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원전 성장성 '불투명'…"재무상태 유지 어려울 수도"평가
두산, 엔진 매각 및 국내 IB 통해 전방위 자금 조달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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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의 공사재개 방침이 정해지자 두산중공업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원전의 공사가 영구적으로 중단될 경우 막대한 피해가 예상됐지만 일단 한 고비는 넘겼다는 평가다.
수년간 이어온 재무구조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두산그룹의 재무사정은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는 게 더 문제다. 핵심 자회사인 두산중공업의 재무부담은 오히려 늘었고 사업부진과 부정적인 전망에 결국 두산엔진 매각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이번 원전 공사재개 방침으로 당장 급한 불은 끄게 됐지만, 두산중공업의 재무부담과 향후 수익성을 비춰볼 때 '두산엔진' 매각은 여전히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중간지주 격인 두산중공업은 두산엔진의 지분 42.7%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이 지분매각을 위해 수달째 투자자 물색 중이다. 당초 매각설을 공식 부인하던 그룹측도 지분매각을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상태다.
업계에선 두산엔진 매각을 사실상 두산중공업의 재무부담을 덜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지난해 상반기 조정연결 기준매출액은 2조7590억원, 영업이익은 1680억원이다. 올 상반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유사했고 영업이익은 약 500억원 감소했다. 6%를 넘던 영업이익률도 올 상반기 4%대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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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어들이는 현금은 줄었는데 차입금은 늘었다. 지난해 말 3조9790억원이던 순차입금은 올해 상반기 5000억원 이상 증가하며 4조5140억원을 기록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총차입금 배수는 지난해 말 7.9배에서 상반기 9.5배까지 치솟았다. 국내 신용평가사에서 제시한 신용등급 하향조정 조건(트리거)인 8배를 상회하는 수치다.
현재의 재무사정을 차치하더라도 향후 사업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게 걱정이다.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등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두산중공업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기업 중 하나다. 두산중공업의 매출에서 석탄화력과 원자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80%다. 중단됐던 원자력발전소(신고리 5·6호)의 공사가 재개돼도 향후 이 분야에서의 새로운 수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국 해외원전 수출과 풍력발전과 같은 친환경에너지 등 분야를 개척해야 하지만 실적에 유의미한 영향을 얻기까진 수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두산중공업이 비원전 사업분야에서 지난해 대비 별도기준 매출액 3%포인트, 사업자회사의 매출증가율이 5%포인트 이상 증가하지 못할 경우 현재의 재무상태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로선 이렇다 할 재무적·사업적 타개책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두산중공업이 현재 A-(부정적)인 신용등급을 과연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NICE신용평가는 "원전재개 여부와 상관없이 정부가 향후 신규 원전 건설을 전면 백지화함에 따라 정부의 탈원전 에너지 정책이 두산중공업의 발전부문 수주기반·영업실적·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운전자금 및 CAPEX 소요를 고려했을 때 당분간 큰 폭의 차입금 감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향후 수익성 저하로 인한 채무부담이 증가할 경우 신용등급 하향조정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했다.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 하락은 곧 ㈜두산과 두산엔진, 두산건설 등 주요 계열사들의 신용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경우 두산 계열사들이 두드릴 수 있는 자본시장의 문은 더 좁아질 전망이다. 두산 계열사들은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상환전환우선주(RCPS)의 에쿼티(Equity) 자금조달이 늘어나고 있고, 최근엔 보유 자산유동화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는 모양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자구안을 열심히 이행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재무상태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선 두산엔진 매각을 비롯한 자산매각 등이 꾸준히 이뤄져야 하지만 근본적으로 사업의 성과가 크게 나아지지 않는 이상 현재의 수준을 벗어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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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0월 2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