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실트론 잔여지분 인수도 포함
"투자자들 신뢰 회복이 우선"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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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의 경영복귀 이후 SK그룹은 국내 기업 중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였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대규모 투자 발표는 자본시장의 기대감을 키웠다. 아직 끝나지 않은 대규모 M&A와 대기업 개혁법안에 발맞춘 지배구조 개편은 과제로 남아있다. 향후 그룹의 자금소요를 고려할 때 SK그룹이 자본시장과 접점을 늘려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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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에 따라 SK㈜는 오는 8월까지 보유하고 있는 SK증권 지분(10%)을 처분해야 한다. 2015년 SK C&C가 합병하며 SK㈜가 보유하게 된 지분이다. 10%의 지분으로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국내외 사모펀드(PEF)를 비롯한 다수의 후보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LG실트론은 SK㈜와 최태원 회장이 잔여지분 인수를 추진 중이다. 최 회장의 자금마련이 관건이다
최 회장이 인수를 추진하는 LG실트론 지분은 29.4%다. 인수금액은 채권단이 옛 보고펀드에 제공한 인수금융 원금인 225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2010년부터 배당을 꾸준히 늘려온 SK㈜를 통해 2500억원 가량을 배당 받았지만 이중 상당부분을 기존 주식담보대출의 이자비용으로 지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의 계열사 보유지분은 SK㈜(23.4%)가 유일하다. 현재 지분가치로 4조7000억원 수준이다. 최 회장 측은 현재 LG실트론 잔여지분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이 지분을 담보로 금융권 차입을 추진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 및 활용 가능한 자산이 얼마 없다 보니 SK㈜ 지분을 통해 인수자금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 4~5월 사이 최회장 측이 국내 증권사를 접촉하고 주식담보대출을 논의한 바 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LG실트론이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SK가 삼성전자 매출비중을 늘리고 SK하이닉스 매출 비중을 현재 20%대 수준으로 조정하는 방식 등 수주속도 조절을 통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새 정부가 4대 그룹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대기업 개혁 법안을 마련중인 상황에서 규제 대상에 오르내리는 것이 달갑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도 남아있다.
지주회사인 SK㈜는 SK텔레콤 지분 25.2%를,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지분20.1%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주회사의 상장 자회사 지분율을 30%이상까지 올리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양사의 시가총액을 고려하면 이 과정에서 5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SK텔레콤은 케이블·IPTV 분야의 사업확대 과제도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CJ헬로비전 인수를 추진했지만 실패했고, 이후 지속적으로 IPTV 분야 확장의지를 보이고 있다. 현재는 케이블방송사업자인 딜라이브의 주요 인수후보로 거론되기도 한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대책 등 영업환경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SK텔레콤의 올 1분기 보유현금이 1조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차입에 대한 부담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은 화학과 석유개발 분야에서 대규모 M&A 를 계획중이다. 현재 약 4곳의 해외기업 M&A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배터리 공장 증설과 배터리 분리막 사업 신사업 분야 투자도 지속한다. 올해 투자규모만 최대 3조원, 장기적으론 2020년까지 배터리·화학분야에 약 10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SK루브리컨츠를 비롯한 계열사 기업공개(IPO)를 계획하기도 했지만 현재 잠정 철회한 상태다.
신사업 분야인 SK바이오팜의 성과는 미미하다. 지난해 61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룹 차원에서 글로벌 바이오의약품위탁생산(CMO) 업체 인수를 위해 최대 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오픈마켓(Open Market) 전자상거래서비스인 ‘11번가’를 운영중인 SK플래닛은 신사업 확장이 절실하다. SK플래닛은 지난해 36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영업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국내 소셜커머스 업체와의 M&A가능성도 점쳐지지만 이 또한 재원마련이 과제다. SK플래닛은 최근 중국자본 투자 유치 실패와 더불어 최대주주 SK텔레콤의 유상증자 가능성도 사라진 상태다. 그룹 차원에선 도시바 반도체 인수도 결론을 내야 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SK그룹은 주요 사업의 업황이 좋기 때문에 현재 자금소요에 대해선 일정수준 감당할 것으로 보이지만 대규모 투자와 정부의 개혁 법안에 대비한 돌발변수에 대비하기 위해선 자본시장을 활용하는 일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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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6월 1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