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특별여신점검…현대차계열 비중 낮추는 기관투자가
부품사 실적 악화도 가시권…PEF 투자 회수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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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의 중국시장 부진은 이미 상수가 됐다. 사드(THAD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속에서 현대차는 이렇다 할 사업적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사드 문제 해결'을 가정했던 국내 금융사들은 현대차의 중국시장 부진이 장기화할 것으로 입장을 바꾸고 있다. 금융지주·시중은행·증권사·자산운용사는 물론 현대차 관련 기업에 투자한 사모펀드(PEF)까지 대책마련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현지에서 판매가 30%이상 감소하는 등 현대차의 중국시장 부진은 계속돼 왔다. 그런데도 금융투자업계는 "사드 배치 논란으로 인한 단기 이벤트다", "여전히 글로벌자동차 메이커에 비해 PER(주가수익비율)과 PBR(주가순자산비율) 모두 저평가 돼 있다"는 긍정적인 의견들을 내놨다.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주가 상승 기대감이 더 커지기도 했다.
'현지공장 가동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자 현대차를 바라보는 금융권의 시각은 180도 달라졌다. 현대차를 다루는 금융기관 연구원들은 이제 '사드 논란이 해소될 경우를 배제'한 자체 리포트를 작성하며 전에 없던 밤샘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 금융지주사의 자동차 담당 연구원은 "현대차 상황이 이렇게까지 나빠질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계열 은행과 증권사 등에서 매일 같이 현안에 대한 보고서를 요구하고 있고 현 상황이 장기화할 것을 전제로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올해 초부터 현대차 관련 기업에 대해 '리스크 관리'에 나섰던 은행들은 '특별여신점검'에 돌입했다. 이미 은행권에선 현대차 2·3차 협력업체와 1차 협력업체까지 직접대출 축소와 간접여신 및 한도대출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여신규모를 줄여나가고 있다. 현대차의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도 하도급 업체 중 재무안정성이 취약한 기업의 여신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연이화·화승R&A·화신·세종공업·한국프랜지·에코플라스틱·덕양산업 등 비교적 규모가 큰 1차 협력업체도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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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에 대한 우려감은 주가 흐름을 바꿔놓았다. 올 상반기 7000억원가량의 현대차 주식을 순매수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하반기 들어 약 3000억원의 순매도로 돌아섰다. 올 상반기 17만원에 달하던 현대차 주가는 현재 13만원대로 떨어졌고 최근 3년간 최저가인 12만원 초반을 눈앞에 두고 있다.
대형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상반기가 지날 때까지만 해도 현대차 부품사 정도만 투자비중을 줄였지만 현재는 현대차에 대한 (주식)투자 비중까지 낮추는 상황"이라며 "현대차 관련 기업 전체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지고 일부 기업 주식은 기관투자가들 사이에 '매도'하자는 컨센서스가 생기고 있다"고 했다.
현대차 부품업체에 투자한 PEF들도 고민이다. 현대차와 함께 중국에 진출해 있는 기업은 물론 국내에서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까지 해당된다. 중국시장 부진으로 인한 현대차의 전반적인 수익성 악화가 부품사들에 '단가인하' 압력으로 연결되고, 결국엔 현대차와 거래선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으로까지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PEF운용사 한 임원은 "현대차의 수익성 부진이 생각보다 심각해 현재 투자기업에 대한 자금 스케쥴을 조정하고, 필요할 경우 추가적인 자금투입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기업은 사업을 계속할 수 있느냐의 문제, 대주주인 PEF는 향후 정상적인 엑시트(투자회수)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서로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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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9월 10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