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대형 로펌 주니어 변호사들 '솔깃'
치열한 내부 경쟁·바늘구멍 된 파트너 자리에 이탈 준비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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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내 주니어 변호사들이 법원 발(發) '경력 법관' 채용 소식에 들썩이고 있다. 규정 변화를 앞둔 마지막 해이다 보니 여느 때보다 지원자들의 기대와 관심은 커지고 있다.
대형 로펌 내에서 꿈꿨던 삶에 회의를 느낀 젊은 변호사들은 이직처를 찾고 있고 각 로펌들은 인력 유출 우려에 전전긍긍한 모습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법원에선 경력 법관 채용 절차가 진행 중이다. 지난 2013년 이후 '법조 일원화' 방침이 시작되며 사법연수원 수료 후 곧장 법관으로 임용되는 길은 막히게 됐다. 대신 검사나 변호사, 로클럭(법원 재판연구원), 법무관 등 일정 기간 법조 경력을 쌓은 인원을 대상으로 법관을 임용하는 방안이 시행 중이다.
그간 법원은 ▲단기 법조경력 임용(법조경력 3년 이상~5년 미만) ▲일반 법조경력 임용(경력 5년 이상)으로 전형이 나누어 경력 법관을 채용해왔다. 법원조직법에 따라 올해부턴 이 전형이 일반 법조경력으로 단일화된다. 경력 요건은 올해만 한시적으로 3년 이상의 법조 경력을 요구한 후, 내년부턴 5년 이상으로 상향된다. 이어 2022년부터는 7년 이상으로 늘어나 최종적으로 2026년에는 10년 이상 경력을 쌓아야 한다.
서초동을 중심으로 올해 법원의 채용 규모가 늘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도 번지고 있다. 지난 2014년 이후 법원은 지난해까지 단기 법조경력으로 약 100여명의 인원을 선발했고, 일반 법조경력으로는 열 명 남짓의 인원을 뽑았다. 임용 조항이 단일화되면서 5년 이상 경력 문이 넓어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다. 다만 지원 조건이 지난해와 동일한 만큼 근거 없는 해프닝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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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앤장, 광장, 태평양, 세종, 율촌 등 내로라하는 대형 로펌 내에서도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로펌 내 적자생존에 지친 주니어 변호사들 사이에선 치열한 일찌감치 여유로운 삶을 꿈꾸며 틈틈이 떠날 채비를 갖추고 있다는 전언이다. 주로 5~6년 차 변호사, 일부는 7~8년 차 변호사가 해당된다. 대부분 대형 로펌 지분을 공유하는 임원급 변호사인 파트너 변호사 밑에서 어쏘 변호사(주로 10년차 미만으로 월급을 받는 변호사) 형태로 일하고 있다.
로펌 내에서도 어쏘 변호사들이 경력을 쌓으면 연공 서열상 저절로 파트너를 달았던 관행은 사라진 지 오래다. 점점 더 파트너 임용문은 좁아지고 있고, 그만큼 어쏘 변호사들 사이 경쟁도 치열해졌다. 대형 로펌에 입사해 풍족한 삶을 꿈꿨지만 "자기 삶이 없다", "시급으로 따지면 보수도 형편없다"는 변호사들의 푸념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10년간 여름휴가 한 번을 못 썼다는 사례가 부지기수인 기성 변호사들과는 다른 공기다.
한 대형 법무법인 파트너 변호사는 "후배 변호사들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너희들이 여기 붙어서 파트너 돼봤자 결국 나처럼 살게 되는 것 아니냐, 기회가 있을 때 얼른 잡아서 나가라고 말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다른 대형 로펌 M&A 자문 담당 변호사는 “매일같이 술자리가 이어지고 대기업 등 고객 비위를 맞춰야 하는 로펌내 '3D 업종’이다보니 파트너가 되어도 건강을 잃고 퇴사해 개인 사무소를 차리거나 일찌감치 조세(Tax) 등 다른 분야로 옮겨 간다”라며 “굳이 대형 로펌에 남아있으려는 생각이 젊은 연차 변호사들일수록 흐려지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법원 경력직 판사는 로펌별로 최대 1명씩 뽑아온 게 묵시적인 '관례'라고 입을 모은다. 법원 입장에선 각 로펌 출신들이 파벌을 이루는 점을 극도로 경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혹시라도 법원의 채용문이 넓어지면 각 로펌들의 인력 유출 규모가 배로 늘 것이란 우려도 벌써부터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수년간 육성해온 인재가 유출될 우려에 노출된 셈이다.
다른 대형법인 파트너 변호사는 "후배 변호사들에게 평상시처럼 늦은 밤에 전화해 일을 시키려 하다가도 요즘 같은 시기엔 좀 주저될 때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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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7월 1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