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및 신규 진입자 방어는 '성과'
베인캐피탈·KKR 글로벌 PEF간 인수 경쟁 치열
베인캐피탈 통한 경영 참여 가능성도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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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드플래시 세계 2위권 도시바 반도체의 매각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며 막바지에 다다랐다. 경영권 인수를 목표로 발을 뗀 SK하이닉스는 최종적으로 인수 자금을 제공하는 재무적투자자(FI) 역할을 맡게 됐다. 업계에선 단기적으로 가시적인 시너지를 찾긴 어렵지만, 중·장기 성장을 위한 '투자처'를 확보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시바는 21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반도체 사업 자회사 '도시바메모리'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일본 관민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와 정책투자은행(DBJ),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베인캐피탈 세 곳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인수 측은 약 20조원의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3개국 컨소시엄이 인수에 성공했다고 알려진 국내 시각과 다소 차이를 보인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컨소시엄이 인수를 위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에 약 4조원 규모 대출(Loan)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itsubishi UFJ Financial Group) 등 일본 내 유력 금융회사와 함께 사실상 재무적투자자(FI) 역할을 맡은 셈이다.
이 같은 인수구조에 대해 기존 반도체 기업이 참여할 경우 각국의 기업결합 신고 및 반독점 심사로 매각이 지연될 수 있다는 ‘현실적’ 이유가 거론된다. 하지만 업계에선 인수 측과 매각 측 모두 한국 기업에 매각됐다는 일본 내 반감을 피하기 위한 조치였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거래 진행과정 중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탈간 연합군은 타 후보에 비해 경쟁력이 낮은 것으로 평가돼왔다. 자금 측면에선 홍화이 등 중화권 후보가 일찌감치 30조원을 제시하며 압도했다. 일본내 정·재계 및 국민 여론 등 '비가격적 요인'에선 글로벌 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산업혁신기구(INCJ) 및 일본정책투자은행(DBJ) 등 일본내 공적자금과 연합해 앞섰다. SK하이닉스도 올해 초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INCJ 및 DBJ와 연합을 타진했지만 무산되기도 했다.
이후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탈은 재정비에 나섰다. KKR과 일본 공적자금으로 구성된 ‘미·일’ 연합 편입을 목표로 새 전략을 짰다는 후문이다.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는 “일본 측에서도 KKR 측에 아쉬운 부분이 있었고 그 부분을 공략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고 설득하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일본시장에서 적수가 없다고 스스로 평가해온 베인캐피탈이 지난해 일본 자동차전장업체 '칼소닉칸세이(Calsonic Kansei)' 인수에서 KKR과 최종 경쟁에서 밀리는 등 위기감을 보여왔다"라며 "회의에서도 베인캐피탈측이 'KKR이 일본에서 5연타석 홈런을 쳤다'고 토로하는 등 이번 거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직접적으로 도시바 지분을 인수하는 구조가 아닌 만큼 단기간 시너지를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히려 SK하이닉스 입장에선 최악의 상황일 수 있었던 중국으로의 매각 또는 미국 브로드컴 등 새로운 플레이어의 참여에 대한 ‘방어’ 측면에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중장기적으론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산업의 ‘슈퍼사이클’을 바탕으로 현금창출력이 급상승해 이를 활용할 잠재적 투자처를 확보했다는 시각도 나온다.
향후 베인캐피탈이 도시바메모리의 상장 등을 통해 투자 회수(Exit)에 나설 경우, 베인캐피탈의 풋옵션 및 SK하이닉스의 콜옵션 등 양 사간 계약을 통해 SK하이닉스가 주주로 참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컨소시엄 내에선 중국으로의 매각 방지 등 투자 회수와 관련된 구체적 조항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로 파트너쉽을 맺어 거래를 진행한 만큼 우선 순위 확보엔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는 평가다.
공식 주주인 INCJ, DBJ, 베인캐피탈 모두 반도체 기업을 직접 경영한 경험이 적어 SK하이닉스 의존도가 커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SK하이닉스가 베인캐피탈을 통해 간접적 영향력을 끼칠 가능성도 거론된다.
주요 주주가 일본 공적자금과 PEF로 구성됨으로써 도시바가 공격적인 기술 투자 대신 수익성 확보 위주의 경영 전략을 짤 가능성도 점쳐진다. 도시바는 위기가 본격화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 3년간 약 17조원을 들여 2D낸드 설비를 3D낸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지만 점차 투자 계획을 축소했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선 도시바의 3D낸드 기술력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한 상황에서 20조원에 달하는 인수 비용을 지불하는 대신, 2~3년간 시장 변화를 좀 더 지켜볼 시간을 벌었단 평가도 나온다. 이미 SK하이닉스는 도시바 인수를 위한 투자와 무관하게 약 7조원에 달하는 낸드 투자를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낸드에 필수적으로 투입돼야 할 12인치 노광 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ASML으로부터 설비를 확보하려면 발주부터 18개월이 걸리는데, 도시바가 지금 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으로 기회가 넘어갈 수 있다”라며 “뒤늦게 정상화 돼 돈을 마련하더라도 설비투자를 적기에 할 수 없게 되면 현재 위치를 잃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SK하이닉스 입장에선 오랜 숙제인 '낸드 고민'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떠한 시도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인수 후보군에 대해 매각 측이 까다로운 조건을 내건 점을 감안하면 이에 맞춰서 SK하이닉스가 잘 대응한 거래(Deal)"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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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6월 21일 17:46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