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통신사 대비 낮은 수준의 배당성향 지적
'4차 산업 리더' 내세우지만 투자 성공 사례 많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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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통신비 인하 직격탄을 맞은 SK텔레콤(이하 SKT)이 국내외 투자자들의 '주주 환원' 요구에도 직면했다. 통신망 투자 등 대규모 지출은 끝났고 호황을 맞은 자회사 SK하이닉스를 통해 현금 유입이 안정적인만큼 SKT도 이제 글로벌 수준의 배당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다.
SKT는 이른바 '4차 산업'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한 미래 산업으로의 투자가 필요한 점을 들어 난색을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은 SKT의 실체 없는 투자 계획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실패 사례가 축적되며 시장 신뢰를 잃은 신사업 투자 경력도 다시금 언급되고 있다.
SKT 등 국내 통신사들은 그동안 전국 통신망 투자, 점유율 유지를 위한 보조금 지급 등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이유를 들어 주주들의 배당 확대 요구를 방어해왔다. 하지만 지난 2015년 이후 LTE 전국망 투자 등 굵직한 설비(CAPEX) 투자가 끝나면서 회수기를 맞이했다. 보조금 정책 등 공격적인 마케팅도 일찌감치 '단말기 유통법'으로 막히면서 현금흐름 측면에서도 안정기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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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SKT의 '곳간'은 더욱 두둑해질 전망이다. 자회사 SK하이닉스가 호황을 맞아 배당 성향을 상향하기로 밝히면서, SKT의 수혜도 늘어날 예정이다. SK하이닉스가 올해 배당으로 전년 수준인 1조4000억원을 지급할 경우 지분 20.07%를 보유한 SKT의 배당금 유입은 약 3000억원에 달한다. SK하이닉스가 지난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내년까지 배당성향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힌만큼 SK하이닉스를 통한 현금 유입은 더욱 많아질 전망이다.
SKT의 주주 배당은 9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SKT는 2007년부터 8년간 주당 배당금을 9600원으로 고정했고, 지난해 들어서야 1만원으로 상향했다. 올해 배당 성향은 40% 수준으로 국내 3사중 가장 높지만, AT&T·버라이즌 등 배당성향이 90%에 달하는 미국 통신사들 대비로는 크게 못미친다. 국내외 투자자들의 성토도 이어져 왔다. 한 증권사 통신 담당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를 통해 늘어난 배당 수익만으로도 최소 주당 1만1000원 수준까지 배당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KT는 투자자들의 배당 확대 요구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공식적으론 유입된 재원을 5G·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 등 미래 산업에 대비하기 위한 투자에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더해 정부의 요금 인하 등 규제로 인한 수익 불확실성과 향후 자회사 지분 규제 해소를 위한 재원 마련도 숙제다.
투자자들은 배당 여력을 훼손할 만큼 단기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지 의문을 갖고 있다. SKT는 연초 3년간 최대 11조원의 투자 계획을 시장에 발표했다. 통상적인 CAPEX 투자금액인 6조원을 제외하면 신규투자는 3년간 5조원 수준이다. 이 금액도 SK브로드밴드 등 자회사와 합산한 금액임을 고려하면 SKT에 큰 재무부담은 아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대대적인 미래 5G 망 투자를 홍보하지만, 투자 시점 및 규모는 국제 표준이 정해질 2019년 이후에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 중국 등 글로벌 통신사 어느 곳도 아직 5G 투자 계획과 관련 재원마련 방안을 밝히지 않는 상황에서 SKT와 KT 모두 의도적으로 정부 정책에 호응하고 자사의 마케팅 차원에서 부풀려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SKT가 지속적인 투자 수요와 신사업 확장을 이유로 배당을 미뤄왔지만, 투자자들의 인내도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해석이다. 투자자들은 SKT도 ▲통신 본업에 집중하면서 배당에 집중하는 모델(미국 AT&T·버라이즌 및 일부 아시아권 통신사) ▲활발한 M&A, 지분 투자 등 투자 조직화(일본 소프트뱅크 및 유럽·남미권 통신사) 등 명확한 방향성을 보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투자자들 사이에선 일본 NTT도코모(NTT docomo)와 SKT가 '배당도 적고, 벌어들인 돈을 이해할 수 없는 투자로 까먹는 회사'로 보고 있다"며 "현재 SKT가 신사업을 담당해온 자회사 SK플래닛을 구조조정 하는 등 그간의 투자 실패를 인정하고 과거와 달라질 것이라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일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국내외 투자자들의 배당 요구가 KT, LG유플러스 등 다른 통신업체로 전이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KT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떠안은 대규모 손실, LG유플러스는 LTE 망 투자로 인한 재무부담 확대 등으로 SKT 대비 여파가 적었다. 하지만 3사 모두 수익성을 회복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등 일정 정도 궤도에 오른 만큼 보다 큰 주주환원 요구에 직면할 것이란 분석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3사 모두 당장 요금이 너무 비싸다는 국민 여론이 팽배한 상황에서 배당을 늘렸을 때의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약 40%에 달하는 외국인 지분을 고려했을때 해묵은 '국부 유출' 논란도 벌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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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9월 07일 13:4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