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삼성전자는 우리" 기세등등한 SK이노, 지속 여부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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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이 전사 차원의 성과 평가(KPI) 마무리를 앞두고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통상 임직원에 대한 성과평가를 10월 중으로 마치고, 11월부터 본격적인 인사 및 내년 전략을 짜는 일정이 반복된다. 올해는 각 계열사들이 유독 더 긴장한 모습이다. 최태원 회장이 그룹 계열사 대표이사(CEO)들의 성과평가에 계열사의 ‘주가 상승’을 주요 지표로 반영했기 때문이다.
SK그룹 내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평가에는 ▲주주 가치 제고 ▲공유 인프라 적용 ▲경영혁신 방안 및 사회 공헌 ▲사회적 기업 육성 및 지원 성과 등이 기준으로 반영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주주가치 제고 기준으로 숫자로 드러나는 '주가 부양'을 처음으로 도입한 점이 특징이다. 그룹의 확고한 경영 방침으로 자리 잡은 ‘딥체인지’(근본적 변화) 경쟁에도 막바지 가속도가 붙어 각 계열사들이 경쟁적으로 M&A 및 지분투자도 속속들이 발표하고 있다.
실제 올 한해 성과를 주가 측면으로만 살펴보면 SK그룹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1곳 중 연 초 기준으로 코스피200 지수 이상 주가가 상승한 계열사는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 SKC 총 4곳이다. SK텔레콤이 새 정부 출범 이후 요금 인하 규제로 직격탄을 맞아 부진했던 점을 제외하면 그룹내 주력 계열사들은 주가 측면에선 상대적으로 ‘평균’은 넘어섰다는 평가다.
특히 SK그룹은 코스피200지수의 상승률 대비 8.5%포인트 이상 주가가 상승한 계열사 CEO에게 'S등급'을 부여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기준으로 범위를 좁히면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 두 곳이 포함된다.
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달 24일 예정된 최태원 회장 주재의 경영진 회의 시기에 제출을 목표로 각 계열사들이 주가 및 경영진 성과와 관련된 자료 준비에 여념없는 것으로 전해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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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는 반도체 산업이 호황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문제없이 'S등급'을 확보해놓았다는 평가다. 올 한해 그룹 역량이 총 투입된 도시바 소수지분 투자도 마무리졌다. 여기에 실적 기대감이 겹쳐 주가도 연일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슈퍼 사이클' 온기는 모회사 SK텔레콤으로도 번지고 있다. 정부의 요금인하 규제 등 부정적 요인이 겹쳐 주가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상황이다. 하지만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이미 CEO 평가에서 '논외'라는 게 복수 그룹 관계자들의 평가다. 도시바 투자 등을 이끌며 일찌감치 '올해의 수펙스 추구상 대상'을 받는 등 최 회장의 신임이 더욱 두터워졌다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은 주가 상승 측면에서 고무된 분위기다. 이달 초엔 특정되지 않은 ‘업계 평가’를 기반으로 “SK이노베이션의 지속적인 사업 구조 혁신 노력이 성공을 거두면서 에너지 화학 업계의 삼성전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는 보도자료를 스스로 뿌릴 정도로 자신감에 찬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본업인 정유·석유화학에서의 호황이 올해도 이어진 점이 주효했다. 여기에 지난 8월 전기차 배터리에 조(兆) 단위 뭉칫돈을 투자하겠다는 발표도 시기적으로 적중했다는 평가다. 최근 들어 전기차 시장의 본격적인 개화 기대감으로 LG화학·삼성SDI 등 배터리 관련 업체 주가가 수직으로 상승하면서 동반 혜택을 봤다. 시장에선 오는 11월 초 예정된 4분기 실적발표 이전 배당 성향 확대·글로벌 완성차 업체 다임러로부터의 배터리 추가 수주 발표 등을 남은 주가 부양 카드로 거론하고 있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오리는 것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최근 SK이노베이션은 세계 최초로 NCM(니켈·코발트·망간) 8:1:1 비율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공개했다. 하지만 경쟁사 LG화학이 “개발은 물론, 양산을 앞두고 있는 건 우리”라고 즉각 반박하는 등 장외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코발트 등 필수 소재 가격의 폭등 등 점차 전기차 배터리 확산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상황에서 자칫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각 계열사 CEO의 성과가 '절대 평가' 대신 '상대 평가'로 이뤄지다보니 지주사 SK㈜는 양호한 성적에도 의도치 않은 고민에 빠졌다. SK E&S 등 자회사의 실적 회복과 고속 성장을 앞둔 SK실트론 영향으로 SK㈜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어느때보다 커졌다. 주가도 3년여만에 고대했던 30만원대까지 회복하며 호응했다.
연초엔 국내 재계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모델이었던 '투자 전문 조직화'를 선언하고 투자은행(IB) 및 M&A 담당 인력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박종욱 전 바클레이즈캐피탈 한국 대표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임원으로 영입하는 등 M&A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 9월에만 중국 2위 물류기업인 ESR 지분 인수, 미국 카셰어링 1위 업체인 투로(TURO) 및 셰일가스 수송 기업 유레카사 투자 등 잇달아 해외 M&A 및 지분투자에 성공했다.
주가 부양 측면에서 회심의 카드였던 자회사 SK실트론의 조기 상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개인 지분 투자에 대한 논란으로 중단되면서 단기간 내 반등 요소도 찾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재계 관계자는 "SK㈜의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의 기면증, 뇌전증, 급성반복발작치료제 등 신약의 3상 통과 및 판매 시작이 향후 주가 부양에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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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0월 1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