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장 8인 中 6명 공식 업무 떠났지만…'예비인사' 관측도
삼성전자의 계열사 조율 업무 강화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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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은 해체됐지만 핵심인력들은 삼성전자로 이동해 기존 업무를 그대로 수행하고 있다. 사의를 밝힌 사장급 인사를 제외한 미전실의 부사장 및 주요 임원진들이 그룹 중추인 삼성전자에 대거 포진하면서 사실상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그대로 옮겨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그룹이 지난 2월 미전실 해체를 발표한 이후 최지성 실장을 비롯한 장충기·정현호 사장, 박학규·이수형·이준 부사장은 모두 사직처리 됐다. 기존 50여명에 달하던 상무급 이상 임원 중 8명이 퇴사했고, 27명은 삼성전자로 배치됐다. 나머지 임원들은 삼성물산과 삼성SDS, 삼성생명 등 계열사로 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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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미래전략실에서 ▲그룹 신사업 발굴 ▲인수합병(M&A) 최종 결정 ▲사업구조조정 ▲사장단·임원 인사 등 그룹 내 주요 업무를 관할해온 '전략 1팀'의 임원들은 삼성전자에 자리를 잡았다. 최지성 미전실 실장에 이어 차기 미전실 실장 하마평에 오르내리던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 1팀장(사장)은 회사를 떠났지만, 전략 1팀에서 함께 했던 안중현·최영준·김용관 부사장과 이승욱·최방섭 전무, 김상규·윤준오 상무 등은 삼성전자에 자리를 잡았다. 대부분 기획 및 재경부문이다.
미전실에서도 핵심으로 꼽힌 과거 전략 1팀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15년 진행된 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의 화학 계열사 '빅딜'등 주요 M&A를 이끈 전략1팀 내 안중현 부사장을 비롯 소수 M&A 전담 인력은 상무 1인을 제외한 대부분이 삼성전자 내 기획팀으로 이동했다. 삼성전자는 M&A업무를 기획팀에서 전담한다.
삼성그룹 M&A를 경험한 한 자문사 관계자는“그룹에서 미전실 해체를 결정한 이후에도 일찌감치 미전실내 딜(Deal) 담당 인력은 해체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온 것으로 전해진다”고 말했다.
다른 삼성그룹 관련 IB 관계자는 "평소 김중종 팀장이 차기 미전실 실장에 거론됐을 정도로 이재용 부회장의 신뢰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팀장이 갑작스럽게 사직하면서 부팀장이었던 안 부사장이라도 기존 업무를 진행해야 그룹 통제가 되는 상황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인사가 미전실 해체 이후 삼성전자의 그룹 내 '컨트롤타워' 역할 강화를 알리는 신호로 해석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미전실에서 담당해온 삼성전자 및 삼성전자 관련 계열사의 조율 및 주요 의사결정 등의 업무는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CFO)이 전담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합류한 안중현 부사장이 현재 이 업무를 함께 담당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상훈 사장은 기존 미전실 전략 1팀장 출신으로, 안중현 부사장이 상무시절부터 서로 호흡을 맞춰 온 사이다.
삼성전자에 배치된 최영준·김용관 부사장과 삼성물산에 배치된 권영노 부사장은 안식년이 주어진 상태다. 공식적으론 회사를 떠나 있지만 기존 부사장급 임원들은 경영 공백을 대비해 언제든지 실무에 불러올 수 있는 '예비 인사'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미전실에 몸담았던 과장 및 차장급 인사들이 보직을 옮겨 대부분 승진했고, 그만 둔 부사장 급 임원들이 광화문과 마포 등지에 개인 사무실을 열고 출근을 하고 있다"며 "삼성그룹에서 내쳐져 회사를 그만둔 인물 같은 느낌 보단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미전실 해체 이후 각 계열사간 '독립 경영'의 모습을 나타내야 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미전실 출신 인력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관련 계열사에서 굵직한 M&A를 진행할 때 미전실 전략 1팀의 감독을 받고 최종 재가가 떨어져야 딜이 이뤄졌다"라며 "이같이 팽팽한 긴장관계를 보였던 조직이 서로 합쳐지면서 헤게모니가 어떻게 조정될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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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6월 12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