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적자 지속…더블스타 내 기업가치 의문 기류 커져
산자부·산업은행 내 매각 강행 '후폭풍' 우려하는 목소리도
-
금호타이어 인수를 추진 중인 중국 더블스타 타이어가 금호타이어 인수가격을 8000억원으로 낮춰줄 것을 채권단에게 요구했다. 실적 하락 등 부진이 이어지며 회사의 기업가치가 훼손된 점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도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도 더블스타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기로 가닥을 잡으며 매각 구도는 새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컨소시엄 방안 허용 등을 끊임없이 주장해 온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요구를 전격 수용, 인수전을 조기에 마무리 짓는 카드도 채권단 내에서 언급되고 있다. 다만 방위사업 관련 정부 승인이라는 고비가 남은 상황에서 거래 강행에 대한 정치권 등 외부 변수가 여전히 불씨로 남아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더블스타측은 지난 3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며 합의했던 ‘우발 채무에 따른 손해배상 한도’를 근거로 매각 측에 가격 인하를 요구했다. 양 측은 당시 매각 금액의 최대 16.2%, 금액으로는 약 1550억원을 한도로 설정했다. 이를 반영할 경우 더블스타의 인수가격은 기존 약 9550억원에서 최대 8000억원까지 낮아지게 된다.
애초에는 인수가격을 직접 깎는 방식은 고려되지 않고 ▲한도 금액을 에스크로(용도제한계좌)에 예치하는 방안 ▲우발채무가 현실화된 이후 청구 시 채권단이 지급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왔다.
하지만 올 상반기까지 금호타이어의 실적 부진이 깊어지면서 더블스타측은 즉각적인 가격 인하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계약 선행 조건으로 명시됐던 ‘거래 종결 직전 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5% 이상 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조항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더블스타는 별다른 잡음 없이 일방적으로 거래에서 발을 뺄 수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가 지연되면서 더블스타 내에서도 '인수 이후에도 실적 부진을 극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내부 여론이 커졌다”라며 “결국 가격 인하 폭에 거래 진행 여부가 달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채권단 내부에서는 이런 더블스타 측 요구를 수용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이르면 주중에 박삼구 회장의 우선매수권 부활 및 컨소시엄 허용 두 가지 안건을 협의할 전망이다. 안건이 통과될 경우 채권단은 박삼구 회장에게 한 달 내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물을 예정이다.
매각 주체인 산업은행 및 채권단 입장에선 복잡한 속내가 감지되고 있다. 더블스타 측 요구를 받아들이면서도 원활한 거래 종결을 위해 박삼구 회장의 우선매수권 부활을 막는 방안을 법무법인 광장을 통해 고심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형평성 문제로 인해 이 같은 방안은 쉽지 않은 분위기다.
거래 관계자는 "산업은행 내부에선 박삼구 회장의 우선매수권 효력이 남아있을 당시 박 회장과의 대립보다 정치권 등 외부 압력에 더 시달렸다 보니 어떻게든 우선매수권 부활은 피하려 했지만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채권단이 컨소시엄 구성 허용안까지 꺼낸 것은 외부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도 풀이된다. 채권단은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경우 약 800억원의 계약금을 수령할 계획이다. 박 회장이 잔금 모집을 완료할 경우 금호타이어를 품에 안게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계약금은 모두 몰취된다. 채권단은 컨소시엄 구성 외에도 과거 박삼구 회장이 요구했던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등 대부분의 안을 허용할 예정이다
채권단 내 관계자는 "그동안 박삼구 회장이 외곽에서 이의를 제기해 왔던 사안들을 전면 수용해 잡음을 최소화한 후, 거래를 빠르게 다시 진행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양 사의 협상 외에 정치·외교적 측면의 부담도 여전히 변수로 남아있다.
더블스타는 지난 16일 산업자원부에 방위사업체 매매 관련 승인 절차 신청을 마쳤다. 수차례 반려 끝에 접수 절차를 밟는 데 성공했다. 국내 및 해외에서의 기업결합승인 등 다른 인허가가 잡음 없이 진행되는 가운데, 국내에서의 방산 관련 승인 절차가 마지막 고비로 거론돼왔다.
금호타이어의 전체 매출 중 방산관련 매출은 약 0.2% 수준에 불과한 만큼, 부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그간의 평가였다. 다만 지난 5월 대선에서 금호타이어의 해외 매각이 의제화 됐고,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한 정치권의 개입도 이어져 왔다. 최근 들어 노조까지 매각 반대로 돌아서는 분위기 속에서 여전히 정부 차원의 개입이 변수가 될 것이란 우려도 만만치 않다.
거래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매각이 어쩌면 청와대 결정까지 필요한 사안으로 비칠 정도지만 현재 전혀 언급되지 않는 상황으로 알고 있다”라며 “산자부는 물론 산업은행 내에서도 윗선의 승인 없이 강행했다가 향후 2중 3중의 ‘감사’가 있을 수 있다는 정치적 부담까지 언급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8월 2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