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 정 부회장 승계자금 '금고' 역할
국내외 기업 M&A 통한 확장전략 마련 '필요성' 거론
정부규제 자유로운 해외 물류사 M&A 가능성도…
"보수적 현대車 DNA…신성장 사업 확장 의지 미지수" 이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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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글로비스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정부의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규제가 본격화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은 대책마련에 더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글로비스의 활용법이 관심이다. 정의선 부회장이 최대주주이자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 등장하며 몸집 불리기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다는 평가다.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선박관리회사 유수에스엠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유수에스엠은 선박을 정비하고 부품을 공급하는 등 선박과 관련한 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현재 거론되는 인수 규모는 지분 70%에 100억원 수준이다.
이번 인수추진은 지난 2014년 폴란드 물류회사 '아담폴 S.A.' 인수 이후 3년여 만이다. 현대글로비스는 STX팬오션, CJ대한통운 등 대형 M&A 거래에서 주요 인수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실제 인수로 이어진 사례는 없었다.
그 동안 현대글로비스의 외형 확장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부정적인 사업전망을 상쇄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에서다.
현대차는 국내외 판매부진으로 실적 하향세가 뚜렷하다. 중국시장의 위축은 투자자들의 예상을 뛰어넘었고, 신흥국 시장 상황도 여의치 않다. 현대차의 판매부진은 결국 현대글로비스에 대한 실적 저하로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최근 국내 증권사들은 현대글로비스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의 실적은 지난 3년간 큰 타격을 입지 않았음에도, 주가는 꾸준히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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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시장에서는 경영권 승계를 위한 현대글로비스의 확장 가능성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현대차그룹 내 정의선 부회장의 지분이 가장 많은 계열사는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엔지니어링이다. 정 부회장이 지난해부터 현대차 지분을 조금씩 사들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현재 정 부회장의 현대차 지분율은 2.28%,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율은 23.3%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화살이 현대차그룹에 집중될 것이란 전망은 승계작업 및 구조개편에 속도를 내야 하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기업(재벌) 개혁안의 핵심은 ▲지주회사 요건 강화 ▲일감몰아주기 규제강화 ▲순환출자해소 ▲금산분리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상법개정 등이지만 현대차 그룹이 모든 공약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자의든 타의든 경영권 승계와 맞물려 지배구조 개편에 손을 대야 하는 현대차그룹으로선 현대글로비스의 지분가치, 곧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작업이 필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같은 의견은 올해 2월 초 정 부회장의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에 대한 매매제한금지(보호예수)가 풀리면서 더 힘을 얻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어떠한 방식이든 지배구조 개편 및 승계를 위한 작업에 돌입해야 함에 따라 정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글로비스의 지분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전략 마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껏 그룹의 물류를 담당하며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왔던 현대글로비스가 전방산업의 침체를 맞아 어떠한 방식으로든 성장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가 뚜렷한 성장성을 제시할만한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게 문제다.
현재 현대글로비스의 사업은 크게 현대차의 해상운송을 담당하는 종합물류와 자동차 부품을 담당하는 CKD, 상사 및 중고차 경매를 담당하는 기타 부문으로 나뉜다. 이는 일본의 도요타 계열사인 도요타통상의 사업부문(▲상사 ▲건설 ▲에너지 ▲중고차 매매)과 유사하다.
현대글로비스가 지난 2014년부터 유통사업 강화를 위해 역량을 집중했던 상사부문은 비중이 미미하다. 중고차 유통사업은 2013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분류되며 사업확장은 사실상 어려운 상태다.
지난해 물류 및 CKD사업을 제외한 기타 매출은 전체 매출의 12.4%(1조9000억원) 수준으로, 2014년 12%(1조6800억원)와 큰 차이가 없었다. 이 때문에 기존 비주력 부문 확장을 통한 성장전략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도요타통상을 벤치마크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가 다양한 사업확장 전략을 고심했지만 노하우 및 역량 부족으로 실제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며 "외형확대를 위해선 기존사업의 확장 또는 새로운 사업에 뛰어드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여기에 국회에 계류돼 있는 대기업 물류 자회사의 3자 물류(3PL)를 금지하는 해운업법 개정안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법안의 통과 여부에 따라 기존 사업에 대한 수익성 감소가 예상된다.
현대글로비스가 일감몰아주기·해운업법 등 정부의 각종 규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탓에 해외기업 M&A로 눈을 돌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한 신사업 진출을 염두에 두고 현대차그룹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카셰어링 및 렌터카 업체 인수도 거론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대부분은 자율주행과 사물인터넷(IoT) 기술 접목을 위해 빅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카셰어링 업체를 보유하고 있지만 대차그룹은 아직 이 시장에 뛰어들지 않은 상태다. 이는 AJ렌터카와 같은 렌터카 업체들이 매물로 나올 때마다 현대차그룹이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그간 현대차의 행보를 비춰볼 때, 신사업 진출 및 4차산업 혁명에 대비한 기술확보의 의지가 있느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가 단기간에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M&A를 통해 새로운 사업분야에 뛰어드는 것이 가장 효율적으로 보인다"며 "다만 현대차의 신사업 투자의지 및 차세대 먹거리에 대한 내부의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하는 탓에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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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5월 1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