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각규 사장 등 케미칼 출신 영향력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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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의 헤게모니 축이 롯데쇼핑에서 롯데케미칼로 이동하고 있다. 오너의 경영 공백 가능성이 가시화하는 가운데 경영혁신실은 그룹 경영을 아우르는 작업에 들어갔다. 경영혁신실은 황각규 사장 등 호남석유화학 시절 신동빈 회장과 함께 했던 롯데케미칼 출신들이 장악했다.
지난 18일 롯데월드타워에선 롯데그룹의 2017년 상반기 그룹 사장단회의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황각규 경영혁신실장을 비롯해 소진세 롯데사회공헌위원장, 허수영 화학사업부문장, 경영혁신실, BU 임원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신동빈 회장이 사장단 회의를 주도하긴 했지만, 관심은 황각규 사장에 쏠렸다. 과거 정책본부는 사장단 회의를 주관했고, 정책본부장이 경영상의 모든 조율을 해 왔다. 정책본부는 경영혁신실로 이름이 바뀌었고, 황각규 사장이 경영혁신실장으로서 처음으로 회의를 주관하게 된 셈이다.
안팎에선 이번 회의를 기점으로 그룹의 헤게모니가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그룹의 중심이었던 롯데쇼핑에서 새로운 활력소로 성장한 롯데케미칼로 무게중심이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황각규 사장 등 경영혁신실의 인사 면면은 이를 반증하고 있다.
1979년 롯데케미칼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한 황각규 사장은 1990년 신동빈 회장이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경영수업을 시작할 때 부장으로 근무했고, 이후 25년 이상 신 회장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해왔다. 2004년 신동빈 회장이 호남석유화학 대표를 맡으면서 대규모 인수합병(M&A) 등 외형확장에 나섰고, 황 사장은 그룹 M&A를 관장하는 국제실 팀장으로서 롯데케미칼의 말레이시아 타이탄 인수 등을 도왔다.
경영혁실신 가치경영팀장을 맡고 있는 임병연 부사장 역시 황 사장 라인으로 꼽힌다. 임병연 부사장은 1989년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했다. 약 10년 터울인 황 사장과 임 부사장은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 출신에 일본어에 능통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경영혁신실 커뮤니케이션팀의 오성엽 부사장도 호남석유화학 출신이다. 1985년에 입사해 2003년 호남석유화학 전략, 기획을 담당한 뒤 2010년 롯데케미칼 기획부문장·모노머사업본부장을 역임했다. 작년에는 롯데정밀화학 대표직에 올랐다.
지난 10일 도쿄에서 진행된 롯데그룹 투자설명회에서도 황각규 사장, 임병연 부사장, 오성엽 부사장은 신동빈 회장을 보좌하는 등 크고 작은 행사에 얼굴을 비추고 있다.
롯데케미칼 출신 인사의 약진은 검찰 수사와 중국사업 부진으로 흔들리고 있는 신동빈 회장의 입지와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그룹의 중심이었던 롯데쇼핑의 성장세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롯데쇼핑 매출은 2013년부터 28조~29조원대에 머물고 있고 영업이익은 2011년 1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그리고 중국사업은 신동빈 회장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 중국에서 누적 손실이 쌓여가는 가운데 올해는 사드 보복에 따른 손실도 반영된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신동빈 회장이 무리하게 중국사업을 확장한 결과 롯데쇼핑에 수조원대의 손실을 안겼다며 신 회장의 경영능력을 문제삼고 있다.
롯데케미칼 등 화학 부문은 타이탄, 삼성 화학 계열사 인수 등 지속적인 외형 확장이 이뤄지고 있다. 그룹 전체 매출의 20% 정도를 차지하며 롯데쇼핑 등 유통 부문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증권업계에선 롯데케미칼이 올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16조원 이상, 영업이익 2조7430억원을 낼 것으로 추산한다. 3년 연속 최대 영업이익을 경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성장은 신동빈 회장의 경영 능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검찰 수사와 신동주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다툼 등 경영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심복인 롯데케미칼 출신들을 중용함으로써 그룹 내 입지를 단단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롯데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는 “롯데쇼핑에는 신격호 총괄 회장의 그림자가 여전히 짙게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결국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들은 황각규 사장처럼 호남석유화학 시절부터 20년 이상 함께 해 온 롯데케미칼 출신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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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7월 24일 14:3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