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만 인수전 초기부터 자문…CS는 관여도 낮아
삼성-하만 딜처럼 국내 로펌은 제외…실사만 일부 참여
SK 자체적으로 부담 가능…금융회사 참여도 어려울 듯
-
SK하이닉스의 일본 도시바 반도체 사업 인수는 국내 대기업 M&A 기록을 갈아치울 거래로 꼽혀 왔다. 거래 규모와 중요성을 감안하면 유수의 IB와 금융회사에 인수자문 및 자금 주선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였으나 결실을 거둔 곳은 많지 않다. 일본의 현지 사정과 정서가 거래의 중 요소인 데다 SK하이닉스가 부담할 자금 규모도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도시바는 지난 21일 반도체 사업 자회사 ‘도시바메모리’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일본 관민펀드 산업혁신기구(INCJ)와 일본정책투자은행(DBJ),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베인캐피탈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SK하이닉스는 베인캐피탈이 만드는 특수목적회사에 3000억엔(약 3조원)가량을 대출하는 형태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대기업이 참여하는 수십조원 규모 거래다 보니 국내서 활동하는 IB와 자문사, 금융회사들의 관심도 높았다. 그러나 SK그룹의 선택을 받은 곳은 소수에 불과했다.
IB 중에선 모건스탠리가 SK그룹의 인수 자문을 맡았다. 경영권 거래로 전환되기 전 소수지분 인수전 때부터 자문사로 참여했다. 조상욱 IB부문 대표가 일본을 오가며 거래를 챙긴 것으로 전해진다. 모건스탠리는 2012년 SK하이닉스의 미국 컨트롤러 개발사 LAMD(Link_A_Media Devices) 인수 자문을 성사시킨 인연도 있다.
SK그룹은 거래 구조와 연합 구도가 시시각각 급변하자 크레디트스위스(CS)도 재무자문사로 추가 선임했다. CS는 대형 거래에 이름을 올렸지만 뒤늦게 참여한 만큼 그 역할 비중은 20% 정도로 크지 않았다. 매각 주관은 골드만삭스가 맡았으나 거래의 주 무대가 일본인 만큼 서울지점의 역할은 제한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주요 M&A를 진행하며 국내 법무법인을 고용하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오래 전부터 자문을 맡겨온 곳은 물론 경영진 송무에 관여한 곳까지 여러 법무법인과 관계를 이어 왔다.
그러나 이번 하이닉스 거래에선 국내 법무법인을 찾지 않았다. 일본 정서와 법률이 가장 중요한 거래였던 만큼 일본 법무법인의 역할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다. 국내 법무법인이 배제됐던 삼성-하만 빅딜과 유사한 모습이 나타났다. SK그룹은 일부 글로벌 로펌도 고용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역시 글로벌 PEF 등과 협업을 조율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국내 주요 법무법인들은 SK그룹과 관련된 고문들까지 모두 나서 연을 맺으려 했으나 별다른 수확을 거두지 못했다. 일부 법무법인이 인수전 초기 그룹 경영진에 대형 거래 참여가 향후 경영 판단 문제로 비화할 우려가 없는지 자문을 제공한 수준에 그친 것으로 전해진다.
회계자문은 그나마 사정이 나았다. 실사 작업은 거래 전반을 조율하는 재무 자문이나, 현지 법에 정통해야 하는 법무법인에 비하며 국내 법인들도 참여할 여지가 많다. 삼성-하만 거래에서도 딜로이트안진이 삼성 측 실사 작업에 일부 참여하기도 했다.
EY한영이 SK하이닉스의 도시바 반도체 실사를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Y한영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산업 자문에 공을 들여 왔는데, 올해는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사업부 양도를 위한 재무-회계 자문을 맡기도 했다.
이번 인수전에선 미래에셋금융그룹이 SK그룹의 재무적투자자(FI)로 나서는 방안을 검토했었고, 다른 금융회사들도 대형 거래인 만큼 일정 부분 참여할 기회가 돌아오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이들 금융회사들도 빈손으로 돌아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거래 구조가 바뀌며 SK그룹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수십조원이 아닌 많아야 3조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1분기말 현금성자산만 2조원이 넘고, 반도체 호황으로 올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15조원이 넘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가지고 있는 돈과 벌어들일 돈만으로도 충분히 부담 가능한 수준이다. 일본 사정에 밝은 베인캐피탈과 손을 잡은 만큼 다른 국내외 FI들과 손을 잡을 필요성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6월 29일 15:5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