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고민하던 바이오로직스, 은행 대출로 '선회'
사업부진 시달리는 삼성重…사모채·전단채로 자금조달
오너·사업 리스크 해소되지 않는 한 당분간 기조 이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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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공모 회사채 시장에선 '삼성'을 찾아보기 힘들 전망이다. 한 때 회사채 시장의 빅 이슈어(Issuer)로 불리며 투자자들을 끌어 모았던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총수의 구속과 일부 사업의 실적부진이 맞물리며 순상환 기조로 완전히 돌아섰다. 오너 리스크(위험성)가 해소되지 않고 사업 부진이 지속되는 한 이 같은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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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3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계획돼 있던 삼성물산은 이중 5300억원을 현금상환 했다. 오는 10월엔 1000억원, 11월엔 20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회사는 10월 만기 회사채 역시 현금으로 상환한다는 계획이다. 11월 만기 회사채의 대응 방안은 현재까지 확정하지 않았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는 탓에 시장에선 순상환을 예상하고 있다.
하반기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대규모 자금 조달이 예상됐던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올해는 회사채 발행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이중 상당 부분을 차입금 상환과 시설투자에 사용했다. 올해 1분기엔 창립 이래 첫 흑자를 기록했고 추가 설비투자를 위한 자금마련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됨에 따라 투자자들 사이에선 회사채 시장 빅 이슈어로 등장할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 상반기 국내 신용평가사들에 신용등급을 받기 위한 작업에 착수, 최고 AA급 이상을 기대했다. 하지만 올 2분기 실적이 다시 적자로 돌아섰고 최대주주인 삼성물산과 그룹 계열사들이 발행에 나서지 않는 상황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진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당초 원하던 신용등급을 받기는 어려웠고 그룹발 이슈들이 계속 발생하면서 발행에 나서지 않기로 결정한 것 같다"며 "당분간 필요한 자금은 은행권 차입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고 이미 각 은행들의 투자심의위원회를 통과한 상태이기 때문에 자금조달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주요 계열사들의 이 같은 행보는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등 그룹의 치부를 드러내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오너 일가가 주요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이 공모 발행에 나설 경우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를 통해 오너 및 사업 위험성 등을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
올해 삼성그룹에선 호텔신라가 유일하게 공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호텔신라는 오너 일가가 직접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고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등 대주주의 이슈가 크지 않은 탓에 '자신 있게' 발행에 나설 수 있었다는 의견도 있다.
삼성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과 오너일가가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이 굳이 회사채 발행에 나서 오너 리스크를 부각시킬 이유가 있겠나"며 "삼성그룹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이목이 어느 때보다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자금 조달에 대한 고민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삼성물산 측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으로 차입금을 충분히 상환할 능력이 있다"며 "(순상환 기조에 대해) 오너와 거버넌스 이슈로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룹의 상황과 맞물려 실적부진에 시달리는 계열사들은 자금조달에 더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20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남아있다. 회사의 신용등급은 BBB+(부정적)로 사실상 회사채 시장에 나오긴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사모사채 발행을 통해 1420억원을, 전자단기사채(ABSTB) 발행을 통해 1500억원을 마련했다. 회사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 206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적자 2836억원)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사업을 통해 차입금 대응에 나서기엔 부족하다. 올 상반기 기준 삼성중공업의 총 차입금은 4조5000억원, 부채비율은 137%다.
당분간 비교적 여유가 있는 계열사들은 순상환 기조를 이어가는 반면 그렇지 못한 계열사들은 수면 아래에서 자금조달을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사를 제외한 삼성 계열사의 내년 만기도래 회사채 규모는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한 당분간 공모시장에서 삼성그룹을 찾아보긴 어려울 것 같다"며 "대부분 순상환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자금조달 꼭 필요한 계열사들의 경우 사모로 자금을 조달하거나 최악의 경우 이미지 타격을 감수하고도 전자단기사채와 같은 단기 자금마련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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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9월 0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