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동기부여·신사업 진출 용이한 지배구조 고민
보안사업 관심도 일부 드러내
-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 전환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통신업은 사업 자회사로 분할해 전담시키고, 신설될 중간 지주사를 통해 신사업 발굴·인수합병(M&A) 등 '4차 산업' 전환에 대비하겠다는 복안이다. 최근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그룹 내 중간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과 글로벌 IT회사 구글의 지주사 '알파벳' 사례를 제시하며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리기도 했다.
SK텔레콤은 지난 7일 제주도에 국내외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초청해 비공개 투자자설명회(IR)를 개최했다. 주요 임원들이 자리에 참석해 회사의 사업 진행 상황과 미래 사업 전망을 제시했는데 박정호 사장은 "현재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지만 아직 적당한 시점은 정하지 않았다"고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을 직접 언급했다. 올 초 장동현 전임 사장이 주주총회에서 직접 "SKT의 중간 지주사 전환은 (현재까지)논의된 바 없다"고 부인했던 점과 대조된 모습이다.
그간 시장에선 SKT의 중간 지주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을 꾸준히 지적해왔다(관련 기사). 현재의 통신업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하에선 회사의 비전대로 '4차 산업'을 이끌기엔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현장에서 박정호 사장도 SKT의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우리가 앞으로 하려는 성장 사업도 규제 사업(통신업)에 묻어 가다보니 성과가 드러나지 않는다"며 "신사업에서 실패하더라도 '그러려니'하는 사례들이 너무 많다"고 얘기했다. 이 같은 박 사장의 깜짝 발언에 참석한 임원들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
박정호 사장이 명확한 종결 시점과 지배구조안을 확정적으로 제시하진 않은 만큼 구체적 진행 시점은 미지수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자회사화(化)를 병행하는 대규모 조정이 될 지, 아니면 통신 자회사만 분리하는 소규모 작업이 될 지가 관건이다. 박정호 사장은 IR 현장에서 SK이노베이션과 구글의 지주사 '알파벳' 모델을 예로 들었다. 양 사 모두 기존 사업은 사업 자회사가 전담하고, 지주사는 신사업 개발·M&A·지분투자 등 업무를 분담하는 구조로 짜여 있다.
기업가치 측면에서도 사업부문별(SOTP) 평가가 가능해지는 만큼 가치상승 여력이 더 커질 수 있다. 그룹 경영성과평가(KPI)에 '주가 부양'이 포함돼 있어 박 사장은 정기적으로 주가 관련 보고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
공격적인 사업 확장 계획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보안 사업에 대한 관심도 일부 드러내며 잠재 매물로 거론되는 ADT캡스 인수 추진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 자리에서 박 사장은 "국내에서 보안사업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곳은 SKT 뿐 아니겠냐"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SKT 중간 지주사의 사명도 관심거리다. '텔레콤'이라는 단어가 영위 사업을 통신업으로 국한시키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박정호 사장도 부임 이후 공식·비공식 자리에서 사명이 'SK텔레콤'인 점에 대해 자주 아쉬움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진다. 그룹의 4차 산업 밑그림을 총괄하는 입장에서 '텔레콤'이 규제 산업에 매몰된 조직으로 평가받는 점에 대한 불만이다. 사내에선 'IT산업에 이노베이션이라는 단어가 딱 들어맞는데 SK이노베이션이 먼저 써버려서 아쉽다'는 얘기들도 나온다.
가장 유력한 이름은 'SK투모로우(Tomorrow)'가 거론된다. SKT는 지난 7월 새 기업브랜드 캠페인 '씨 유 투모로우(See You Tomorrow)'를 발표하기도 했다. 씨 유 투모로우에는 대한민국 대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으로 더 좋은 내일을 만들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IR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박 사장이 '정체된 통신사(SKT)보다, 더 좋아질 수 있는 SK하이닉스에 가고 싶었다'며 진솔한 모습을 보였다"며 "역대 SKT CEO가 지배구조와 회사의 문제점에 대해 내비친 것은 처음이기에 개인적으론 최태원 회장이 박 사장에게 SKT의 변화를 주문하고 전권을 부여했다고 느꼈다"고 귀띔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9월 1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