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풀어야 할 숙제 많은데 대관 업무 '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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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각 사업 부문은 안정적인 실적을 내며 오너의 부재를 무색하게 했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들을 생각하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 그리고 각종 규제 이슈 등 정부와의 대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실적과 위상을 고려할 때 사실상 삼성전자가 그룹의 '맏형'격이지만, 이재용 부회장을 대신해 정부를 상대할 '카운터파트너(Counter Partner)' 역할을 맡을 인물이 없다는 점이 고민거리다.
올 2분기에 삼성전자는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메모리반도체(DS) 부문이 호황을 맞으며 실적을 견인했다. 소비자가전(CE)부문과 모바일(IM)부문은 전년에 비해 실적이 줄었지만, 나름 선방했다.
업황과 각종 이슈에 따라 사업부별 실적의 부침은 있지만 권오현 DS부문장, 윤부근 CE부문장, 신종균 IM부문장을 중심으로 한 각 사업부의 성과는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은 5년5개월, 윤부근·신종균 대표이사 사장은 4년5개월째 각 사업부를 이끌고 있다. 오너의 부재와 무관하게 사업이 굴러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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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면에선 나무랄 게 없지만, 그 이상의 기대감은 갖기 어렵다. 시장에선 일찌감치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수감 이후 삼성전자가 추진한 대규모 인수·합병(M&A)은 한 건도 없다"며 오너의 결정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온 삼성전자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새 정부의 정책 추진에 대응할, 정부 ‘카운터 파트너’를 자처할 인물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힌다. 앞으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은 수년간 지속될 이슈다. 공정거래법과 상법 개정 등 삼성그룹에 닥친 정부발(發) 규제 이슈에도 대응해야 한다.
이전에는 삼성그룹의 크고 작은 이슈들을 미래전략실에서 해결했다. 대규모 M&A와 지주회사 전환과 같은 굵직한 사안에서부터 언론을 상대로 한 업무까지 모두 미전실을 거쳤다. 부작용은 차치하고서라도 각계각층의 여론을 수렴하고, 이를 계열사들에 전달해 그룹 차원의 조율을 하는 순기능도 존재한 것이 사실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미전실 해체를 공식 선언한 이후엔, 그룹 맏형 격인 삼성전자가 이 역할을 주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오너의 부재로 정부와 어떤 식으로도 접점을 늘리고, 목소리를 내야 하는 삼성그룹으로선 공식적인 대관(對官)업무의 부재가 어느 때보다 크게 느껴진다. 삼성그룹의 공식적인 경영진 모임이 사실상 금기시 된 지금, 그룹 차원의 이슈를 조율하고 또는 도맡아 해결할 인물과 조직은 없는 실정이다.
청와대 초청 기업 간담회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대표로 참석했다. 사실상 반도체 사업 수장 역할에 그치고 있는 권 부회장이 앞으로 그룹 차원의 사안 또는 오너와 관련한 민감한 이슈를 어디까지 다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란 평가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가 사라진 상태에서 공식적으로 대응할 조직도 없고 그렇다고 비선 조직을 만들 수도 없는 점을 고려하면, 재계에서 삼성그룹의 운신 폭 또한 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권 부회장을 포함해 삼성전자 CEO들 가운데 각자 맡고 있는 사업부문을 빼면, 앞장서서 대관 업무를 맡을 이는 사실상 없다. 삼성물산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CEO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각 사업부문에선 뛰어난 전문가들이지만, 그룹 전반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총대를 멜 CEO는 찾아보기 어렵다.
전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 때와 비교하면 삼성그룹 경영진의 마인드도 이전과는 크게 달라졌다"며 "CEO에게 사업외 부문의 책임을 기대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여 CEO들은 이재용 부회장의 거취에만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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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7월 3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