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삼성전자 美 증시 상장촉구 요청 전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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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식시장의 큰손으로 불리는 미국의 자산운용사 더캐피탈그룹컴퍼니(The Capital Group companies)가 국내 주요기업들의 주식을 잇따라 취득하며 지분 5% 이상의 주요 주주로 올라섰다. 현재까지 캐피탈그룹은 이들 기업에 대한 경영 참여 의사를 내비치지 않았지만, 향후 집중투표제 도입을 비롯한 소액주주의 권리가 강화될 경우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더캐피탈그룹은 올해 들어 삼성전자(5.16%)·현대차(6.04%)·아모레퍼시픽(6.57%)·LG유플러스(5.16%)·현대중공업(5.05%) 등 국내 주요 코스피 상장기업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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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캐피탈그룹은 지난 5월 삼성전자 지분 보유현황을 최초로 공개하면서 국민연금공단(9.24%), 삼성생명(7.89%)에 이어 3대 주주가 됐다. 현대차의 경우 정몽구 회장(5.17%)을 제치고 3대 주주에, LG유플러스와 아모레퍼시픽은 각각 3대 주주, 4대 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각 업체의 시가총액을 고려한 더캐피탈그룹의 보유 기업 지분 가치는 총 20조원 수준이다. 지분 5% 미만 보유로 공시하지 않은 기업까지 감안하면 투자 규모는 이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더캐피탈그룹은 1931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출범한 자산운용사다. 지난해 8월 기준 운용자산은 약 1조5000억달러, 우리돈 1720조원에 달한다.
더캐피탈그룹은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코스피에 상장된 국내 주요 기업들에 투자했다. LG화학·현대차·성신양회·한국타이어·아시아나항공·LS·두산인프라코어·농심·삼성화재·신한금융지주·GS건설·제일기획·현대해상·KCC·고려아연·SK하이닉스 등이다. 2004년엔 LG카드(현 신한카드)에 투자, 3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수년간은 LG디스플레이·삼성SDI 등과 같은 디스플레이 업체와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IT기업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더캐피탈그룹은 지분 보유 목적이 모두 단순 투자라는 입장이다.
다만 지난 2004년, 삼성전자의 미국 증시 상장을 촉구한 전례가 있다. 이를 비춰볼 때 향후 주주제안 등의 형식을 통해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는 평가다. 2004년 더캐피탈그룹이 현대차의 2대 주주로 올랐을 당시, 경영권 분쟁 가능성과 함께 현대차에 배당 성향을 높이란 요구를 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현재 정치권에선 상법 개정을 통해 '다중대표소송제'와 '집중투표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대주주의 의결권이 상대적으로 제한되는 한편, 소액주주의 경영 참여 가능성은 더 커지게 된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더캐피탈그룹이 이제껏 국내기업들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면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거론된 경우는 많지 않았다"며 "다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주주의 권리가 강화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더캐피탈그룹의 지분매입 상황과 배경에 대해 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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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7월 03일 16:5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