 높다. 이들 증권사는 운용 부문의 호실적을 바탕으로 5곳을 합산해 1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시장에서 예측한 상황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당초 금융시장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시장금리 상승세가 지속되며 190조원에 가까운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증권사들의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채권 평가손실 등이 반영되며 미래에셋대우와 옛 현대증권은 운용부문에서 손실을 내기도 했다.
올해 초 각 증권사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들의 화두도 '채권 리스크 관리'였다. 전체적으로 채권 보유량을 줄여가는 가운데 시장금리 등락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 수익을 최대한 창출하겠다는 방어적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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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을 열어보니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국고채 10년물 기준 지난해 12월 시장 평균금리는 2.16%였다. 시장금리는 올 1월 소폭의 하락세를 보이다가, 3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올해 3월 국고채 10년물 시장 평균금리는 1.71%, 4월엔 1.68%로 지난해 10월 수준까지 되돌아갔다.
이 같은 금리 하락 기조는 미국발 금리 상승 압력이 줄어든 탓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새 정부의 재정확대 정책인 '트럼프노믹스'가 시장의 신뢰를 잃으며 반년 가까이 계속된 시장금리 급등 기조가 진정된 것이다. 한때 2.5%에 육박하던 미국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최근 2.327%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주식연계증권(ELS) 시장이 빠르게 활기를 되찾으며 파생상품 관련 운용 수익이 늘어난 것도 대형증권사들의 실적을 뒷받침한 것으로 분석된다. 4월까지도 각 증권사 운용 부서는 나쁘지 않은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시장금리 관련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평가다. 미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위원회가 오는 6월 금리를 추가 인상한다는 게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지만, 시장금리엔 선반영됐다는 평가가 많다.
오히려 국내 금리는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추경편성이나 국민안심채권 발행 여부와 규모의 영향을 받을 것이란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추경이 편성되면 대규모 적자국채 발행과 함께 시장금리가 상승 압박을 받게 된다.
아직까진 관망세가 강하다. 추경이 편성된다 해도 세계잉여금(정부가 쓰고 남은 세금)과 세수증가분으로 10조원 정도의 추경 재원 마련이 가능한 까닭이다. 기준금리 역시 연중 동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다.
한 증권사 임원급 관계자는 "당분간 상당수 증권사의 실적은 트레이딩부문이 견인할 것 같다"며 "거래대금이 늘고 ELS 등 상품 판매도 활기를 되찾으며 예상보다 실적이 순항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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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5월 17일 14:5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