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들 사이에선 갈 곳 없으면 가는 곳이란 인식
'외풍'에 임기 채운 사람도 드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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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이 기금운용본부장 선임 절차에 들어갔지만 아직 선뜻 나설 사람이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책임은 무겁고, 그에 걸 맞는 대우는 못 받는다는 점이 이유로 거론된다.
9일 국민연금은 임시이사회를 열어 임시위원추천회를 구성하고 장기공백 상태인 이사장 공모에 들어갔다. 기금운용본부장도 공모하고자 임시이사회 직후 기금이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하려고 했지만, 임시이사회가 길어지며 일정이 뒤로 미뤄졌다. 통상 한달 정도 걸리는 공모 절차를 감안하면 9월은 돼야 새로운 이사장과 기금운용본부장의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사장으로는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김성주 전 더불어 민주당 의원 등이 하마평에 오른다. 김 교수는 문제인 캠프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에 들어가 복지팀장으로 복지공약을 주도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해 국민연금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평가다.
이에 반해 ‘자본시장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기금운용본부장 후보로는 아직 특별히 언급되는 사람은 없다. 일부 자산운용사 대표와 보험사 고위 인사 등이 후보 군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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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기금을 주무른다는 점에서 기금운용본부장 자리의 영향력은 막강하지만 실상 선호도는 그리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현직에 있는 실력 있는 금융회사 최고투자책임자(CIO)에게는 그닥 매력적이지 않다는 평가다.
우선 이들에게 있어서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자리에 가더라도 임기를 마친 후 마땅히 할 일이 없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공직자 윤리법에 따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퇴직 후 3년간 금융 유관업종 재취업이 제한된다. 사실상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금융사 CIO로서는 마지막 자리가 될 공산이 크다.
한 국내 금융사 CIO는 “재취업이 제한되는 만큼 커리어의 종착역이란 의미가 크다”라며 “업계에서 잘 나가는 CIO가 굳이 3년간 일을 못하게 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 갈 유인이 크지 않다”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최순실 사태’ 이후 사회적 책임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2013년 11월부터 2년간 기금운용본부장을 지낸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은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징역 2년6개월을 선고 받은 상태다. 대기업의 주주로 주요한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밖에 없는 자리다 보니 언제든 이런 사건에 휘말릴 소지가 크다. 실제 조국준, 이찬우 기금운용본부장을 제외하곤 임기를 제대로 맞춘 사례가 없을 정도로 ‘외풍’에 시달리는 자리란 평가다.
한 투자금융(IB) 업계 관계자는 “조직 전체적으로 행여 책임소지에 휘말릴까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라며 “최근에 공동투자 운용사를 선정하는 것도 투자에 따른 책임을 피하기 위함이란 말들이 나온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처우도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5년 이노근 전 새누리당 의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기금운용본부장의 4년간 연봉은 평균 2억7000만원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놓고 고액 연봉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업계에선 굴리는 자산을 고려해 봤을 때 결코 많은 액수가 아니라고 말한다. 기금운용본부장 정도의 커리어라면 어디를 가든 이것보다는 좋은 처우를 받을 거란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다만 현재 거론되고 있는 기금운용위원회가 상설화 될 경우 유인책은 될 것으로 보인다. 기금운용본부장은 주요 의사결정자로 정부입김에서 자유로워지는데다 전문성을 살릴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 경우 현 정부 정책을 잘 이해하는 인사가 차기 기금운용본부장에 오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국민연금 출신 투자담당자는 “처우 보다는 명예가 큰 자리인데 최근에는 이마저도 땅에 떨어지면서 지원자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라며 “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성·전문성 확보가 이뤄진다면 관심을 보이는 인사가 늘어 날 수는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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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8월 09일 16:2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