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관련 상품 법리 검토 중
문제 없다 판단되면 이르면 연내 허용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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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사들이 금리가 높던 시절 계약자들에게 판매한 고금리 확정형 계약을 합법적으로 '재매각'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해당 계약들을 파생상품으로 재구성해 재보험사에 넘기는 방식이다.
감독당국은 이르면 올 연말 이를 허용해 줄 방침이다. 이에 따라 고금리 확정형 계약이 많은 빅3 생명보험사의 자본 건전성 유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보험사들이 재보험사와 파생상품을 활용해 자본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한 법리검토를 진행 중이다. ABL생명(구 알리안츠생명)은 이 같은 방식의 자본 건전성 확보 계획에 대해 금감원에 의뢰해 놓은 상황이다.
파생상품을 활용한 방안은 이전에 팔았던 ‘확정형 고금리 보험계약’을 기초로 파생상품을 만드는 방법이다. 이 경우 부채로 잡혀있는 보험계약이 파생상품 형태로 투자자에게 이전, 보험사들의 부채규모가 감소하게 된다. 보험사들은 신 회계기준인 IFRS17 적용을 앞둔 가운데 줄어드는 부채만큼 자본확충 부담을 덜 수 있다.
재보험사를 활용한 이 같은 방안이 국내 생명보험사의 건전성 개선에 줄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아직 구체적으로 가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보험권 부채 527조원 중 6% 이상 금리를 보장하는 확정형 고금리 부채 규모만 116조원에 달한다. 확정형 부채 전체 규모는 223조원으로 전체 부채의 절반에 가깝다.
이런 부채 구조는 당장 역마진으로 보험사 수익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IFRS17 도입 과정에서 대형 생보사들의 자본 건전성을 무너뜨릴 '독'으로 지목된다. 이 중 일정 부분의 부담을 파생상품 형태로 되팔 수 있다면 보험업계에 상당부분 도움이 될 수 있을거라는 설명이다.
국내 증권사의 경우 보험사와 똑같은 경제 환경에 놓여있기 때문에 관련 파생상품을 만들기는 힘들 것이란 평가다. 이 때문에 금리와 환율 등을 고려해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고, 이미 비슷한 상품이 활발히 거래되고 있는 유럽시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주요 채널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 일부 글로벌 IB는 관련 상품의 구조를 짜는 방안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다.
한 글로벌 IB 관계자는 “씨티를 비롯해 뮌핸리 등 글로벌 IB와 재보험사 들이 관련 상품 구조에 대해 연구 중에 있다”라며 “이미 유럽에선 이와 같은 상품이 출시 된 바 있어 금감원이 허용해준다면 상품출시에는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재보험사에 아예 확정형 고금리 상품을 넘기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재보험사가 리스크를 짊어지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형태다. 글로벌 IB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재보험사들이 참여하는 방식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두 가지 방안은 아이디어 차원이었지만, 지금은 실무차원에서 구체적인 작업이 진행 중이다. 보험사들은 자본확충 통로가 확대한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금리마저 상승하면서 IFRS17 도입에 따른 부담이 줄었다.
다만 적지 않은 '비용'이 마지막 걸림돌로 작용할 거라는 전망이다. 고금리 시절 판매한 상품에 대한 리스크를 일부 떠넘기는만큼, 재보험사에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도 만만치 않을 거란 지적이다. 보험사 입장에선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등을 활용해 자본을 늘리는 방안과 고금리 상품을 재매각해 부채 부담을 줄이는 방안의 비용 실익을 계산해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용측면에서 부담이 작지 않아 주로 대형사들이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연말께 각 보험사별로 추가 필요 자본 규모가 어느정도 계산되면 어떤 방식으로 이를 충족시킬지에 대한 고민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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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0월 30일 16:2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