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민자사업 재협상안도 추진
업계 "리스크 커져 투자 힘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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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금융기관장 인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기대에 찼던 금융시장의 시선은 우려로 바뀌어가고 있다. '적폐청산'을 내건 정부이지만, 금융권 인사에서만큼은 이전의 코드 인사·낙하산 인사·관치금융 논란이 반복되고 있는 까닭이다.
이 과정에서 정책은 실종됐다. 기존 정책의 생명력은 의심받고, 새 수장들의 철학은 뚜렷하게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의 혼란만 커지고 있다.
새 정부 출범 후에도 금융기관 인사는 4개월 가까이 공회전을 겪었다. 지난 7월 최종구 금융위원장 선임된 데 이어 이달 초 금감원장, 산업은행장, 수출입은행장 인사가 진행되며 핵심 기관의 수장 공백 사태는 어느정도 해소됐다.
현장 이해도가 높은 개혁적 인사 배치라는 우호적 평가도 잠시, '코드 인사'라는 논란이 불거졌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가까운 인사들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최 위원장은 장 실장과 고려대 동문이고, 최흥식 금융감독원장과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경기고 동문이다. 장 실장이 이들을 천거했다는 뒷이야기도 나온다.
파행을 겪고 있는 한국거래소 이사장 인선도 이런 맥락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이사장 자리에는 장 실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그러다 돌연 후보 추가 공모를 진행하기로 하며 불을 지폈다. 장 실장을 견제하려는 이유라는 해석이 많다.
수협은행은 5개월째 행장 자리가 공석이다. 행장추천위원회에서 내부 출신을 선호하는 수협측 인사들과 관료 출신을 선호하는 정부측 인사들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이전처럼 '낙하산 인사'가 행장직에 앉을 거라는 우려가 많다. 6개월째 공석인 서울보증보험 사장 자리에는 문 대통령의 경희대 동문이자 총동문회 조직협력국장을 맡았던 김상택 전무가 내부 출신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오는 10월 임기만료를 맞이하는 김재천 주택금융공사 사장과 내년 5월까지가 임기인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도 물밑에서 꾸준히 교체설이 제기되고 있다. 친박 코드 인사라는 지적을 받은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아직까진 유임되는 분위기지만, 기류가 바뀔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관측이다.
한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금융위원장으로 거론되던 인사가 금융감독원장, 거래소 이사장으로 또 다시 언급되는등 '회전문 인사'의 느낌도 난다"며 "이번 정부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지만, 결국 또 다시 금융기관장 자리는 '공신'들의 나눠먹기로 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 사이 현장에선 정책이 실종됐다. 전 정부에서 시작한 정책의 지속력은 약해지는데, 새 정부, 새 수장들의 정책 철학은 확실히 드러나지 않았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모순적인 상황에 처해있다. 금융위는 추가 인가를 검토하고 있지만, 막상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은산(銀産)분리 규제 완화는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기업형 임대주택 확대를 위한 뉴스테이 정책은 사실상 고사 상태다. 사업을 위해 설립된 뉴스테이 운용 리츠 태반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적자만 내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은 국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포기했다. 사업성 검토 단계에서 정부가 재정사업으로 틀어버리는 사례가 잇따라서다. 자본시장 융성을 위해 상장사 늘리기에 목을 매던 거래소는 깐깐한 태도로 돌아서며 빗장을 걸어잠궜다.
금호타이어 해외 매각이 결국 실패로 돌아간 것 역시 뚜렷한 정책 방향성이 없는 상황에서 '눈치보기'로 인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주무부서 장관이 특정 경영인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한 은행권 임원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연임이 무난히 사실상 결정되는등 정부가 민간 금융사 인사에 신경쓸 여력이 없어 보인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당분간 정책 불안정성 때문에 국내에서 새로운 사업을 크게 벌이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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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9월 1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