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의 90%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
이사장 교체 앞두고 책임문제 불거질까 심사 깐깐해졌다는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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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가 상장 예비심사에 까다로워지며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보신주의'에 빠진 거래소가 스팩의 '특수성'을 외면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올 들어 현재까지 총 23개 스팩이 일반기업과 합병을 추진하며 상장 예심을 청구했다. 이 중 심사 승인이 난 건은 9건에 불과하다. 통과율은 40% 수준이다.
특히 지난 6월 스팩 제도 도입 이후 한 달 청구 수로는 가장 많은 9건의 예심이 청구됐는데, 이중 승인된 것은 4개사에 불과했다. 2개사는 미승인됐으며 2개사는 통과 여부가 불투명해 자진 철회했다.
지난 3년간 스팩 청구기업의 90% 가까이가 상장 예심을 통과했던 것과 비교해 현저하게 낮아진 수치다.
사실 그간 IPO업계에선 스팩상장은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심사에는 문제가 없다는 분위기였다. 정부차원에서도 제도를 간소화해 스팩상장을 유도한데다, 제도 자체의 성격상 상장심사가 중요하지 않다는 점도 작용한 결과다.
스팩은 메인스폰서(핵심발기인)인 증권사와 주요 발기인이 설립 후 합병에 적합한 유망한 기업을 필터링하는 과정을 거친다. 스팩이 해당 기업과 합병해도 되는지는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최종 결정한다. 상장 및 합병의 책임을 지는 스폰서가 존재하며, 최종의사결정기구인 주주총회를 거쳐야 한다는 점이 일반 상장과는 다르다.
합병할 회사를 찾으면 이사회 결의 후 합병공시를 하고, 예심절차를 거친다. 예심에 통과하면 주주총회를 거쳐 합병이 확정된다. 즉, 거래소가 승인해주지 않으면 주주총회에 찬반여부를 물을 기회가 사라진다.
이 때문에 거래소의 최근 행보는 스팩이라는 제도 자체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라는 뒷말이 증권업계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사장 교체 시기와 맞물려 행여 심사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질까 최대한 깐깐한 잣대로 심사에 나서고 있다는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비단 스팩 상장 뿐만 아니라 지난 정권기간 크게 활성화됐던 기술특례 등에서도 이와 같은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마치 스팩 초기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스팩이 처음 도입될 당시 스팩 주가가 이상 급등하고, 내부통제 미비로 문제가 된 ‘네오세미테크 사태’가 터지면서 심사가 까다로워진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스팩 상장이 활성화되고 지정감사제 도입 등으로 제도가 보완되면서 우회상장에 대한 논란은 잠잠해졌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이사장 교체 시기와 맞물려 거래소의 보신주의가 극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내부심사 등 여러 이유를 들어 상장심사를 통과해 주지 않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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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9월 12일 11:2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