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내려놨지만 구조조정 등 부담은 채권단에
기업가치 급등 어려워…“박 회장 시간만 벌어준 꼴”
과거 금호고속 매각 방해 극심…사실상의 우선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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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이 금호타이어 자율협약을 결정하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우선매수권을 포기하며 회사 정상화에 힘을 보태겠다고 답했다. 박 회장의 결정에 ‘용단’이라는 평가도 따랐지만 실상은 구조조정 부담을 채권단에 떠넘긴 것일 뿐이란 지적이다.
향후 매각 시 기업가치가 급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자금을 모을 시간까지 벌었기 때문에 박 회장 입장에선 나쁠 것 없는 선택이란 평가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지난달 말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현재 금호타이어의 연내 도래 채무 만기를 연말까지로 연장하고, 회사에 대한 정밀실사를 준비하고 있다. 실사 후 자금 부족분 등을 파악해 구조조정 등 정상화 대책과 차후 재매각 여부를 가늠한다는 계획이다.
박삼구 회장은 자율협약 체결 전날인 지난달 28일 금호타이어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채권단 결정을 겸허히 수용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을 포기하고, 상표권 역시 영구사용권 허여 등 방법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호타이어 매각이 목전에서 무산된 데는 박 회장의 꾸준한 문제 제기와 컨소시엄 허용 주장도 영향을 미쳤다. 그 과정서 가장 힘을 발휘한 것이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과 금호산업의 상표권이다.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인수자가 참여하지 않을까 우려해 그 행사 조건을 엄격히 해석했을 만큼 강력한 권리다.
때문에 박 회장이 ‘용단’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왔고, 뒤늦은 “실적 악화 책임 통감” 발언에도 진실성이 더해졌다. 이동걸 회장 역시 '통큰 결단'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일견 박삼구 회장이 모든 것을 내려 놓은 것으로 비춰질 수 있으나, 실상 손해 볼 것도 없는 결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삼구 회장은 경영권을 이어가고자 했으나 실적 악화와 자금줄을 틀어쥐고 있는 채권단의 압박을 고려하면 퇴임은 시간 문제란 시선이 많았다. 불가피한 선택이라면 대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낫다. 당분간 운영자금 확보나 차입금 만기 연장 여부에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다.
중국 법인 처리, 노조 갈등, 구조조정 등 산적한 과제는 채권단이 떠안게 된다. 중국 법인이 금호타이어의 발목을 잡는 첫 번째 요소로 꼽히는데 현지 기관 차입금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선 매각 등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강성 노조는 박삼구 회장 등 기존 경영진도 상대하기 어려웠다. 산업은행은 임금 조정을 비롯한 모든 구조조정 방법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이에 성공하든 그렇지 않든 박 회장으로선 손 안대고 코를 푸는 격이다.
금호타이어가 5년간의 워크아웃을 졸업한 후 3년만에 다시 채권단 관리 아래로 들어왔지만, 채권단이 전처럼 긴 시간 관리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채권단 관리 중 기업가치가 떨어진 사례가 많았고, 채권단 안에서도 새 주인을 찾아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명제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동걸 회장이 밝힌 원칙대로 금호타이어에 어느 정도 ‘독자 생존 가능성’이 생기면 매물로 다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이 워크아웃이나 프리패키지드플랜(P플랜) 등 다른 선택을 하더라도 매각 추진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 몇 년 사이에 회사의 가치가 극적으로 올라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중국 더블스타타이어가 제시한 금액을 다시 받아보게 될 확률은 극히 낮다는 평가가 많다.
박삼구 회장 입장에선 우선매수권이라는 강력한 카드가 없어졌고, 어느 정도의 경쟁자들이 붙는다 치더라도 이전보다는 자금 조달 부담이 줄어든 모양새다. 다음엔 컨소시엄 구성과 관련한 제약도 사라져 원군을 끌어오기도 쉬워진다. 박삼구 회장 측에 자금을 댈 용의가 있다는 사모펀드(PEF) 운용사도 여럿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이 우선매수권이라는 강력한 권리를 순순히 내려놨지만 정작 그룹에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며 “앞으로 더 낮은 가격에 나올 가능성이 큰 금호타이어 인수 자금을 마련할 시간을 벌었다는 분위기가 많다”고 말했다.
이동걸 회장은 금호산업 형편상 금호타이어를 다시 찾아오기 어려울 것이란 개인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호그룹은 금호홀딩스를 중심으로 힘을 모으는 작업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금호홀딩스는 금호기업과 금호터미널이 합병한 회사로, 올해 되 사들인 금호고속을 합병해 현금창출력 보강을 꾀하고 있다.
채권단이 회사를 매력적인 매물로 키워냈다 치더라도 매각 작업이 순탄하게 진행될 것인지 의문이다. 직원들은 박삼구 회장과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결국에는 원래 주인이 되찾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반응이 많았다. 핵심 경영진은 물러나지만 남은 사람들도 결국은 금호그룹 사람들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권단은 박삼구 회장이 3가지 권리(경영권·우선매수권·상표권)를 내려놨기 때문에 향후 매각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고, 잠재 투자자에도 이를 잘 설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과거 금호고속 사례를 보면 PEF가 새로 세운 대표는 별 힘을 쓰지 못했고, 매각 과정에선 그룹의 방해가 막심했다. 그룹은 결국 금호고속 되찾기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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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0월 05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