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C·코웨이·동부익스프레스 등 모호한 문구 해석 놓고 갈등
기업 및 PEF 협업 증가 예상…초반에 계약 내용 명확히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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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회수 시기에 갈등을 빚는 사모펀드(PEF)와 기업들의 사례가 늘고 있다. 대부분 상대방의 구두 약속만을 믿고 계약서에 구체적인 권리 관계를 기술하지 않거나, 해석이 갈릴 수 있는 모호한 문구를 담은 경우다. 투자기간 중 기업가치가 급변하거나 거래 당사자가 달라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합의의 효력을 담보할 수 있는 계약 문구의 중요성은 날로 커질 전망이다.
최근 한 중소 제조사는 높아진 기업가치 때문에 PEF와 갈등을 겪고 있다. 회사는 수 년 전 어려운 시기에 PEF로부터 수백억원의 메자닌 투자를 유치했다. 좋은 관계를 이어왔기 때문에 PEF는 회사를 지원한다는 좋은 의도로 투자를 결정하고, 회사가 보장하는 최소한의 수익만 받고 회수하기로 구두 합의했다.
그러나 몇 년 사이 이 기업의 가치가 폭등하자 PEF도 다른 마음이 생겼다. 가진 권리를 행사해 메자닌을 보통주로 전환하겠다고 통보했고, 당연히 PEF를 내보낼 것으로 생각했던 회사도 난처해졌다. 회사는 구두 합의를 주장했지만 그 내용은 계약에 담기지 않았고, 당시 협상 당사자도 대부분 교체돼 주장의 힘이 약할 수밖에 없었다.
M&A 업계 관계자는 “기업과 PEF들은 ‘우리가 남이냐’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투자에 나서곤 하지만, 정작 명확한 권리 내용을 계약서에 담는 것은 경험 부족이나 상대방과의 관계 때문에 소홀한 경우가 많다”며 “3년 후 거래 당사자였던 기업이나 PEF의 임원이 자리를 보전하고 있을거란 보장이 없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계약을 둘러싼 갈등은 경험 많은 법률자문사를 고용하기 어려운 중소 기업이나 중소형 PEF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꼼꼼한 법률 검토를 거치는 대형 거래에서도 이 같은 갈등은 피하기 어렵다.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재무적투자자(FI)들은 두산그룹과 2년 가까이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로부터 내부수익률(IRR) 15%를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인데 1심에선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주주간계약에 두산인프라코어의 수익 보장 의무가 담기지 않았고, ‘IRR 15%’ 역시 일정 상황에서 회사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FI는 박상현 ㈜두산 부사장(당시 두산인프라코어 상무)이 FI가 공동매도청구권(Drag along)을 행사하면 두산인프라코어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므로 실질상 풋옵션과 유사하다고 설명하며 투자를 권유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1심에선 이 같은 합의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았다. 다만 FI가 거래 상대방의 말에만 근거해 투자했다고 볼 여지는 있다. 미래에셋PE와 IMM PE는 2009년 두산 계열사 4곳 패키지 투자를 통해 두산그룹과 연을 맺었다.
KTB PE와 동부건설은 동부익스프레스 투자 사모펀드(PEF)의 정관 해석이 엇갈리며 매각 수익 분배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KTB PE는 정관 규정상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물량 보전 등 사원으로서 의무를 다하지 못한 동부건설의 사원권이 상실된다고 주장하고, 동부건설은 펀드 출자 의무를 수행한 상황에서 정관의 엄격한 해석은 가혹하다는 입장이다.
양쪽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지만 KTB PE가 서로 합의한 정관 문구를 등에 업고 있다는 점은 유리하다. 그간 화해를 고려하지 않았던 동부건설 측의 분위기도 다소 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8일 변론이 이어진다.
코웨이 전·현 주인들도 계약 해석을 놓고 소송을 진행 중이다. 웅진그룹은 2013년 코웨이를 MBK파트너스에 매각하면서 우선매수권을 부여 받았다. MBK파트너스는 코웨이 지분 양도 시 웅진그룹에 통지하되,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지 않은 장내 매도의 경우는 통지 의무가 없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담았다.
MBK파트너스가 5월 코웨이 지분 일부를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하자 ㈜웅진은 법률 자문을 거친 후 통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260억원 규모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MBK파트너스 측은 블록딜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진행하기 때문에 특정인에 대한 매각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소송은 다음달 변론이 종결(결심)된다.
투자처를 찾는 PEF와 내부의 문제를 외부 자금으로 해결하고 싶은 기업의 이해관계 상 두 주체가 손을 잡는 사례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올해에도 LS오토모티브와 KKR, 한화S&C와 스틱인베스트먼트, 현대삼호중공업과 IMM PE, 이랜드그룹 계열사와 여러 PEF 등 굵직한 공조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실트론 사태 이후 느슨한 계약에 대한 경각심이 자리잡으면서 기업과 PEF간 계약 문구를 둘러싼 치열한 힘겨루기도 반복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최대한의 투자회수가 목적인 PEF, 최소한의 비용 지출을 원하는 기업의 입장이 상충한다는 면은 항상 잠재적인 불안 요소다.
PEF의 회수 시기에 서로 윈윈(win-win)할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다면 계약 문구의 사소한 빈틈을 파고들려는 시도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다소간의 감정 다툼이 있더라도 처음부터 확실한 계약 문구를 작성하는 편이 화를 키우지 않는 길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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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9월 2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