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 기준 7000억 요구, PER 기준 60배 수준
화장품 업계 평균 PER 25배…"지나치게 높은 몸 값"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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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리퍼블릭의 경영권 매각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부터 정운호 전 대표는 보유지분 매각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눈높이에 인수후보를 찾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정운호 전 대표는 네이처리퍼블릭 경영권 매각을 위해 투자자를 지속적으로 물색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원매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해 대표이사직에선 물러났지만 여전히 네이처리퍼블릭 지분 73.6%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다.
현재 정 대표 측은 네이처리퍼블릭의 기업가치(EV)를 약 7000억원으로 책정하고 경영권 매각금액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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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해 정 대표의 구속 수감 이후 실적이 급격히 악화했다. 대표의 구속으로 인해 해외 영업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고 중국 발 사드(THAAD)배치 여파가 국내 화장품 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면서 네이처리퍼블릭 또한 실적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회사는 지난해 말엔 처음으로 96억원의 영업손실과 12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마찬가지로 43억원의 영업손실과 6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기업공개(IPO)를 고려했지만 현재는 상장작업이 모두 중단된 상태다. 적자폭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늘어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올해 실적이 지난해보다 더 악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 대표의 구속으로 기업의 이미지는 큰 타격을 입었고 실적은 꺾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대표가 요구하는 매각금액은 여전히 높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매각 측이 원하는 기업가치 7000억원은 네이처리퍼블릭이 1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내던 2015년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주가순이익배율(PER) 약 60배 수준이다. 정 대표의 희망대로 이 같은 금액에 지분매각이 성사될 경우, 정 대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5000억원가량을 현금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회사가 기대하긴 어려운 금액이란 평가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정운호 대표가 회사 상황을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높은 매각가격을 제시하고 있다"며 "화장품 산업의 경기가 예전같지 않은 상황에서 특히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네이처리퍼블릭의 기업가치를 너무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현재 국내증시에 상장된 화장품 관련기업 중 시가총액이 가장 큰 아모레퍼시픽은 PER 약 27배를 기록하고 있다. 상장사 화장품 업체의 평균 PER은 25배 수준이다. 최근에 글로벌 생활용품 제조기업 유니레버(Unilever)가 3조원(22억7000만 유로)에 카버코리아를 인수하며 기업가치가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이 역시 유니레버가 적용한 PER은 약 20배 남짓이었다. 최근에 IMM PE가 경영권을 인수한 에이블씨엔씨(미샤)의 시가총액은 2700억원, PER은 15배 수준이다.
투자자들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화장품 업체들이 주력하고 있는 중국시장이 대외적인 이슈로 인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 한 이상, 관련업체에 대한 투자를 좀 더 신중히 고려하는 모양새다.
PEF업계 한 관계자는 "카버코리아가 물론 비싼 값에 팔리긴 했지만 베인-골드만이 최초 인수 당시 PER 보다는 매각 시 적용된 PER이 훨씬 낮았다"며 "많은 투자자들이 향후 화장품 산업 성장성이 제한적이고 화장품 기업에 투자할 때 엔트리 밸류(초기투자 시 기업가치평가)를 최대한 낮추는 것을 고려할 때 네이처리퍼블릭이 눈높이를 낮추지 않는 이상 매각 성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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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0월 1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