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대기 중인 협력업체만 30여 곳
하반기 GM發 협력업체 매물 출회 가능성
매출처 어디냐가 '관건'
-
현대차 협력업체들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쏟아지고 있다. 현대차의 부진이 계속 됨에 따라 수익성 부진과 자금압박을 견디지 못한 업체들이 대부분이다.
현재 수십여 곳의 협력업체들이 새 주인을 찾고 있지만, 전략적투자자(SI)를 중심으로 한 수요는 많지 않다. 올 하반기 국내시장 철수설이 제기되고 있는 한국GM의 협력업체들 또한 잠재매물로 거론되고 있어 M&A 시장 내 자동차 부품사들의 옥석 가리기도 본격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재 현대차 협력업체 중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는 업체는 30곳이 넘는다. 올해 초부터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던 '오토텍'과 '금문산업'을 비롯해 LS오토모티브 등 현대차 1차 협력업체까지 포함돼 있다. 오토텍과 금문산업은 사모펀드(PEF)에 매각을 추진했으나 실패했다. LS오토모티브는 글로벌 PEF 운용사들을 대상으로 투자유치를 검토했으나 기업가치(밸류에이션)를 두고 이견을 보여 최종적으로 남은 KKR에 상장전투자유치(프리IPO)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PEF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M&A 시장에서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업종이 자동차 부품업체"라며 "전방 산업이 부진함에 따라 앞으로 이 같은 매물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현대차의 실적부진이 이어지면서 이 같은 현상은 예견됐다. 올해 초부터 은행들은 현대차그룹에 대한 위험도(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2·3차 협력업체들의 여신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선 현대차의 주거래은행인 KEB하나은행도 1차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대출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협력업체들의 자금압박은 심해지고, 사업 부진과 자금 사정이 나빠지면서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하향조정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에 지분을 투자한 한 PEF 운용사 임원은 "올해 초부터 은행권의 여신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투자기업의 사정이 악화하고 있어 자금 스케쥴을 다시 짜고 있다"며 "기업가치(EV) 1000억원 이상인 비교적 규모가 큰 기업들의 경우 아주 급할 땐 현대차에서 부품단가를 높이는 식의 긴급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는 여지도 있지만, 그마저도 안 되는 곳이 훨씬 많고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는 기업들은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부품사 매물은 쌓여가는데, 상황이 비슷한 SI들이 인수에 나서긴 어려운 상황이다. 드라이파우더(Dry powder)가 많고, 유동성이 풍부한 PEF들이 그나마 여력이 있지만, 전방산업이 부진한 탓에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협력업체의 투자 경험이 있는 PEF들도 새로운 부품사 인수를 통해 기존 포트폴리오와 시너지를 내는 것보다 자동차 업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남에 따라 동시에 커지는 리스크를 더 고려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M&A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상황은 올 하반기부터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주력인 미국과 중국시장을 제외하고 국내 시장을 비롯한 주요국가의 시장철수를 검토하고 있는 GM의 한국시장 철수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매물로 등장할 부품사들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이미 시중은행을 시작으로 GM향 매출비중이 높은 부품사들에 대한 여신축소가 본격화하고 있다"며 "GM의 매출비중이 70~80% 이상인 곳이 상당하기 때문에 GM 철수로 인한 부품사들의 매물 출회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PEF 또는 여력이 있는 SI들이 늘어난 매물들 중에서 옥석 가리기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있다.
PE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 부품사들은 밸류에이션이 용이하고, 매출처가 확실하다면 일정 수준의 이익률을 보장받을 수 있는 특성도 있어 상대적으로 몸값이 낮아진 부품사들에 대한 인수 수요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주요 매출처가 현대차·GM·글로벌 브랜드 등 어느 곳이냐에 따라 선별적인 투자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7월 16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