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구조 바뀔 수 있어 합의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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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은행법 개정 전 자본확충을 위해 모든 주주들을 대상으로 증자를 추진한다.
스무 곳 가까운 주주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이 부담요소다. 증자 참여 의지나 자금력이 다르고 실권주 처리 방식에서도 이견이 생길 수 있다. 향후 은행법 개정 시 KT 등 주요 주주들의 영향력 강화가 예고된 터라 주주들의 참여나 제3자 초빙이 원활하게 이뤄질지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케이뱅크는 지난달부터 주주 회사들을 개별적으로 찾아 증자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 영업개시 100일만에 고객 수 40만명을 돌파하고 여·수신액 1조3000억원을 기록하는 등 성과를 냈으나, 최근엔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 하락으로 영업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본력이 부족하면 시장의 관심을 실적으로 연계시킬 호기를 놓칠 수 있다. 이달 중 증자 여부를 결정하고 9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은산분리 완화를 담은 은행법 개정안은 언제 국회를 통과할 지 예상하기 어렵다. 현재로서 가장 좋은 방법은 기존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증자에 참여하는 것이다. 지분율 변화에 따른 별도의 의견 조율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 케이뱅크가 가장 원하는 방안이다. 증자 추진 규모도 최초 자본금과 같은 2500억원을 예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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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19곳이나 되는 주주 모두가 지분율 유지 의사가 있거나 충분한 자본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업체는 기존에 들인 자금 부담만으로도 허덕이거나 회수를 원하고 있다. 실권주 발생 가능성이 크다. 케이뱅크는 실권이 발생할 경우 나머지 다른 주주들에 실권주를 인수할 수 있는 우선권을 주기로 했다. 다만 누구에게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배정할 것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실권주가 대규모로 발생할 경우 지분율 확대를 감수하고 이를 받아들일 만한 곳은 금융주력자인 우리은행이나 DGB금융지주(DGB캐피탈) 정도다. 지분구도 변경을 수반하고, 이해관계도 조율해야 한다.
우리은행이 주요 주주긴 하지만 나머지 주요 주주인 KT, NH투자증권이 지분율 확대를 용인할 것인지 의문이다. 주요 주주가 아닌 DGB금융의 경우엔 자본금을 넣기 더욱 어려울 수 있다. DGB금융은 처음엔 DGB대구은행이 주주로 참여할 계획이었으나, 우리은행이 다른 은행의 가세에 불편한 기색을 보여 캐피탈로 주체를 바꿨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주주 안에서 실권주가 소화되지 않을 경우 제3자에 배정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데 이는 더욱 까다로울 수 있다. 뒤늦게 해결사로 나선 회사는 기존 주주들보다 더 높은 수준의 권리를 보장받으려 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기존 주주들의 반발로 이어질 수 있는 까닭이다.
케이뱅크 자본금 2500억원 중 500억원은 우선주 형태를 띠고 있다. 현행법상 산업자본은 의결권을 4%까지만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우선주에 의결권을 부여하지 않았지만 전환권은 달려 있다. 은행법이 개정되고 산업자본의 지분 보유한도가 커지면 우선주를 가지고 있는 세 주요 주주들은 전환권을 행사해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
게다가 일부 주요 주주들은 주주간계약에 따라 차등적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율을 대폭 확대할 권리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주주 중심의 자본확충은 법 개정을 전제로 한 것이었기 때문에 다른 주주들은 예상하지 않았던 부담을 지게 되는 셈이다. 은행법 개정 전 자본금을 태우더라도 법이 개정되면 지분율 희석을 피할 수는 없고 영향력도 극도로 쪼그라든다. 추가로 자금을 태울 의지를 보이는 곳이 있다 치더라도 법 개정 후엔 실행에 옮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우리은행이 대주주 요건을 취득한 것을 두고 '특혜 논란'이 불거진 점도 변수다. 우리은행이 직전 분기 기준 자기자본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자 금융위원회가 최근 3년간으로 조건을 바꿔줬다는 것이다.
한 주주사 관계자는 “증자를 해야 한다는 큰 그림만 있을 뿐 아직 세부적인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이달 중 증자 추진이 확정되고 본격적인 증자 방식이 논의되면 주주간 갈등 요소도 표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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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7월 1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