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첫 P플랜 적용도 언급돼
'다 내려놓은 박삼구' 인수 포기 가능성은 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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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이 무산된 금호타이어의 경영이 정상화되기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채권단이 선택한 자율협약은 태생적 한계로 인해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 금호타이어는 또 다시 기나긴 구조조정 과정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조만간 협의회를 소집해 구성원 100%의 동의가 필요한 자율협약 방안과 일정 등에 대해 논의한다. 이와 더불어 약 한달간 금호타이어에 대한 정밀 실사에 들어간다.
정밀 실사를 통해 자금 부족분을 파악하고, 구조조정 계획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당장 9월말 만기가 돌아오는 1조3000억여원의 차입금 만기만 연장해주면 근시일내 추가 자금이 필요하지는 않을 거란 게 채권단의 판단이다.
강제성이 느슨한 '자율협약'을 통해 관리하기로 한건 채권단 내 사정 및 정치적 고려가 적용된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선택할 경우 대부분 은행으로 구성된 채권단의 충당금 부담이 늘어난다.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 여신은 고정이하 여신으로 분류되며, 최소 20% 이상의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시중은행들은 고정이하 여신에 대해 50% 가까운 충당금을 쌓고 있다.
워크아웃의 경우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이 적용돼 보다 강제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지게 된다. 일자리를 중시하는 현 정부의 첫 구조조정 사례인만큼 강력한 수단을 선택하긴 쉽지 않았을 거란 지적이다. 지난 2015년 워크아웃에서 졸업한지 3년도 안돼 다시 워크아웃을 선택하는 데 따른 부담도 있었을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자율협약은 한계가 뚜렷하다. 당장 9월말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은 연장이 되겠지만, 3조5000억원에 달하는 금호타이어 부채 전체를 감당하기엔 어렵다. 자율협약에 참여하지 않는 비협약채권상환부담도 남는다.
중국·베트남 공장을 보유한 금호타이어 홍콩법인이 중국 현지 금융기관에 진 빚만 3150억여원에 달한다. 여기에 베트남 공장 차입금과 회사채 잔액 1500억여원을 포함하면 비협약채권은 총 60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특히 최근 외교관계를 생각하면 중국 현지금융기관은 만기 연장 등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평가다.
이런 맥락을 고려하면 자율협약 상태에서 채권단이 운전자금을 지원하면 회사 경영 정상화보단 비협약채권 상환에 자금이 먼저 쓰일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강제 채무재조정 뒤 채권단 관리를 받는 프리패키지드플랜(P플랜)이 적용될 여지가 남아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체적인 결정은 정밀 실사가 끝난 이후 채권단 논의를 통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P플랜이 적용되면 1조 이상 자산을 보유한 대형 회사에 적용되는 첫 사례가 된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P플랜 적용을 검토했지만 실행에 옮기진 않았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우선매수권은 소멸했다. 박 회장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면담 후 경영권과 우선매수권 포기, '금호' 상표권 영구사용권 허가 등 지원을 약속했다. 박 회장이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해 온 우선매수권과 상표권을 반납함에 따라 경영 정상화 후 다음번 매각에선 이번 매각같은 혼란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
다만 '그룹 재건'을 외쳐온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를 완전히 포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다. 금호산업 인수전때 확인된 국내 대기업들의 암묵적인 지원이나 금호그룹 계열사 특유의 매각에 대한 저항 등을 고려하면 외부 원매자가 나타날 가능성은 여전히 높지 않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동걸 산은 신임 회장이 취임 직후 금호타이어 구조조정 원칙과 관련해 '일자리'를 언급한만큼 인적 구조조정을 자구안에 포함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현 정부 출범 후 첫 대형 구조조정 사례인만큼 금호타이어 사례가 앞으로의 구조조정에 시금석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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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9월 27일 15:36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