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전략적 제휴 차원 넘어 경영권 이슈란 해석
미래에셋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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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과 네이버라는 금융과 IT ‘공룡’의 지분교환에 시장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예상치 못했기에 거래배경은 물론, 이번 거래의 구체적 실익에 대한 분석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마침 시기적으로 재계와 금융 전반에 '지배구조 개편', '일감 몰아주기 규제', '독점적 사업자' 등 민감한 이슈가 주목받고 있는 시점에 나온 거래여서 주목도는 더 높아지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는 지난달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교환했다. 이 거래로 미래에셋대우는 6조6000억원 규모의 자기자본을 7조원까지 끌어올렸다. 네이버는 국내 1등 증권사의 3대주주로 올라섰다. 네이버가 단행한 투자규모 중 가장 크며, 금융사 투자도 처음이다.
이번 거래의 당사자로 지목 받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은 묘하게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자수성가로 국내 굴지의 금융과 IT 회사를 일군 사업가란 점. 국내를 넘어 아시아로 더 나아가 유럽, 미국 등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서는 점. 또한 공교롭게도 공격적 사업 확장으로 매 정권의 주요 타깃이 되어 온 점 등 그들이 걸어온 길은 여러모로 겹친다.
이런 그들의 만남이니 시장의 관심은 클 수 밖에 없다. 두 회사는 지분 교환 명분으로 미래에셋대우는 금융 서비스 플랫폼 확대를 네이버는 디지털금융 시장 선점을 꼽았다. 이를 설명하기 위한 ‘4차 산업혁명’, ‘해외시장 선점’ 등 화려한 미사여구가 등장했다.
그렇지만 "마침 이 시기에, 다른 회사도 아닌 미래에셋과 네이버가 만나 이런 거래를 단행했느냐"에 대한 궁금증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우선 시장에서는 이번 제휴가 지분 교환이란 형태로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한다. 전략적 제휴가 목적이라면 다양한 방법이 있음에도 굳이 ‘피(지분)’를 나누면서까지 관계를 형성했다. 이렇다 할 눈에 띄는 사업적 파트너십도 없던 양사가 하루 아침에 피를 나눈 형제가 된 것이다.
한 글로벌 IB 관계자는 “지분 스왑을 통한 전략적 제휴 사례는 흔하지 않다”라며 “지분을 나눠가졌다는 점에서 사업적 제휴라기 보단 경영권과 밀접한 거래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 점으로 인해 이번 거래와 미래에셋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의 연결고리를 찾는 추측도 있다. 시기적으로도 김상조 위원장 시대를 맞아 공정거래위원회의 ‘칼날’이 점점 미래에셋그룹으로 향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경제개혁연대 소장 시절 미래에셋그룹의 투명하지 못한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장본인이다. 여기에다 수장이 바뀐 금융위원회까지 나서 초대형IB 인가 심사를 철저하게 하겠다고 나섰다.
이와 연계, 지난 1일 나온 박현주 회장의 미래에셋그룹 창립 20주년 기념사도 주목을 받고 있다. 박 회장은 기념사에서 “미래에셋을 개인소유를 넘어 경쟁력 있는 지배구조를 만들고 전문가가 꿈을 구현하는 투자의 야성을 갖는 조직으로 만드는 것은 미래에셋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입니다”라고 밝힌 것이다. 이후 시장에선 미래에셋캐피탈을 중심으로 한 지주사 전환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네이버와의 지분교환이 주목 받는 대목도 이 부분이다. 지분 교환으로 7%에 해당하는 미래에셋대우의 의결권이 살아났으며, 우군으로 초청한 네이버가 지배구조 개편 등 중요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추후 지주사 전환 시 필요한 증자, 합병 과정에서도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렇다면 네이버가 거둘 실익은? 당장 제기되는 점은 회사가 밝힌대로 신성장 사업 투자를 위한 파트너십이다. 이미 미래에셋대우는 셀트리온, GS리테일과 펀드를 조성하며 신성장 사업 투자에 나서고 있다. IT업계의 큰 숙제가 ‘금융’이란 점에서 미래에셋그룹과 손을 잡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미 카카오, 인터파크 등은 인터넷은행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그간 네이버의 행보를 봤을 때는 갑작스레 금융부문에 손을 댄 이번 행보가 이해가지 않는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과거 수년간 여러 금융회사들이 네이버의 문을 두드린지 오래다. 물론 미래에셋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럴때마 다 이들이 네이버로부터 들은 답은 “우리는 금융에 진출한 생각이 없다”였다. 금융상품처럼 복잡한 상품을 취급할 경우 불완전판매 이슈가 불거질 수 있는데다, 내부적으로 설정한 신사업 진출 목적에도 맞지 않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거절했다는 것.
금융권 관계자는 “네이버는 신사업 진출 시 최초거나 일등 사업자가 되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이 있는 것으로 안다”라며 “이미 경쟁사들이 먼저 뛰어든 시장이라 새롭게 진출하기는 어렵다는 의사를 줄곧 밝혔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일각에선 사업적 협력 보단 이해진 전 네이버 의장이 경영권 강화에 나섰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한성숙 사장을 비롯한 최고 경영진이 금융권 진출을 한사코 거절했던 마당에 이 정도 거래가 이뤄지려면 이 의장이 직접 나섰을 것이란 추측이다. 이 의장의 네이버 지분율은 4% 수준으로 낮은 지분율에 대한 지적은 계속해서 제기됐다.
하지만 그 대상이 굳이 미래에셋이란 점은 별도의 문제다. 당장 경영에 문제가 있을 정도로 지배력이 흔들리지도 않았던 데다 금융지주를 비롯해 네이버와 손잡고 싶어하는 금융사들은 줄을 서 있었기 때문. 이해진 의장 입장에선 별로 아쉬운 것이 없다는 의미다. 이러다보니 업계에선 결국 박현주 회장이 ‘러브콜’을 보냈고, 이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생각하고 이해진 의장이 응답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한 투자금융(IB)업계 관계자는 “이제 시장의 관심은 박 회장과 이 의장의 거래다”라며 “전략적 제휴 컨트롤 타워도 미래에셋대우는 전략, 네이버는 재무라는 측면에서 양 사간의 이해관계가 다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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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7월 07일 15:2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