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실적·부정적 업황에 주가도 '지지부진'
글로비스 지배구조 정점 땐 모비스 가치 낮을수록 부담 '뚝'
"그룹 차원 모비스 가치 올릴 유인 없다"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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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의 주가가 지지부진하다. 현대자동차의 실적 둔화가 지속하고 중국 발 사드(THAAD) 이슈로 한국과 중국 간 갈등이 심화하면서 모비스의 주가도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그룹 내 최대 계열사인 모비스의 부진한 주가에도 불구하고 이 상황이 현대차그룹에 나쁘지만은 않은 모양새다. 정부의 규제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모비스의 지지부진한 주가가 그룹 지배구조개편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올해 초 국내 상장사 시가총액 순위 6위, 지난해 삼성전자·한국전력·현대차에 이어 4위까지 올랐던 현대모비스의 시가총액은 이달 말 기준으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연초 29만원 수준이던 주가는 9월 들어 22만원 아래까지 떨어졌고 26조원가량이던 시가총액은 21조원으로 약 4조5000원 증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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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현대차의 중국실적 부진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9월 초엔 현대차와 중국에서 합작관계를 맺고 있는 베이징자동차 간 갈등이 극대화했다. 생산공장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9월 중순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들의 부진한 실적이 지속되면 현재 'A-'인 신용등급이 떨어질 여지도 남아있다.
모비스 주가는 현대차가 한창 승승장구하고 있던 지난 2011년, 40만원을 돌파하며 정점을 찍었다. 2014년 이후 주가는 20만원대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선 모비스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릴만한 마땅한 대안과 이렇다 할 호재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현대모비스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는 추세다. '과연 현대차가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마련할 의지가 없는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현대차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모비스의 경우 기술력이 굉장히 뛰어나 자체적으로 성장동력을 마련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기업이라기 보다 현대차에 의존해 안정적인 사업을 이끌어 가는 기업의 성격이 짙다"며 "사업적 측면보다 지배구조 가능성에 초점이 더 맞춰져 있지만 현재로선 사업과 거버넌스 측면 모두 이렇다 할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모비스의 부진한 주가 상황이 현대차그룹에 나쁘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그룹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해묵은 숙제에는 오히려 '호재'로 관리해야 할 사안이라는 의미다.
최근 정부의 규제가 현대차를 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가 위기를 타개할 방안으로 지배구조개편 카드를 꺼내 들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를 활용한 지배구조개편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여러 방안이 있지만 결국 현대글로비스 결국 핵심이다. 정의선 부회장의 직접적인 지배회사이기 때문. 달리 말해 글로비스를 통해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인 기아차의 모비스 지분(16.88%) 등을 해결해야 한다. 그러려면 모비스는 '타깃'이 되고, 정의선 부회장의 부담을 줄이려면 모비스 주가가 낮아지는게 유리하다.
하지만 이런 구도로는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이 발생한다. 현대모비스의 주주들로서는 정의선 부회장의 그룹 승계 혹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주가가 떨어지는 걸 방치하거나 그냥 쳐다봐야 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주주들의 강력한 비판이 제기된 것과 동일하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글로비스가 지배구조 정점에 설 것이란 전망을 확정하긴 어렵다"며 "하지만 지배구조개편 과정에서 정 부회장을 떼내어 생각할 수 없는 만큼 그룹이 현 시점에서 모비스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릴만한 유인도 마땅히 없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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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0월 0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