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미안철수설' 다시 솔솔…삼성물산 "선별적 수주 추진"
총수 부재 속 경영진 '보수적 사업전략'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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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이 재건축 수주에 몸을 사리고 있다. 올해 재건축 중 최대규모로 꼽히는 강남정비사업장 입찰에 줄줄이 불참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적극적으로 재건축 시장에 뛰어들 것이란 예상은 정면으로 빗나갔다.
삼성물산은 선별적인 수주를 통해 위험성(리스크)을 최소화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향후 재건축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들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총수의 부재 속에서 경영진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보수적'인 사업 전략이란 평가다.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반포주공1단지(총 1~4주구) 재건축 조합은 1·2·4주구 재건축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진행하고,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시공사 선정절차에 착수했다. 시공사 선정이 완료되는 9월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이 시작된다. 재건축 사업은 공사비만 2조6000억원으로, 웬만한 상위권 건설사의 1년 수주액을 훌쩍 넘는 규모다.
이 때문에 GS건설(자이)과 현대건설(THE H), 대우건설(써밋)·대림산업(아크로) 등 소위 이름값 있는 아파트 브랜드를 보유한 건설사들이 수년 전부터 수주를 위해 공을 들여왔던 곳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날 설명회엔 총 9곳의 건설사가 참여했다. 아파트 선호도 1위 브랜드 래미안을 보유한 삼성물산은 상위권 건설사 중 유일하게 불참했다.
삼성물산은 ▲2012년 서울 서초 우성3차 ▲2013년 경기 과천 주공7-2단지 ▲2014년 부산 온천 4구역 등 매년 1건씩 아파트 재건축 수주를 해왔다. 하지만 지난 2015년 9월,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와 경남아파트 수주를 마지막으로 올해까지 수주가 없었다. 시공사 선정 입찰 참여도 같은 해 서초무지개 아파트가 마지막이었다. 시장에선 '래미안 철수설'이 힘을 얻기도 했다. 2014년 13조원에 달하던 주택 수주액은 지난해 말 10조원가량으로 20%이상 줄었다.
수주가뭄에 시달리던 삼성물산은 지난해 말 다시 수주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주택사업 분야뿐 아니라 플랜트 및 공공수주 모두 해당된다. 회사의 방침과는 달리 삼성물산은 올해 방배 5구역, 서초 신동아 재건축 수주를 검토했으나 모두 중도 포기했다.
삼성그룹 한 관계자는 "지난해 주택사업은 말할 것도 없고 플랜트 및 공공사업 부문의 리스크 관리를 굉장히 보수적으로 하면서 웬만한 수주는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다"며 "경영진에서 수주잔고가 줄어들자 재차 공격적인 수주에 나설 것을 주문했지만 이미 줄어든 인력과 조직으로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측은 선별적인 수주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포주공1단지의 경우, 조합 측에서 공동사업시행방식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사업 위험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삼성물산은 기존 재건축 사업의 경우 대부분 단순도급 방식으로 진행했다. 공동사업시행방식에 비해 기대 수익은 크지 않지만 미분양을 비롯한 사업위험을 최소화 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공동사업방식의 경우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대신 위험성도 높다"며 "삼성물산은 앞으로도 공동사업방식의 사업은 추진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는 '공동사업시행방식' 사업에서 삼성물산이 모두 불참할 경우, 향후 재건축 시장에서의 입지는 좁아질 것이란 우려가 있다. 앞선 2건의 수주 포기와 더불어 '금싸라기 땅'으로 평가받는 반포주공1단지 사업, 즉 '랜드마크' 사업에 나홀로 '불참'을 선언한 탓에 다시금 '주택사업 철수설'에 불을 지피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 포기를 선언한 이후 삼성물산의 그룹에 대한 영향력은 더 커졌다. 오너가(家)가 3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삼성전자의 실질적인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기업가치 관리가 중요하다.
이 때문에 보수적인 사업 추진은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이 선택할 수 있는 '합리적' 보신(保身) 전략이란 평가도 있다. 총수의 부재 속에서 무리하게 사세를 확장했다가 최악의 경우 오너와 그룹에 전이될 수 있는 리스크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삼성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조직을 슬림화하고 사업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최치훈 사장의 전형적인 경영 스타일"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가 지속하는 이상 주택사업뿐 아니라 삼성물산의 각 사업부문별 대규모 수주 및 사업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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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7월 25일 13: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