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산, 호텔 투자 등 주의해야 할 투자로 분류
동양·ABL생명 대주주인 안방보험 행보에 영향 미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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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해외 투자에 본격적으로 제동을 걸고 있다. 수개월 전부터 중국 기업들의 해외 거래 불발이 이어지며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였지만 이번엔 '가이드라인'까지 공개됐다.
중국 안방보험이 대주주로 있는 동양생명·ABL생명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금융업계에선 이번 중국 정부의 조치가 이들 두 보험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투자도 극도로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중국 국무원은 최근 중국 기업의 해외투자 범위에 대한 규제를 공고했다. 금융시스템의 레버리지(차입)과 리스크를 줄이려는 대책의 일환이다. 제한 대상에는 해외 부동산, 호텔, 오락업체, 스포츠 클럽 등에 대한 투자가 포함돼있다. 다만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과 연관된 인프라 투자는 적극적으로 장려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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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지금껏 나온 정부의 관련 지시 가운데 가장 강력하고 명확한 지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 기업이 차입을 통해 자본을 해외로 도피시키고, 이로 인해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는 현상을 더이상 중국 정부가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 표명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 규제가 현실화할 경우 안방보험의 자회사인 동양생명과 ABL생명(옛 알리안츠생명)도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방침은 기본적으로 중국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하지만, 중국 기업의 해외 계열사도 일정부분 연관된다.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해 정부가 명확히 선을 그은 상황에서 해외 계열사를 통한 우회 투자를 허용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지적이다.
자산운용 수익률 제고를 위해 일정부분 부동산 자산을 편입하지 않을 수 없는 보험사 입장에서 이 조치가 국내에 어떻게 적용될지가 관심이다. 안방보험을 통한 해외 부동산 연계투자는 사실상 막힌 셈이고, 국내에서의 부동산 투자도 소극적으로 바뀔 수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안방보험의 해외 부동산투자에 ABL생명도 투자자로 참여했다는 말들이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나왔다”라며 “중국 정부가 해외부동산 투자를 가로막으면 이들 두 보험사의 자산운용 전략에도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국내 보험사 인수의 주역인 우샤오후이 회장이 당국의 조사를 받으며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점에서 불안정한 지배구조에 대한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우샤오후이 회장은 동양생명 인수 당시 직접 한국까지 찾아오면서 딜을 진행시킨 인물이다. 우 회장의 정부 조사가 이들 두 보험사 인수 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투자업계에선 두 회사와 관련된 투자 건은 기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주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는 마당에 이들과 얽힌 투자에 나섰다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지난 5월말 1만1000원 수준이었던 동양생명 주가는 현재 17% 떨어진 9000원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우샤오후이 회장의 체포설이 불거진 이후 줄곧 하락세다.
더욱이 안방보험은 국내 투자자와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지 않아 원성을 사고 있다. 증권가 연구원들은 리포트를 통해 동양생명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으며, 불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이 지속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국내 한 기관투자자는 “투자자들 사이에선 안방보험이 대주주로 있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에 대한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라며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가 이런 분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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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9월 0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