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장기화 우려…”매력 없는 포트폴리오가 문제”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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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보복 장기화는 중국을 기회의 땅으로 삼았던 사모펀드(PEF)의 앞날도 흐리게 하고 있다. 중국은 해외 투자 규제가 여전하고 한국에 대한 감정도 좋지 않다. PEF들이 명시적, 묵시적으로 거론해 온 ‘거대한 시장’과 ‘막강한 자본력’이라는 키워드는 점점 더 힘을 잃어갈 전망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중국 자본은 눈먼 돈으로 비춰지곤 했다. 세계 각지에서 투자처를 불문하고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었기 때문이다. 금융회사나 기업은 물론 PEF들도 어려운 거래가 있을 때면 중국 자본을 거론했다. 거래 성사 여부를 떠나 분위기를 띄우고 시장의 관심을 모으는 효과가 있었다.
우리나라가 지난해 7월 사드 배치를 결정한 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중국이 우리나라 기업과 산업에 무차별적 규제와 제재를 단행했고, M&A 역시 어려워졌다.
PEF도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MBK파트너스의 ING생명보험 매각 무산이 대표적이다. 중국 자본들이 좋은 인수 조건을 제시했으나 사드 국면과 맞물리며 협상은 흐지부지 됐다. 올해 들어선 동부대우전자에 일찌감치 투자 의향을 밝혔던 중국 오크마그룹이 본격적 협상 단계에서 미온적인 모습을 보였다. 거래는 무산됐고 KTB PE 등 재무적투자자(FI)의 회수는 늦어지게 됐다.
이 외에도 한 대형 PEF는 음식료 업체를 중국에 팔기 위해 시도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제조업에 투자한 다른 대형 PEF도 중국 시장 확대를 꾀했으나 투자자 유치는 감감 무소식이다.
PEF의 자금 모집이나 운용에도 영향을 미쳤다. 핵심 출자자로 나섰다가 발을 빼는 금융회사, 공동 운용 약정을 저버리는 운용사 등 사례가 늘고 있다. 모두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생겼다며 양해를 구하지만 중국 정부의 눈치를 봤기 때문이란 시선이 많다.
거대한 중국 시장의 성장성이 기업 가치를 높여줄 것이란 기대도 이젠 옛말이 됐다. MBK파트너스의 코웨이가 지난해 중국 비데 시장 진출을 위해 콩가그룹과 손을 잡았고, VIG파트너스의 바디프랜드도 중국에서의 폭발적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기업에 대한 반감, 유사 제품의 난립으로 원하는 성과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기업을 인수한 어피니티(락앤락), 베인캐피탈(휴젤, 카버코리아) 등 글로벌 PEF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문제다.
중국 투자 유치 거래에 관여해 온 M&A 업계 관계자는 “중국 자본이 한국 기업에 투자하겠다는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워졌다”며 “어쩌다 있는 거래도 외환 당국의 자본 유출 규제로 자문료 등 선급금조차 지불되지 않아 무산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고 말했다.
PEF 업계엔 오랜 기간 회수에 애를 먹었거나 우량 회사지만 높은 기대치 때문에 국내서 소화하기 어려운 매물들이 쌓이고 있다. 중국이라는 선택지를 몇 년간 접어둬야 한다면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중국 정부는 최근 자국 기업의 이성적이지 않은 해외 인수 거래를 단속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PEF들의 포트폴리오에 관심을 보인다 하더라도 국내보다 월등하게 높은 매물 가치를 쳐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뜻이다.
사드 보복이 PEF 업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나, 우리 PEF들의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 정부의 해외 투자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투자를 권장하는 산업은 첨단산업, 농업, 서비스산업 등이다. 기술 확보와 고부가가치 창출에 주목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사례처럼 조금이라도 기술 우위에 있다면 관심을 보인다. 반면 우리나라 PEF들의 포트폴리오는 중국에 대체재가 있거나 기술격차가 크지 않은 산업에 치중해 있어 매력도가 낮다.
다른 M&A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투자 테마는 ‘기술이 있으면 가격을 따지지 않는다’로 볼 수 있는데 우리 PEF들은 음식료나 단순 제조업 등에만 천편일률적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중국에 기댄 투자회수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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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9월 2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