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딛고 신뢰회복 성공한 토요타, 결국 기술력과 신뢰 바탕
"내연기관 머무는 '현대차' 시장회복 속도 느릴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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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는 지난 2010년 초반, 일본자동차 업체의 부진 속 중국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존재감을 확고히 했다. 현대차의 중국 내 실적부진이 상수가 된 현재, 점차 커지는 현대차의 빈자리는 다시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의 차지가 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악재를 딛고 불과 수 년 만에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했다. 반면 기술력과 소비자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한 현대차의 회복기간은 예상보다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현대차그룹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5.2%로 지난해 말(7.7%)에 비해 2.5%포인트가량 줄었다. 현대차는 3.6%, 기아차는 1.6%로, 지난해 말보다 각각 1.3%포인트, 1.2%포인트 감소했다. 현대차의 점유율 하향추세는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2년(10%) 이후 지속되고 있다.
같은 기간 중국 현지 자동차 업체의 성장은 눈에 띄었다. 중국을 대표하는 지리자동차(吉利汽车)· 창안자동차(长安汽车)·창청자동차(长城汽车) 등 세 업체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2012년 8.9%에서 올해 4월 14.1%로 늘었다. 중국 내 현지업체들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16.4%에서 24%까지 성장했다.
전세계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 손잡고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현지업체를 차치하면 일본 업체의 회복과 성장세도 주목할 만 하다. 특히 사드 논란으로 중국 내 현대차의 점유율이 급감하는 시점에서 일본업체가 현대차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도요타는 지난해 중국시장 점유율 4.7%로 최저점을 기록한 이후, 올 4월 5.1%까지 끌어올리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혼다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에 힘입어 6%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하며 성장세가 가파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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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중국과 일본이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을 당시, 일본업체의 점유율은 급락했고 그 빈자리를 현대차가 꿰찼다. 2010년도까지만 해도 중국시장에서 연간 20%가 넘는 성장률을 보였던 도요타는 2012년,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냈고 혼다와 닛산 또한 역성장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와 기아차는 사상 최대 점유율을 기록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일본업체가 어려움을 겪을 때 현대차와 기아차가 반사이익을 누리면서 중국시장에서 자리매김 한 것은 사실"이라며 "지금은 상황이 역전돼 현대차의 빈자리를 중국 현지업체와 일본업체들이 메우고 있는 모양새다"라고 했다.
문제는 회복 여부다.
일본업체들은 이미 중국시장의 점유율을 2012년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도요타가 시장을 회복하는 데는 2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면에는 중국 소비자들의 반일 감정의 완화와 기술합작 등 일본업체들이 선물(?)을 안기는 등 회복을 위한 노력이 바탕이 됐다.
도요타는 하이브리드카 부문의 중국 내 투자를 결정하고 생산설비를 제공했다.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대부분 중국 현지업체들과 합자형태로 진출해 있고,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카 부문 기술이전은 일정수준 이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하이브리드카 부문 전세계 1위라는 도요타의 독보적인 기술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현대차는 상황이 다르다.
현대차가 글로벌 업체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는 '엔진 변속기' 분야다. 도요타의 전례를 비춰볼 때, 중국 시장 회복을 위해서 현대차가 합작회사 설립 또는 대규모 설비투자와 같은 노력을 보일 것이란 예상도 조심스레 나온다. 다만 자동차 산업의 무게축이 4차산업 혁명에 발맞춘 기술 개발로 옮겨가는 추세이기 때문에 여전히 내연기관에 머물러 있는 현대차의 기술력이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업체들에 효용이 있을지는 미지수란 평가도 있다.
강력한 파워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드라이빙의 재미를 선사한다는 독일업체와 경제성과 정숙성을 갖추고 잔고장이 덜한 브랜드 이미지를 가진 일본업체들 사이에서 현대차의 브랜드 정체성은 모호하다는 지적은 끊임 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차의 판매율과 점유율 하락을 단순히 정치적 이슈로 인한 '단기 악재'로 치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일본업체 또는 비슷한 악재를 맞았던 폴크스바겐그룹처럼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남아있다.
현대차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유럽과 일본 등 기술력과 소비자 신뢰가 깔려있는 글로벌 업체들이 겪었던 악재들과 지금의 현대차가 겪고 있는 시장상황을 동일하게 놓아선 안된다"며 "중국 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브랜드 정체성이 모호한 현대차로선 존재감 회복의 시간이 예상보다 오래 걸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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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7월 09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