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공백기에 돋보인 IT·바이오 등 신사업 거래
김앤장 네임밸류 극복할 인맥쌓기 과제로
베인-SK, 도시바 인수에 로펌 총 4곳 고용했지만…국내 로펌 참여는 '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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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각 로펌들은 LG실트론, 대성산업가스 등 대기업발(發) 대형 거래로 한 해를 시작하며 큰 장을 꿈꿨다. 하지만 온기가 상반기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새정부 출범 등 환경 변화로 대기업들이 M&A시장에서 주춤한 모습을 보인 점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오히려 M&A에 명함을 자주 내밀지 않았던 네이버, 카카오, 넷마블게임즈, 더블유게임즈 등 IT·게임사와 휴젤 등 바이오사 관련 자문이 각 로펌의 순위에 끼친 영향력은 더 커졌다. 신규 시장 진입자들이 고민없이 찾는 김앤장의 '네임 밸류' 이상의 매력을 타 로펌들이 줄 수 있는지 여부가 순위 싸움에 더욱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란 평가다.
올해 상반기 기준 M&A 법률자문 분야는 김앤장법률사무소(이하 김앤장)의 독주였다.
우선 가장 큰 딜인 골드만삭스컨소시엄의 대성산업가스 매각을 성사시켰다. 이외에도 김앤장은 국내 로펌 중에선 유일하게 각각 1조원에 달하는 넷마블게임즈의 카밤스튜디오 인수, 더블유게임즈의 미국 소셜카지노업체 더블다운인터랙티브(DDI) 인수를 자문했다. 아직 자문 시장이 생소한 게임·IT 등 신규 진입 업체들에게 '1위 브랜드 파워'가 힘을 발휘한 모습이다.
MBK·IMM 등 국내 대형 PEF는 물론 베인캐피탈 등 국내시장 진출을 늘려가는 글로벌 PEF와의 끈끈한 관계도 이어졌다. 베인캐피탈의 바이오업체 휴젤 인수(9270억원), MBK의 이랜드리테일 모던하우스 인수(6400억원), IMM PE의 에이블씨엔씨(미샤, 3274억원) 인수에서 모두 인수측 자문을 독점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경남에너지(5000억원) 매각에도 자문을 맡았다.
광장·태평양·세종간 2위권 경쟁사들의 도전도 치열했다.
M&A 업무를 주도하는 광장 김상곤 변호사의 활약이 돋보였다. 네이버와 미래에셋대우간 각각 5000억원 규모 자사주 교환 거래에서 네이버 측 자문을 맡았다. 기존 대기업 자문에 이어 IT기업에서도 영향력을 보이며 김앤장을 위협했다. 이외에도 광장은 김앤장과 대척점에 선 거래에 자주 참여해 실적을 쌓았다. 김앤장과 대성산업가스 거래를 공동으로 맡았고, 이랜드리테일의 모던하우스 매각에선 이랜드리테일을 자문했다. LG그룹의 LG실트론 매각, SK해운의 TRS 등 몇 안되는 대기업 거래에서도 성과를 냈다.
광장에 네이버가 있다면 세종엔 카카오가 있었다. 로엔 인수에서부터 쌓아온 인연을 활용, 알리페이의 카카오페이 투자에서 카카오를 자문했다. 이외에도 우리은행의 아주캐피탈 인수, 삼광글라스의 오덱 지분 매각, IMM PE의 현대삼호중공업 투자 등을 자문했다.
태평양은 금호타이어 매각에서 인수측 중국 더블스타 자문을 맡았고, 이랜드리테일 프리IPO 투자자들의 자문을 담당했다. CJ제일제당의 브라질 식품업체 인수, 포스코에너지, KFC 매각에 참여했다.
그 외 로펌 가운데 율촌은 2분기에만 KB증권의 현대저축은행 매각, 대경오엔티, 한라스택폴 등의 매각을 자문하며 분전했다. 세종 출신 변호사들이 대거 포진한 KL파트너스도 금호그룹 관련 거래 등을 바탕으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총 20조원에 달하는 SK의 도시바 인수(SK 투자규모 약 3조원)에 어느 국내 로펌도 초대받지 못한 점은 로펌시장에 충격을 줬다. 베인캐피탈-SK하이닉스 컨소시엄은 인수과정에서 총 4곳(일본 현지로펌 2곳, 글로벌 로펌 2곳)의 로펌에 자문을 받았다. SK이노베이션 등 SK그룹 내 주요 계열사들도 해외 아웃바운드 거래에서 국내 로펌을 쓰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세운것으로 알려지면서, 각 로펌은 SK와의 관계 점검도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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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6월 29일 11: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