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 밸류에이션에 '단일게임 회사' 리스크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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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최대 규모 게임업체 기업공개(IPO)로 꼽히던 펄어비스가 공모 흥행에 실패했다.
수요예측 단계에서는 기관투자가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기세를 올렸지만, 일반청약에선 정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올 상반기 상장 과정에서 비슷한 전철을 밟은 넷마블게임즈의 학습효과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펄어비스는 지난 5일부터 이틀간 IPO 일반 공모 청약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일반투자자에게 배정된 36만주에 대해 15만여주의 청약이 접수됐다. 청약경쟁률은 0.43대 1, 청약증거금 규모는 79억여원에 그쳤다.
펄어비스 상장 공모는 시가총액 1조원, 공모규모 1854억원의 올 하반기 최대 규모 거래 중 하나였다. 지난 5월 상장한 넷마블에 이어 주목받는 게임업체 상장으로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말 진행된 수요예측에선 경쟁이 치열했다. 388곳의 국내외 기관이 참여해 8800만여주를 배정 신청했다. 수요예측 경쟁률은 62.4대 1이었다. 1개월 이상 보호예수를 확약한 신청 주식 규모만 550만여주로, 총 공모 주식 수의 3배에 달했다.
이에 힘입어 펄어비스는 8만~10만3000원으로 제시한 공모희망가밴드 최상단인 10만30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펄어비스의 최근 3분기 연환산 주당순이익(EPS)는 3188원이다. 공모가의 주가순이익비율(PER)은 32.3배 안팎이다.
이는 펄어비스가 유사기업으로 선정한 엔씨소프트(35.4배)와 비슷한 수준이며, 웹젠(16.6배)보다 높다. 주 영역이 다르긴 하지만 매출 규모가 비슷한 선데이토즈(12배) 보다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예상보다 높은 수준으로 공모가가 확정되자 일반 투자자들의 청약열기가 빠르게 식었다. 펄어비스는 PC용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검은사막' 단 하나의 게임을 개발한 업체다. 현재 매출도 모두 이 게임에서만 나온다.
검은사막의 해외 진출이 성과를 내고 있긴 하지만, 국내를 대표하는 최고 게임개발회사이자 복수의 게임 포트폴리오를 갖춘 엔씨소프트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결과는 올해 일반기업 중 가장 낮은 청약경쟁률로 나타났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를 제외하면, 경쟁률 1대 1을 넘기지 못한 IPO 공모는 올해 ING생명과 펄어비스 뿐이다.
증권업계에선 '넷마블 학습효과'도 흥행 실패 원인으로 꼽는다. 2조6600억여원을 공모하며 시가총액 13조원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넷마블은 상장 첫날부터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고, 상장 사흘째 되던 날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떨어져 3개월 가까이 지나서야 공모가 수준을 회복했다.
넷마블 역시 국내외 기관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며 수요예측 흥행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에 힘입어 공모가를 밴드 최상단으로 확정했다. 그랬던 넷마블의 주가가 12만원대까지 흘러내리는 모습을 지켜본 일반투자자들이 비슷한 흐름을 따라가고 있는 펄어비스에 마음을 열지 않았다는 평가다.
한 자산운용사 공모주 관계자는 "최근 3~4년새 상장한 게임업체들은 대부분 상장 당시엔 주목을 끌었지만 이후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경우가 잦았다"며 "가격책정(밸류에이션)이 다소 공격적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펄어비스는 오는 14일 코스닥시장에 상장돼 거래를 시작한다. 시가총액은 1조2000억여원으로 코스닥 20위 수준이며, 상장 게임업체 중에선 다섯번째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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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9월 06일 17:3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