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감사·재무자문, 파트너 수익성 경쟁사 대비 떨어져
삼일 파트너 세대교체 필요성 제기돼
한영은 적극적으로 파트너 영입나서...업계 변화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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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4 회계법인의 파트너들이 지난해 벌어들인 수익이 화제다. 삼일과 딜로이트 파트너 한 명이 벌어들인 수익은 10억원이나 차이가 났다. 안진의 파트너들이 전체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졌다.
부진한 실적을 보인 안진은 파트너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일은 파트너들의 수익성은 높았지만 세대교체란 큰 숙제를 안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영이 적극적으로 파트너 영입에 나서면서 올 한해 파트너들의 부침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삼일은 파트너 1인당 32억원을 벌어들였다. 부문별로는 재무자문에서 파트너 1인당 98억원, 세무파트에서는 1인당 48억원, 감사파트에서는 1인당 19억원을 기록했다. 감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4대 회계법인 가운데 1인당 수익성이 가장 높았다.
삼일은 내부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정해서 파트너들에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낼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트너가 되기도 힘들지만, 성과가 안 나면 자리를 지킬 수 없는 구조를 만드는 데 힘썼다는 설명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삼일은 꾸준히 파트너들의 성과를 관리하고 있다”라며 “내부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기존의 파트너들이 자리를 지키면서 세대교체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CEO에 오른 김영식 회장은 4대 회계법인 CEO 중에서 가장 오래 근무했다. 근무기간만 지난해 말 기준 37년3개월이다.
삼일 내부적으로도 세대교체의 필요성이 커졌다. 김영식 회장 취임을 놓고도 논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파트너들 사이에서 김 회장이 세대교체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회장 후보로 물망에 오른 서동규 대표가 CEO가 될 경우 다른 대표급 파트너들의 위치가 애매해진다는 점에서 김 회장이 결국 CEO로 발탁됐다. 이번에 딜 부문 대표에 오른 배화주 대표는 서 대표보다 서울대학교 한 학번 선배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김 회장 체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전임 안경태 회장의 경우 10년간 CEO로서 삼일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전보다 세대교체에 대한 갈증이 큰 상황에서 김 회장 체제가 지속될 경우 자칫 조직자체의 생동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늦어진 세대교체는 결국 젊은 회계사들의 이탈로 나타나고 있다. 파트너들이 오랜 기간 자리를 지키다 보니 파트너 되기가 ‘바늘구멍’ 들어가기 보다 힘들어졌다. 삼일 파트너들의 근무기간은 최소 14년 이상이다. 한영에는 채 1년도 안된 파트너들이 즐비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 와중에 삼일에서 빠져나오는 회계사들은 한영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한영은 적극적으로 외부인사 영입을 단행하고 성과가 드러날 경우 과감하게 파트너로 발탁하고 있다. 올해에만 31명을 파트너로 승진 시켰다.
영입인사를 통한 딜소싱도 진행 지난 2015년 영입한 최재원 CFS(Corporate Finance Strategy)부문 전무 등이 베인앤컴퍼니에서의 인맥을 활용, 카카오 딜을 따오기도 했다. 최근 삼성과 관련된 컨설팅을 두루 맡은 고광범 전무 등 엑센추어 출신 멤버 영입도 이뤄지고 있다.
반면 안진의 경우는 매출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파트너 숫자가 도마 위에 올랐다. 실제로 안진 내부적으로도 지나치게 많은 파트너를 놓고 고심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이로 인해 파트너들 간의 신경도 적지 않게 벌어지고 있다.
당장 파트너 한 명이 지난해 벌어들인 매출만 보더라도 부진한 성과를 파악할 수 있다. 안진의 파트너 1인 당 영업수익은 22억원에 불과하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회계감사가 파트너 1인당 14억원, 세무자문이 39억원, 재무자문이 54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회계감사와 재무자문은 빅4 회계법인 중 수익성이 가장 저조했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파트너들끼리 낮은 수익성을 놓고 서로 탓하기 바쁘다”며 “그나마 수익성이 좋은 부문은 독립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올해다. 지난해 실적에는 반영되지 않았던 안진의 '영업정지 처분'으로 인한 수익급감이 이제 반영된다. 당장 감사부문의 경우 주요 매출처인 기아차 등 큰 고객이 다른 회계법인으로 이탈했다. 이는 감사부문뿐 아니라 다른 세무, 재무자문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생각보다 수익감소 폭이 클 경우 전면적인 조직개편의 필요성과 함께 파트너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구조조정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체 파트너의 10%를 구조조정 할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실제 규모는 이보다 더욱 클 것이란 예상도 있다. 이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첫 대규모 구조조정이 발생하게 된다.
파트너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너 회사가 아닌 만큼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자칫 내부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이번 구조조정을 어떻게 마무리 짓느냐가 회사의 존립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회계법인에서 한 파트너가 다른 파트너를 구조조정 한다는 것은 구조적으로 힘들다”라며 “파트너 구조조정이 회사 전체의 구조조정의 시발점인 만큼 그 결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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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7월 14일 17:0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