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투자처 다변화로 ROE 높이기 나서
대형사 중에선 미래에셋대우 '꼴찌'...수익성 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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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증권사들이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일 방법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ROE는 회사의 역량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지표로, 초대형 IB 선정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 활발한 IB 인력충원, 투자 다변화 등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그럼에도 몇몇 증권사들은 여전히 낮은 수준의 ROE를 보여주고 있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초대형 IB는 당초 일정 자기자본만 갖추면 선정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금융당국을 비롯해 정치권에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주주적격성 등 다양한 심사요건이 거론되는 가운데, IB 업무에 얼마나 실력이 있는지가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당장 ROE 관리가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초대형 IB의 취지가 모험자본 육성인 만큼 자기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했는지를 가늠하는 ROE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지난 1분기를 살펴보면 초대형 IB 인가 신청을 낸 증권사 중에선 한국투자증권이 14%의 ROE를 기록하며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NH투자증권이 9.9%, KB증권, 8.2%, 미래에셋대우 4.3%, 삼성증권 5.6% 순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을 제외하고는 글로벌 IB들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JP모간은 올해 1분기 11.29%의 ROE를 보였으며, 골드만삭스 11.26%, 모간스탠리 9.8%의 ROE를 기록했다. 증권업계에선 초대형 IB라고 불리기 위해선 적어도 두 자릿수의 ROE는 보여줘야 한다는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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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미래에셋대우다. 미래에셋대우는 합병 이후 낮은 수익성에 대한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합병 비용 때문이긴 하지만 지난 연말에는 ROE가 일시적으로 0.5%까지 떨어진 바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올해에는 고수익을 찾아 투자에 나서고 있다. 독일의 보다폰 본사 빌딩 투자, 포스코에너지 전환상환우선주(RCPS) 2450억원 투자 등이 대표적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직접 직원들에게 ROE를 높일 것을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대우는 확대된 투자가 이익으로 전환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자본 효율성 제고가 제한적인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삼성증권도 급하기는 매한가지다. ‘삼성’이란 브랜드에 걸맞지 않은 수익성을 보여주고 있다. 초대형 IB 인가 신청을 낸 증권사 중에서 ROE가 가장 낮은 수준이다. 최근에 부랴부랴 IB 및 트레이딩 부서의 인력을 확충하고 투자에 나서고 있다. 삼성 금융계열사들과 손잡고 프랑스에 위치한 OECD빌딩 인수에 나서기도 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그간 고액자산가를 바탕으로 한 WM 영업모델에만 치중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초대형 IB에 대한 준비가 늦었다”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은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보다 형편은 낫다. 이들은 두 자릿수 ROE 달성을 위해 지주와의 비즈니스 연계 강화 및 리스크 관리에 나서겠단 계획이다.
이들에 비해 일찌감치 ROE관리에 나선 한국투자증권은 여유있는 표정이다. 수익의 중심축을 IB로 옮기면서 ROE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투자 수익은 858억원으로 2012년 대비 390% 이상 증가했다. IB수수료 수익도 지난해 말 1500억원가량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65.4%나 증가했다.
증권업계에선 앞으로 ROE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에서도 ROE 수치를 놓고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엎치락뒤치락 경쟁하고 있다. 초대형 IB 시대가 열리면 국내도 이런 양상이 심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한 투자금융(IB)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IB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자기자본을 활용한 투자능력이다”라며 “중개업무에 치중한 과거와 달리 앞으론 ROE가 증권사 핵심 역량지표로 더욱 주목 받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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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7월 23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