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 "다른 의도 없다" 불구, 업계는 의구심
PEF도 대기업집단되면 MBK는 코웨이 두달내에 팔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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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이달 중순 주요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결성된지 5년 넘은 펀드현황을 일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형 운용사부터 운용규모(AUM)가 크지 않은 소형사까지 두루 금감원의 이메일을 받았다.
금감원은 “장기 운용 펀드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며 “혹시 업무에 참고할 사항이 있을까 해서 요청을 했을 뿐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 자료 요청 시점이나 기준이 된 설립 ‘5년’이라는 점에서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의구심을 표현한다. 왜 하필 5년이냐에서 비롯된다.
이들의 우려는 지난달 네이버가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 자산총액 5조원 이상)으로 지정된 이후 비롯됐다. 이른바 PEF가 네이버 다음 차례가 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다.
그간 PEF 운용사는 지금까지 ‘금융업을 영위하는 기업집단’으로 분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지정을 피해 왔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예외는 없다’는 뜻을 내비친터라 내년부터는 공시의무 등 부담이 생길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문제는 현행 자본시장법이다. 이에 따르면 대기업집단 계열사인 경영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 또는 그 대기업집단의 계열사가 무한책임사원(GP)인 경영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는 다른 회사를 계열사로 편입한 경우 편입일부터 5년 이내에 그 회사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원래 재벌그룹이 PEF를 이용해 사익을 편취하거나 파킹성 거래를 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조항. 네오플럭스나 SK증권 PE 정도 등이 이에 영향을 받아 투자기업을 고르는 데 애를 먹어왔다.
그러나 PEF 운용사 자체가 대기업집단에 포함된다면 법 적용을 피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즉 이렇게 될 경우 벌써부터 앞으로는 투자 기간이 5년으로 묶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물론 금감원은 대기업집단 지정 문제와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운용사들은 이례적인 요청에 미심쩍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5년’을 기준으로 아직 청산기에 들어가지 않은 PEF의 투자기업 현황, 향후 투자회수 계획까지 파악하려는 의도가 무엇이냐는 생각들이다.
만약 PEF가 공시대상기업집단 혹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지정된다면 운용 전략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법 상 ‘5년 내 처분’ 규정이 적용되면 PEF 운용사가 장기 회사 경영 및 회수 전략을 마련하기 어렵다. M&A 시장에도 매각 시점의 패를 까고 들어가게 된다. 보통 PEF의 운용기간이 8년인 점, 자본시장법이 PEF의 존속기간을 15년 이내로 규정하고 있는 점과도 배치된다.
금감원에 펀드를 등록한 가장 덩치가 큰 MBK파트너스의 경우. 홈플러스(상반기 자산총계 7조1565억원)와 ING생명(보험사는 자본총계, 3조9498억원)만으로도 자산 10조원을 넉넉하게 넘어선다. 대기업집단에 지정되고 자본시장법 규정도 적용 받는다면 한 기업에 5년 이상 투자하는 것은 어려워질 수 있다.
MBK파트너스가 현재 대기업집단이라면 2013년 1월 2일 인수한 코웨이는 매각 시한이 2달밖에 남지 않은 셈이 된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대기업집단에 5년 내 처분 의무를 부여하고 있지만, 그 대상이 준대기업집단까지 넓어진다면 PEF 업계의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법은 아울러 그 처분의 상대방이 대기업집단의 계열사가 아니어야 한다고 정한다. 한앤컴퍼니는 올해까지 1호와 2호 펀드에 나뉘어 있던 시멘트 포트폴리오를 하나로 모았는데 이런 작업 또한 어려워질 수 있다.
공정위는 과거 PEF의 대기업집단 지정을 검토하며 PEF와 특수목적법인(SPC), 피투자 회사의 자산을 모두 합산하는 방식을 고려하기도 했다. PEF 업계에선 이 방식이라면 1조원만으로도 준대기업집단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1조원 규모의 PEF, 그 1조원을 출자 받고 인수금융 1조원을 추가로 일으킨 특수목적법인(SPC, 2조원), SPA가 사들인 회사(2조원) 등으로 금방 5조원이 채워지기 때문이다.
기실 지금까지 PEF들은 대기업집단 지정 문제를 피해왔지만 공정위의 영향력에서 온전히 자유로운 것도 아니었다. 공정위는 대형 PEF 운용사에 대해 동일인(총수)을 지정해 관리해 왔다.
한 대형 PEF 운용사는 회사의 파트너가 아닌 사람이 동일인으로 지정돼 있다. 회사가 쪼개지면서 경영에서 손을 뗐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과거 파트너였고, PEF 운용사 지분 일부를 여전히 가지고 있다”는 ‘행정 편의적 이유’에서다. 공정위는 동일인의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도 하나의 집단으로 보고 있다.
반면 누구라도 회사의 주인을 알 수 있는 MBK파트너스는 김병주(마이클 병주 킴) 회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돼 있지 않다. MBK파트너스는 법무법인 김앤장의 자문을 받아 파트너간 지분 분산이 잘 이뤄져 있어 총수 개념을 적용할 수 없다는 논리를 마련했고, 공정위가 이를 일부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을 사들여 가치를 높인 후 매각하는 PEF의 업태는 기업 지배에 목적이 있지 않다. 순환ㆍ상호출자가 나타나기 어렵고 포트폴리오 기업간 일감 몰아주기도 이해상충 문제로 실행되기 어렵다. 이런 사정을 이해한다면서도 '특례'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공정위의 태도에 PEF 업계의 걱정만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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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0월 2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