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 등 제3자와 공동법인 통한 모비스 지배력 강화가 핵심
승계 언급 'No' 불문율 속에서 당장 PEF 개입 가능성 크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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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위기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내외적인 압박인 커지면서 성장세는 꺾였고, 수익성은 떨어지고 있고 있지만, 당장 뚜렷한 개선책이 보이지 않는다. 위기 타개책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부상했고, 투자은행(IB) 업계를 중심으로 현대글로비스 활용법이 주목 받고 있다.
현대글로비스가 주력인 CKD(반조립제품;Complete knock down) 사업부를 매각하고 확보된 자금으로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매입,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고 정의선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게 요점이다. 이 딜(Deal)이 이뤄지려면 현대차그룹의 사업과 승계 구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제 3자의 개입이 전제 조건이다. 그 조건을 갖춘 제3자가 누구일지, 그리고 현대차그룹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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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증권은 최근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변화, 이제 시작이다’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변화를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울 것”이라며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CKD 사업부를 매각함으로써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나고, 그 매각대금으로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인수를 통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글로비스의 CKD 사업은 해외 완성차 공장의 조립 및 생산을 위한 자동차 부품을 국내외 협력사로부터 수급해 공장에 공급하는 사업이다. 발주와 포장, 품질검사, 통관 및 운송, 현지 재고 관리, JIT(Just In Time) 납품 종합 유통서비스다.
2016년 현대글로비스의 매출액은 15조원, 그 중 CKD 매출은 6조원이고 대부분 계열사 매출로 추정된다. CKD 부문을 매각한다면 현대글로비스의 전체매출은 9조3000억원, 계열사 매출은 4조8000억원으로 계열사 매출 비중은 50%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CKD 부문을 분리 매각할 수 있다면 현대글로비스가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
KB증권이 추정한 현대글로비스 CKD 사업부 매각금액을 4조2000억원 전후다. 현대글로비스의 52주 최고가 주가수익비율(PER) 13.6배에 2016년 CKD부문의 세후 영업이익 2390억원을 곱한 3조2000억원에 30%의 프리미엄을 가산한 것이다. 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한 현금성자산과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매각으로 최대 5조원에 가까운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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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글로비스는 이 자금을 가지고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지분율 16.9%)을 취득할 수 있다. 인수가격은 프리미엄에 따라 3조5000억~5조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그렇게 되면 ‘정의선 부회장→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의 지분구조로 재편되면서 현대차그룹의 핵심 순환출자 구조가 끊어진다.
문제는 CKD 사업부를 누구에게 매각하느냐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해외공장으로 부품 수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있다. 그리고 현대차 성향상 영향력을 쉽게 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재무적투자자(FI)로의 매각 가능성이 거론된다.
IB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성향상 이를 해외 전략적투자자(SI)나 다른 국내 대기업 물류사에 맡기긴 쉽지 않을 것이고, 범현대가 중에도 사업적으로 연관이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인수할 재무 여력이 있는 곳이 없다”며 “이해 관계 측면에서 자연스레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들이 거론될 수 있고 제 3자인 FI에 매각하는 것이 현대차 입장에서도 여러 유리한 옵션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딜(Deal)의 표면적 목표는 일감 몰아주기 논란 및 순환출자 구조 해소이지만, 최종 목표는 정의선 부회장의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승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나오는 시나리오가 현대글로비스가 PEF와 경영권 승계를 위한 공동 회사를 설립하는 것이다.
KB증권이 제시한 방법은 현대글로비스가 CKD 사업부문에 대한 매각대금(3조2000억원)을 출자하고 PEF 역시 공동의 회사에 출자하는 것이다. PEF 출자 지분율은 현대글로비스가 얼마나 출자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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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글로비스와 PEF 간 공동 출자법인이 순환출자를 이루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기아차가 보유한 16.87%와 현대제철이 보유한 5.65%)을 인수하면 현대차그룹 내 모든 순환출자는 해소된다. 상대적으로 지분이 낮은 현대모비스와 현대자동차에 대해 추가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투자에 필요한 재원은 차입을 통해 마련할 수 있다. 공동 출자법인이 현대자동차에 지분 투자하게 되면 신규로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돼 현대차가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은 처분해야 한다.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해선 현대글로비스와 공동 투자법인의 합병이 이뤄져야 한다. PEF가 출자하는 자금이 현대글로비스의 자금과 동일한 규모(3조3000억원)라고 가정하면 자본 3조7000억원의 법인(현대글로비스)과 자본 6조6000억원의 법인(공동 투자법인) 간의 합병이 된다. 기본적인 상황을 가정으로 두면 정의선 및 특수관계인의 합병법인에 대한 지분율은 23.35%, 제 3자의 합병법인에 대한 지분율은 32.23%라는 게 KB증권의 추정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와 반대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확대 움직임 속에서 ‘정의선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약한 상황에서 계열사 전반에 부담을 최소화하는, 나름 합리적이고 최선의 방안’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문제는 지금의 현대차그룹이 이런 제안에 응답을 할 지 여부다.
현대차 내에서도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인지되는 분위기로 보인다. IB업계에서는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차 지배구조를 최대한 깔끔하게 해결해주는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곳에 수백억원을 쓰겠다고 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그러나 관건은 의사결정 부분이다. 재계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어쨌든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건재한 상황이어서 승계 현대차그룹의 승계 문제는 어느 누구도 선뜻 입밖에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시장에선 다양한 승계 시나리오가 그려지고 있지만, 그룹 측에선 아무런 응답을 할 수 없다”고 전했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정의선 부회장이라면 다양한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정몽구 회장과 현대차그룹 성향상 승계 구도에 제 3자, 그것도 PEF가 개입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 딜이 실제로 현실화하려면 정의선 부회장의 그룹 내 영향력이 커져야 하는데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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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9월 21일 10:1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