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도 대규모 자본확충 필요...벌써 물밑 작업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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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2009년 이후 7년여만에 '금융회사 유상증자 대목'이 다가올 것으로 점처지는 까닭이다.
2009년 당시엔 '바젤3' 도입으로 인해 은행 및 금융지주의 증자가 활발히 이뤄졌다. 3대 금융지주가 공모 증자로 조달한 자금만 4조원에 달한다. 이번엔 지급여력(RBC)비율을 제고하려는 보험사가 '주 고객'이 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지난 22일 한화손해보험이 결정한 유상증자를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한화손해보험은 주주우선공모 방식으로 자본을 늘리기로 했다. 주요 상장 보험사 중 IFRS17 도입 확정 이후 공모 유상증자를 결정한 건 처음이다.
지난 5월 IFRS17 기준서가 확정되며 비상장 보험사를 중심으로 증자 논의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KDB생명은 최소 3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증자를 계획 중이며, 현대라이프도 5000억원 안팎 규모 증자를 검토하고 있다.
한화손해보험의 증자는 다른 상장 보험사들도 자본시장의 무대 위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보험사들은 기준서를 기반으로 내부 시뮬레이션을 거치고 있으며, 늦어도 연말까지는 충당해야 하는 필요 자본 규모를 사실상 확정하게 된다. 후순위채로는 자본확충에 한계가 있고, 신종자본증권 역시 수요와 발행조건을 맞추기 까다로워 상당수 보험사는 결국 증자에 의존해야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대 수백%포인트 이상 RBC비율이 급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초체력을 다지려면 보통주 증자 외에는 대안이 많지 않은 까닭이다.
실제로 지난 2009년에도 비슷한 배경으로 인해 대규모 유상증자가 잇따랐다. 은행의 새 감독기준인 바젤3가 전면 도입되며 대형 금융지주사들이 자본확충에 나선 것이다.
2009년에만 신한금융지주가 1조6000억원, KB금융지주가 1조원의 증자를 감행했고, 하나금융지주도 2011년 1조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이런 흐름은 지방금융지주로도 이어졌다. BNK금융지주 5140억원 등 3대 지방금융지주가 자본시장에서 공모 증자를 통해 1조원 가까운 자본을 조달했다.
당시에도 자본확충 방식을 두고 여러 시나리오가 제기됐지만, 결국 공모 방식의 유상증자가 대거 이뤄졌다.
IB업계는 벌써부터 물밑 작업에 들어갔다. 은행계 금융지주사 증자 때엔 대형 지주의 계열 증권사 혹은 한국투자증권·현대증권 등 비금융지주계열 독립계 증권사들이 활약했다.
보험사는 은행·지주보다 숫자가 많고 요구 자본량도 최대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상당한 '빅 마켓'이 열릴 거라는 계산이다. 교보생명 기업공개(IPO) 역시 증권가에서 기다리는 '빅 이벤트' 중 하나다.
한 증권사 영업담당(RM)은 "올 연말 시뮬레이션이 끝나고 금융감독원에 필요 자본에 대한 보고가 이뤄지고 나면 적절한 자본확충 수단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보험사 증자를 얼마나 따냈는지가 내년 주식시장 리그테이블 순위를 가를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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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9월 26일 17:1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