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명함 못 내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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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도가 그 어느 정부보다 셀 것임이 명확해졌다. 이러면서 서초구는 사실상 현 정부의 마지막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주택 건설사들에 있어 강남권 재건축 시장이 갖는 의미는 크다. 이 일대의 재건축을 맡는다는 것은 대한민국 최고의 건설사라는 영광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형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치열한 수주 경쟁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몇몇 건설사는 내부 방침이나 경영 리스크 등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자제하고 있다. 시장에선 강남권 재건축을 기점으로 아파트 브랜드 선호 지형도에 변화가 생길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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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내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단지는 총 13곳으로 공사비만 약 6조5000억원에 달한다. 건설사들은 강남 주요 지역 재건축 단지 시공사로 선정되면, 브랜드 홍보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개별 공사비만 수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수년간의 먹거리 걱정도 덜 수 있다. 대형 건설사들 입장에선 이번 강남 재건축에 사활을 걸었다.
건설사들의 수주전은 과열 양상이다. 상위 10곳의 건설사 중 가장 공격적으로 수주에 나서고 있는 곳은 현대건설·대림산업·GS건설·현대산업개발 등이다.
단연 강남권 재건축 단지 중 최대어로 꼽히는 반포주공1단지(1·2·4주구)에는 현대건설과 GS건설이 맞붙었다. 공사비만 2조원이 넘고, 총 사업비는 10조원가량으로 예상된다. 양사 모두 사업의 위험
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판단이다.
강남권 공략에 나선 현대건설은 프리미엄 전략을 표방하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 '디에이치(THE H)'를 앞세워 반포1단지 수주전에선 글로벌 설계회사인 HKS와 손잡았다. 개포동 지역에서의 대규모 수주에 이어 반포 수주를 통해 강남권에 확실히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2015년 재건축 수주 1위를 기록한 GS건설은 올 들어 공격적인 수주는 없었지만, 반포1단지엔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방배5구역 시공사 선정 수의계약을 앞두고 있고, GS건설은 잠실미성과 방배13구역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아크로(ACRO)를 내세운 대림산업과 아이파크를 앞세운 현대산업개발은 서초 신동아 재건축 시공사 선정에서 격돌한다. 지난해 재건축 수주 1위를 기록했던 대림산업은 GS건설과 마찬가지로 올해 들어선 이렇다 할 재건축 수주가 없었다. 현대산업개발 역시 올해 들어 강남권 수주가 없었던 탓에 양사 모두 사활을 걸고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모든 대형 건설사들이 이런 것은 아니다. 시공능력평가 1위, 아파트 브랜드 선호도 1위인 삼성물산은 한 때 주택시장 철수설이 불거졌었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지난해부터 재건축 시장에 참여를 계획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반포1단지는 대형 건설사들이 수년 전부터 수주를 위해 공을 들인 가장 뜨거운 곳이다. 재건축 현장 설명회에는 총 9개 건설사가 참여했는데 상위권 건설사 중에선 삼성물산만 유일하게 불참했다.
삼성물산 측은 선별적인 수주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포주공1단지의 경우, 조합 측에서 공동사업시행방식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사업 위험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기존 재건축 사업의 경우 대부분 단순도급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공동사업시행방식에 비해 기대 수익은 크지 않지만 미분양을 비롯한 사업 위험을 최소화 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삼성물산은 향후 강남권에서 재건축 수요가 충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앞으로도 공동사업방식의 사업은 추진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다소 차이가 있다. 이재용 부회장 부재와 같은 내부 사정으로 공격적인 사업 확장은 부담이 될 것이란 평가다. 또한 수년간 재건축 시장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던 탓에 인력과 조직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래미안’의이미지도 예전에 비해 퇴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우건설도 프리미엄 전략을 쓰고는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 써밋(SUMMIT)을 내세워 강남권 재건축 수주를 계속 검토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실제 수주는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부정 회계 이슈와 경영 리스크는 해소되지 않았고 푸르지오 브랜드 인지도도 약해지고 있어 경쟁사들에 비해 경쟁력이 뒤쳐지고 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내달부터 매각 작업이 시작되기 때문에 공격적인 수주 경쟁에 뛰어드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더샵' 포스코건설은 과천주공1단지에 이어 방배5구역 시공권이 박탈되며 이미지에 타격을 받기도 했다.
이번 강남 재건축 수주전을 기점으로 한동안 큰 변동이 없던 아파트 브랜드 선호도에 변화 움직임이 있을지는 건설 업계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 추세라면 공격적인 수주 경쟁을 펼치고 있는 현대건설이 업계 1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삼성물산이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브랜드 가치 추가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1등은 래미안으로 굳어졌던 업계 내 브랜드 순위가 뒤바뀔 여지가 커졌다"고 평가했다.
수주전에 뛰어든 건설사들의 경우 내상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 사업이 사실상 막혀 있는 상황에서 국내 주택사업에 ‘올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재건축 수주 열기가 약해질 것에 대비해야 하지만, 마땅한 사업 다각화 전략은 없는 실정이다.
잠재적인 해외 사업 부실 가능성이 열려 있는 대림산업, GS건설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그럼에도 일단 올 연말까지는 재건축 시장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는 게 대형 건설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내년에서야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수익성 위주의 사업전략을 다시 수립하겠다는 계획이다. 만큼 올 연말에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서 웃을 수 있을 지가 더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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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8월 2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