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경로, 현대차 주요 판매지역
교체 및 신차수요 급증할 듯…재고처리 효과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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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동부 지역을 강타한 초강력 허리케인 하비(Harvey)와 어마(Irma)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공장까지 멈추게 했다. 자연재해 앞에 현지 기업들의 피해 규모는 늘고 있는 가운데 현대·기아차엔 이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차량 침수피해는 소비자들의 차량 교체 및 신차구매로 이어지고 현대·기아차의 재고 처리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달 말 하비와 지난 주 어마가 휩쓸고 간 미국 남부 지역엔 현대차의 알리바마 공장이 위치해 있다. 인근 조지아주엔 기아차가 공장을 운영 중이다. 기아차는 11일부터 14일까지(한국시간 기준), 현대차는 12일부터 14일까지 공장가동을 멈췄다. 회사는 '자연재해에 따른 안전사고 예방' 목적이라고 밝혔다. 두 회사가 공장 가동중단을 발표한 이튿날, 생산량 감소에 대한 우려로 양사의 주가 는 모두 하락세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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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의 피해는 사상자뿐 아니라 대규모 차량 침수 피해도 가져왔다. 하비로 인한 휴스턴 지역의 차량 침수피해만 최대 100만대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어마의 피해규모는 아직 산정되지 않았다.
대규모 차량 침수에 따라 새 차량으로 교환 또는 구매하기 위한 소비자들의 수요는 고스란히 완성차 업체의 판매 증가로 연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침수 차량들은 소비자가 차량손해면책제도(자차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침수 피해가 발생한 지역은 현대·기아차의 주요 소매 판매지역으로 다른 완성차 업체보다 현대·기아차의 수혜 규모가 특히 클 것이란 의견도 있다.
현대·기아차 입장에선 소비자들의 구매에 따른 효과뿐 아니라 재고 소진의 효과도 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허리케인으로 재고 차량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면 현대차 또한 보험을 통한 보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1년 5.6%에 달했지만 지난 달 4%까지 떨어졌다. 신차판매 효과가 잦아들었고 승용 차량에 집중하는 동안 미국 내 레저용(SUV)차량의 성장세에 따라가지 못한 점이 원인이 됐다.
현대차 판매가 호조를 보이던 2011년엔 딜러와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인센티브가 약 500달러(약 56만원)이었다면 현재는 최대 3200달러(약 360만원) 수준에 달한다. 인센티브는 증가하지만 판매량이 이에 못 미치는 탓에 수익률은 그만큼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유한 재고도 늘어 현대차의 재고보유일수(MOS)는 2011년 평균 2개월 남짓이었으나 지난 7월 기준 3.9개월까지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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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미국시장에 대한 전망과 상품기획 등의 실패로 판매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교체와 신차구매 수요에 힘입어 4분기 전망은 비교적 좋을 것으로 보인다"며 "신차 사이클을 앞두고 재고 차량 처리가 곤란스러운 상황이었는데 두 차례의 허리케인 덕분에 그 부담도 크게 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이에 현대차 관계자는 "7월 이후 재고 현황에 대해선 현재로선 파악하기 어렵다"며 "태풍으로 인한 피해규모 또한 명확히 밝히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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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9월 18일 10: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