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경영' ZKW와의 협상 결과에 인수 여부 갈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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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대신 자체 R&D 강화’가 그룹 정체성인 LG가 ZKW를 인수하기 위해 조(兆)단위 쌈짓돈을 풀었다. 자동차 업계에선 기존 부품업체의 ‘플랫폼’을 통한 고객망 확보 없이는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기 어려운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해 삼성의 '하만' 인수를 지켜봤던 LG 입장에선 단 한 번의 거래로 시장에 발을 내딛을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한 셈이다. 다만 가족기업으로 운영돼 온 ZKW의 특성상 거래 완료까지는 만만치 않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ZKW가 속한 자동차용 헤드라이트 업계는 5~6개 소수 업체가 시장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한다. ZKW 외에 일본 고이토(Koito)와 스탠리, 독일의 헬라(Hella), AL(Automotive Lighting) 등 글로벌 업체들이 과점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ZKW는 실제 매출 및 수익성 측면에선 아직 글로벌 선두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신 ▲회사 매출 비중 중 포드, 포르쉐, BMW, 다임러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비중이 큰 점 ▲프리미엄 차량 브랜드 내 점유율을 선점한 점 등이 경쟁력으로 꼽히고 있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ZKW가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난해 말부터 주요 고객인 완성차 업체들이 '일정 물량을 보장해줄테니 LG 등 일부 회사에 매각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식으로 제의한 것으로 알고있다"고 설명했다.
LG그룹이 ZKW를 품게 되면 그동안 고민거리였던 1차 부품 공급사(Tier 1) '플랫폼'을 확보하게 된다. 자동차 부품업계는 높은 기술장벽과 누적된 고객망 등 산업 환경으로 부품사간 분업 구조가 굳어져 있다. 예를 들어 LG이노텍이 오랜 기간 차량 LED 관련 전장사업을 꾸려왔지만, 국내에선 현대·기아차에 직접 납품하는 대신 1차 공급사인 만도·모비스를 거쳐야 납품이 가능했다. LG전자가 직접 혹은 ZKW를 통해 각 계열사의 전장 부품을 고객사들에 '패키지' 형식으로 납품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는 셈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최근 CES에서도 마그네티마렐리·고이토(koito) 등 글로벌 전장업체들이 전조등 등 헤드램프에 초음파 센서·레이더·라이다 등 IT를 접목한 기술을 뽐내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ZKW의 기술력과 고객망을 바탕으로 LG전자·LG이노텍 등 기존 계열사들을 활용해 LG그룹이 자동차 전면 부품 ‘프론트엔드’를 전담해 완성차에 공급하는 전략을 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전장 부품 사업 내 후발주자인 LG 입장에선 ZKW가 '진입하기 어려운 과점 시장+적당한 가격’이라는 조건을 충족하는 매물인 셈이다. LG그룹 내에서 LG전자가 지난해 VC사업본부 내 '라이팅 사업' 담당 조직을 신설하는 등 사업 확장을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그룹 내에선 ㈜LG가 LG실트론을 매각해 실탄을 확보한 배경에도 ZKW 인수를 포석에 둔 행보라는 얘기가 나온다.
매각측 특성 상 '깜깜이 거래'로 진행될 가능성은 변수로 꼽힌다. 거래에 밀접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거래는 '인수의향서 접수·예비입찰 및 본입찰·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 절차로 진행되는 통상적인 M&A 거래와 달리 매각측에서 매각 절차 및 일정을 통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몇몇 업체들이 검토하고 있다는 것 외에는 인수 후보, 인수가격 등 매각측이 모든 정보를 비밀리에 유지하며 거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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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8월 29일 17:56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