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아둔 현금성 자산만 5조 넘어
다만 높아진 부채비율 관리 필요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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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주요 랜드마크가 '사랑으로' 채워지고 있다. 서울 태평로와 을지로 일대 주요 오피스 빌딩에 걸린 ‘부영 사랑으로’ 간판을 빗댄 말이다. 그만큼 부영은 최근 오피스 시장의 ‘포식자’로 떠올랐다. 막강한 그룹의 현금동원력도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부영은 지난해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 사옥(5800억원), 을지로 삼성화재 사옥(4400억원) 매입에 이어 이달 KEB하나은행 본점 빌딩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막판까지 캡스톤자산운용과 경합을 펼쳤으나, 우수한 현금동원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점이 승패를 갈랐다.
부영그룹이 1년 이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은 5조1371억원에 이른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보유한 자산만도 2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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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현금력의 바탕은 30년간 이어온 민간 임대주택 사업이다. 임대주택 사업은 일반분양과 달리 큰 이익을 얻기는 힘들지만 현금이 꾸준히 쌓이는 '캐시카우'다. 특히 2009년 이후 수도권지역 전세난 지속으로 기존 임대아파트의 분양전환이 대거 이뤄지면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다. 매해 걷어들이는 분양수익만도 1조원이 넘는다.
최근 두드러진 움직임은 사업 다각화다. 지난 2015년부터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형 임대사업 육성(뉴스테이) 사업으로 임대주택 시장의 경쟁구도가 변하고 있다. 대형건설사와 브랜드인지도가 있는 중견 주택전문업체가 활발하게 뉴스테이 사업에 뛰어들면서 독무대였던 임대주택 사업의 경쟁이 치열해 졌다.
일련의 부동산 매입도 이와 관련 있다. 지난 2015년 이후 부영이 맺은 부동산 매매계약만 2조원에 달한다. 안성 마에스트로CC, 제주 더클래식CC 등 골프장 매입을 비롯해 서울 성수동 뚝섬 및 중구 소공동, 제주중문단지 일대의 호텔 및 리조트를 건립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임대주택사업 둔화에 대비해 자체 분양사업과 레저사업을 강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부채비율이 늘고 있는 점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부영그룹의 부채총액은 2012년(4월기준) 6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13조4000억원으로 두배 이상 뛰었다. 같은 기간 자본층액은 6조2000억원에서 1조원가량 증가하는데 그치며 100% 수준이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200%까지 올랐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사업다각화 과정에서 증가한 투자지출이 재무부담으로 전이되는지 여부 등을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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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6월 2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