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회사 설립 구상 中' 알려져
이민주 에이티넘, 원재연 가이저파트너스 회장과 유사한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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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최대규모 경영권 거래였던 카버코리아 매각으로 이상록 회장은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손에 쥐게 됐다. 이 회장은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투자회사 설립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 원재연 가이저파트너스 회장 등과 유사한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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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록 카버코리아 회장
지난달 22일 베인캐피탈과 골드만삭스 컨소시엄은 보유하고 있는 카버코리아 지분 65%를, 이상록 카버코리아 회장은 지분 35%를 다국적 생활용품 제조업체 유니레버(Unilever)에 매각하는 본계약(SPA)을 체결했다. 유니레버의 인수금액은 총 22억7000만유로(약 3조600억원)다. 이번 매각을 통해 베인캐피탈-골드만삭스 컨소시엄은 투자 1년 만에 1조9000억원의 차익을 냈고, 이상록 회장은 1조에 가까운 현금을 확보하게 됐다.
1974년생인 이상록 회장은 남대문시장과 같은 전통시장에서 매니큐어 및 화장품 소매업으로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1999년 카버코리아를 설립했고 회사는 최초 병·의원 등에 에스테틱용 화장품을 납품, 2011년 출시한 '더 리얼 아이크림 포 페이스(이보영 아이크림)'이 대표상품인 AHC 제품들이 홈쇼핑을 타면서 빠르게 성장 했다. 2015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565억원과 483억원이었으나 지난해엔 매출액 4295억원, 영업이익 1800억원을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사드(THAAD) 배치로 촉발돼 실적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던 국내 화장품 업체들과 달리 카버코리아는 지난 2년간 4배에 가까운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한발 늦게 중국에 진출해 여파가 크지 않았다는 분석과 함께 사실상 실적이 최고점을 찍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이상록 회장과 베인컴퍼니 컨소시엄의 지분 매각이 기업가치를 가장 높게 평가 받을 수 있는 적기에 진행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매상에서 시작해 1조원에 이르는 현금부자가 된 이상록 회장의 다음 행보는 '투자회사' 설립이다. 현재까지 구체적인 형태와 인력구성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구상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매각 이후 투자회사 설립에 나서는 이 회장의 행보는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과 유사하다. 이민주 회장은 외환위기 당시 유선사업자들을 통합해 C&M(現 딜라이브)를 설립했고, 2008년에 MBK파트너스에 약 1조5000억원에 지분을 매각했다. 이후 투자회사인 에이티넘파트너스를 세우고 현재까지 활발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C&M과 유사하게 케이블TV 사업을 하던 큐릭스의 원재연 전 사장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원재연 전 사장은 2009년 큐릭스홀딩스 지분 70%를 티브로드에 매각해 3500억원대의 현금부자 반열에 올랐고 이후 투자회사인 가이저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지난 2013년엔 원재연 가이저파트너스 회장이 지분전량을 보유한 제니타스가 신기술사업금융사 등록을 마치고 영업을 시작했다. 여성브랜드 한섬을 현대홈쇼핑에 매각하며 4000억원대의 현금을 거머쥔 정재봉 전 한섬 사장도 한섬피앤디를 설립해 부동산 투자에 나서고 있다.
카버코리아 지분 매각의 클로징(잔금납입)은 오는 11월경으로 예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의 본격적인 회사 설립 및 투자활동은 내년 초쯤 본격화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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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0월 0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