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은 현재 진행형…인력도 수주물량도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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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이 사실상 그룹의 '지주회사'를 자처하고 있다. 건설 부문의 사업 확장을 자제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대주주로서 배당과 계열 공사만으로도 수익창출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이다. 개별 사업부 실적은 부진하지만 이 자신감을 바탕으로 '보수적'인 영업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물산의 주력인 건설부문 수주는 저조하다. 2013년 41조2000억원에 달하던 수주잔고는 올 상반기 27조8000억원으로 떨어졌다. 소폭 상승한 플랜트 부문의 수주를 제외하곤 모든 부문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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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의 합병 이후 선별적인 수주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위기감을 느끼고 재차 플랜트·주택 분야 임직원들에게 공격적인 영업을 주문했다. 사활을 걸고 재건축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대형 건설사들 사이에선 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물산의 재등장을 주목했지만, 현재까지 삼성물산의 참여는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이다.
공사비 7500억원, 사업비만 수조원으로 예상되는 서초구 방배5구역 재건축 공사에서 삼성물산은 시공사 선정의 유력한 후보였다. 하지만 최종 입찰엔 결국 참여하지 않았다. 수 차례 알짜사업장 입찰에서 발을 뺀 삼성물산은 공동사업시행방식 등 위험성이 높은 사업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방배5구역 재건축 사업은 '도급제'로 시공사를 선정하기로 했고 현재는 현대건설이 수의계약을 앞두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방배5구역 재건축 조합에서 삼성물산을 유력한 후보로 거론하며 입찰에만 참여한다면 거의 시공사 선정이 확실시 되는 공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론 불참했다"며 "재건축 사업을 다시 해보겠다고 했지만 최근엔 다시 래미안 수주는 하지 말라는 지침이 생긴 듯 하다"고 말했다.
소극적인 영업은 경영진의 기조와 맞닿아 있다.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무리한 사업확장을 자제하라는 지침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한 관계자는 "최근 최치훈 사장이 문제가 있는 사업현장 몇 곳에서 간담회를 열고 사업확장을 자제하라는 식의 지침을 전했다"며 "삼성전자의 배당과 삼성전자 계열의 공사만으로도 사업이 충분히 가능한데 왜 자꾸 일을 벌이려고 하느냐는 지적도 했다"고 했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의 실질적인 최대주주다. 삼성전자 지분율은 4.57%에 불과하지만 오너일가와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 중이다.
삼성전자가 호황을 맞으며 삼성물산은 가장 큰 수혜를 얻고 있다. 배당수익이 대표적인 예다. 2015년 연간 총1225억원이던 배당금은 올해 들어 25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삼성전자가 발주하는 공사는 삼성물산의 주요 수익원으로, 평택반도체 마감공사(5700억원), 화성반도체(5704억원), 평택 창고(1410억원) 등이 올 상반기 주요 수주실적이었다.
삼성물산의 그룹 내 위상은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사업적으론 이렇다 할 실적은 나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구조조정이 지속되면서 '성장 동력', 즉 일할 사람이 없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제일모직과 합병한 2015년 1만500여명이던 정규직 수는 올 상반기 1800명 가까이 줄었다. 대부분 주력사업인 건설부문 인력이 주요 구조조정 대상이었다. 보수적인 수주 기조도 물론이거니와 인력부족으로 인해 좁아진 영업망도 부진한 영업실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구조조정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룹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의 구조조정은 전형적인 최치훈 사장의 경영 스타일이다"며 "퇴사를 권유 받기도 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에피스, 제일기획 등 계열사 전보도 포함돼 있다"고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엔 재무와 인사, 기계관련 직군 인력들이 바이오에피스엔 프로젝트 경험이 있는 실무자급이 주로 전보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 지배구조 측면에서 삼성물산을 긍정적으로 바라는 투자자들도 있다. 다만 그룹의 위상을 믿고 지나치게 계열사 의존도를 높이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을 포기한 상황에서 삼성물산의 역할론이 커진것은 사실"이라며 "삼성물산 경영진도 회사를 사실상 지주회사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만 믿고 사업 부문의 성장을 소홀히 하는 모습은 안타깝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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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8월 2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