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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협력업체들이 인수합병(M&A) 시장에 줄줄이 매물로 나오고 있다. 현대차의 그늘 속에서 이렇다 할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 채 쓰러진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 M&A의 성과는 미미하다.
매물로 나온 협력업체들은 현대차의 원가절감 정책 속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현대차가 소위 잘 나갈 때는 마진율의 압박이, 어려움을 겪을 때는 원가절감 압박을 받아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협력업체의 재무제표를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현대차가 일정 수준 이상의 마진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떠다닌다.
최근 중국 업체들이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경쟁은 더 심해졌다. 몇몇의 경쟁에서 수십 곳의 경쟁으로 확대되다 보니 수익성은 더 나빠졌다. 명운이 걸린 협력업체들은 더 낮은 가격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입찰에 참여하고, 그 피해는 협력업체의 하청업체까지 고스란히 전가된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매출 대비 적정마진율은 4% 수준이다. 이 마진율이 1%도 안 되는 곳이 나타날 정도다.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그 협력업체들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에는 남 얘기일 뿐이다. 기업을 계속 경영하자니 지속되는 현대차의 원가인하 압력과 낮아지는 수익성에 곤혹스럽다. 수익성은 떨어지는데 은행권에선 자금 줄을 옥죄어 온다. 협력업체 오너들이 2세 또는 3세 경영을 포기하는 이유다.
현대차 협력업체 매물이 쏟아지지만 인수에 나서는 곳들은 많지 않다. 무엇보다 현대차와의 관계가 중요한 협력업체들에 과감히 투자할 전략적투자자(SI)가 드물고, 업종의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기 어려운 시점에서 사모펀드(PEF)의 참여도 기대하기 힘들다.
이미 상당한 기술력과 원가경쟁력을 갖춘 중국기업 입장에서도 현대차와의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한국의 협력업체들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중국기업들은 오히려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신흥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 현대차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제껏 외쳐온 상생(相生) 경영이 무색할 정도다.
어떤 이들은 협력업체들의 자생적인 노력이 부족했다고 말한다. 현대차와의 관계만을 믿고 새로운 시장에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아들일 만 하다.
하지만 일본과 미국, 독일의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견줄 만큼 성장한 데는 현지 완성차 업체들의 기여가 컸다. 일례로 도요타로부터 독립해 설립된 일본의 덴소(Denso)는 도요타 이외의 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며 세계 3위의 부품업체로 성장했다. 개방적인 거래관계로 부품사의 전문화와 대형화를 촉진하려는 도요타의 노력으로 가능한 결과였다.
국내에서 이런 케이스가 등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협력업체들이 국내 유일의 완성차 브랜드 현대차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입장에서 사업부문의 다변화와 다양한 고객층 확보는 쉽지 않다. 최근엔 LS그룹이 LS오토모티브의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현대차의 이견여부가 걸림돌이 됐다. 한국타이어가 한온시스템의 지분을 인수했을 당시에도 현대차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다루기 어려운 대형업체가 두 곳이나 성장한다는 점이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기업이 수익성을 쫓아 원가절감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 같은 공식을 현대차에 단순히 대입하는 것은 곤란하다. 현대차는 수많은 협력업체들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 현대차가 사상 최대이익을 낼 때, 협력업체들은 떨어지는 영업이익률을 감수하고 보유 자산을 유동화하며 버텼다.
이 같은 갑(甲)과 을(乙)의 비대칭적 관계가 오랫동안 유지되면서 그 구조적 한계점이 하나 둘 드러나기 시작했다.
현대차의 원가절감 노력은 부실한 제품이 돼 돌아왔다. 현대차가 야심차게 출시한 세타2엔진은 시험대에 섰다. 현재는 주요 차종의 대규모 리콜이 이어지고 있다. 정몽구 회장이 강조해온 '품질경영'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생존만을 걱정하던 협력업체들이 기술개발에 손을 놓음으로써 현대차와 협력업체 모두 차세대 동력을 마련할 기회를 잃고 있다.
이는 현대차가 협력업체와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한 결과물이다.
도요타가 금융위기와 2010년 대규모 리콜 사태에서도 생존할 수 있었던 데는 협력업체와의 우호적인 관계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30%에 가까운 원가절감을 추진하면서도, 이를 통해 절감한 비용의 70%이상을 소비자와 협력업체에 지원하며 위기를 함께 돌파했다.
현대차는 판매부진과 수익성 감소 등 눈앞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협력업체를 옥죄는 행태가 결론적으로 독이 돼 돌아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대차가 지금의 사태가 현대차의 성장통에 그치기 위해선 무엇보다 혼자만 살겠다는 근시안적인 행태를 버려야 한다. 책임을 통감하는 태도와 협력업체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려는 노력도 절실하다. 이것이 현대차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계기라는 것을 곱씹어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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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5월 30일 13:38 게재]
입력 2017.06.05 07:00|수정 2017.06.0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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