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F·RP 등 단기투자시장에 새 투자 옵션으로 등장
'단기금융업' 인가가 관건…"어음없인 유명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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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업자(이하 초대형IB) 등장이 가시화했다. 제도 정비가 마무리되고 지정 및 인가 절차가 진행 중이다. 초대형 IB가 등장하면 당장 증권사의 자금조달 구조가 다변화하고, A급 이하 회사채 시장 등 하이일드 시장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다만 예상보다 속도가 더디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초대형 IB의 핵심인 '기업어음을 위한 자금조달'은 단기금융업 인가가 필요한데, 대주주 적격성 심사라는 난관이 기다리고 있는 까닭이다.
지난 8일 초대형 IB 설립 및 운영 근거가 담긴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금융투자업 규정이 공포되며 제도적 정비는 사실상 완료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일부터 초대형 IB 인가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이르면 7월, 늦어도 9월에는 최대 5곳의 초대형 IB가 탄생하게 된다.
초대형 IB의 최대 특징은 자기자본의 2배까지 만기 1년 이하 단기어음을 발행해 기업금융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년간의 논의 결과 기업금융 최소운용비율은 50% 이상, 부동산 투자 상한은 30% 이하로 정해졌다.
지난해 기준 자기자본 상위 5대 증권사는 대부분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 파생결합증권·사채 매도, 차입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왔다. 어음이 허용되면 이들에게 새로운 자금조달원이 생긴다. 5대 증권사의 자기자본 규모는 현재 23조5000억원으로, 최대 47조원의 어음이 발행될 수 있다.
이 어음은 레버리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발행이 간편하며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기존 종합자산계좌(CMA)나 RP상품과 비슷한 단기 투자가 가능하며, 경우에 따라 높은 수익률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금융상품으로 몰리는 자금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초대형 IB의 어음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투자처만 확보된다면 초대형 IB 입장에서도 비교적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통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초대형 IB의 어음 발행이 활성화되면 주식·채권 발행 시장과 하이일드 유통시장의 수혜가 예상된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도 상당한 자금이 흘러갈 수 있다. 50% 이상 투자해야 하는 '기업금융'의 개념이 ▲기업대출 ▲발행시장에서 증권 취득 ▲유통시장에서 A급 이하 회사채 및 코넥스 주식 취득 ▲PF를 위한 특수목적회사에 출자한 지분 및 채권으로 규정돼있는 까닭이다.
5대 증권사의 기업금융 관련 자산의 전체 규모는 현재 2조7000억원 수준이다. 금융위는 기업금융 투자 유인을 위해 순자본비율 부담을 낮췄다. 기존까진 만기 1년 이상 대출채권을 영업용순자본에서 전액 차감했지만, 앞으로는 0~32%의 신용위험액만 반영키로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신 증권사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은행과 동일하게 맞췄다. 이전까진 증권사가 정상 대출채권에 0.5%, 요주의에 대해 2%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했지만, 앞으로는 정상 0.85%, 요주의 7%가 적용될게 된다. 이전까진 대손충당금을 쌓을 필요가 없었던 정상·요주의 채무보증에 대해서도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물론 어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초대형 IB는 발행금리 이상의 수익을 내야 한다. 5대 증권사는 올해 초부터 어음 발행을 통한 기업금융 확대를 준비해왔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투자유니버스(투자 종목군)를 구성하고 시장 선점을 준비하고 있다. 은행권 리파이낸싱은 물론, 기업여신과 구조화거래, 사회간접투자(SOC)까지 투자 영역이 넓어질 전망이다.
변수는 남아있다. 초대형 IB가 어음을 발행하려면 단기금융업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는 금융위의 허가 사항이다. 이 과정에서 대주주 적격성 평가가 필요하다.
삼성증권의 대주주인 삼성생명은 자살보험금 미지급 관련, 기관경고 조치를 받았다.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도 일임형 투자상품과 관련해 각각 기관경고와 기관주의 징계를 받은 적이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한국금융지주가 설립한 사모펀드 코너스톤가 파산하며 금융업 대주주 요건에 결격사유로 적용될지 여부가 미지수다.
해당 증권사들은 큰 문제 없는 이슈라는 입장이다. 다만,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기업윤리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인가 정책'이 어떻게 적용될진 예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어음 발행을 통한 자본력은 초대형 IB가 그간 기업금융 부문에서 우위를 점해온 은행과 경쟁할 수 있게 해주는 핵심요건"이라며 "어음 발행을 못한다면 초대형 IB 제도는 유명무실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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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5월 28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