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용 전지사업 '가치 평가' 두고 화두 던져
"기술적 한계로 국내 전기차용 전지산업 성장 가능성 매우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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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의 뭉칫돈이 LG화학에 몰리고 있다. 연초 20만원 중반대였던 주가가 40만원을 넘나들고 있다. 각 증권사도 앞다퉈 목표주가를 40만원대 후반, 심지어 53만원(미래에셋대우)으로 높이며 '강력 매수'를 권한다. 전기차 배터리가 반도체의 다음 먹거리로 떠오를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이 와중에 한 국내 애널리스트만이 거꾸로 '비중 축소'를 제시했다. 목표주가는 오히려 현재보다 낮은 31만원을 유지했고 “한국 2차 전지 산업의 위기”라는 리포트로 경고등까지 켰다. LG화학이 출범한 이래 첫 사례로 꼽힌다. 이충재 KTB투자증권 화학담당 애널리스트(사진)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왜 갑자기 '비중을 줄이라'고 했나?
"롯데케미칼 한 해 이익이 LG화학과 비슷하거나 때로는 더 많다. 그런데 시가총액은 겨우 13조4000억원으로 LG화학(27조원) 절반 수준이다. 결국 LG화학의 비화학 분야, 특히 배터리 사업에 약 10조원의 가치를 쳐줬다는 의미가 된다. 이를 증명하려면 좀 더 손에 잡히는 성과를 보여야 할 때라 판단했다. 그러다 보니 투자 의견이 '비중축소'(Reduce)로 나가게 됐다."
-미래에 벌 이익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것 아닌가?
"기대감은 충분히 인정한다. 그런데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10년 가까이 유의미한 실적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익을 언제 낼 수 있을지도 전망하기 어렵다. LG화학은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배터리 사업 향후 수익을 '영업이익률 한 자릿수 중반'(middle-single) 정도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저는 그 이상의 수익을 보여줘야 배터리 사업에 대한 가치 평가가 정당화된다고 본다."
-이익을 언제 낼지 모르겠다고 판단한 이유가?
"일단 소재 확보 문제다. 국내 배터리 업체 중 필수 소재 확보에 명쾌한 계획을 낸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 이들의 리튬, 코발트 등의 배터리 필수소재 자급률은 0%다. 최근 삼성SDI가 칠레 리튬 개발 프로젝트에 입찰한 게 그나마 유일하다.
반면 글로벌 경쟁사들은 소재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 폭스바겐은 세계 최대 광산업체 글렌코어, 그리고 중국 배터리사 CATL과 삼각 계약을 체결했다. 글렌코어가 코발트를 CATL에 공급하고, CATL은 폭스바겐에 전지를 납품한다. 중국은 소재 독식에 대한 욕심이 엄청나다. 매물로 등장하는 콩고의 코발트 광산 개발권 및 지분은 대부분 중국 몫이다. 중국의 코발트 시장 점유율이 무려 62%임에도 더 큰 뭉칫돈을 투입한다. 반면 국내 회사들은 소재는 외부에 의존해야 하고, 공급 면에선 글로벌 완성차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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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기술력만큼은 중국보다 낫지 않나
"어떤 기술이 앞서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기술력을 가늠하는 '단가 대비 전력 저장량' 측면에서 보면 리튬이온전지는 한계가 명확한 기술이다. 국내업체들이 내세우는 경쟁력은 빠른 시간에 많은 배터리를 생산해내는 '양산력' 정도다. 탄탄한 수익성에 기반을 둔 경쟁력이 아니라면 투자자 입장에선 좀 더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다."
-전기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다면 얘기는 달라지지 않겠나
"그 또한 아직 ‘청사진’ 수준이라 볼 수 있다. 우선 5대 글로벌 완성차업체가 자기 돈을 넣어 전기차 생산 설비를 위해 '삽을 뜬 곳'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전기차 열풍 주역인 테슬라가 생산 차질을 극복하지 못하고 양산에 실패하면 완성차 업체들이 굳이 내키지 않던 전기차 전환을 강행할까? 오히려 외신에서는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연비 규제를 풀어달라고 로비에 나섰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또 폭스바겐, 다임러 등이 전기차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입한다더라도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수혜로 이어질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완성차 업체들은 안정적인 소재(코발트 등) 수급을 제1 단계로 생각한다. 생산까지 긴 시간이 걸리는 특성상 원가가 달라지면 공급에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더구나 배터리를 대량으로 필요로하는 곳은 겨우 전 세계 5곳 정도인데 배터리 신규업체는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 배터리사들은 원자재 가격 변동분을 완성차 업체에 전가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겠다고 하지만 협상력 면에서 가능할지 의문이다."
-국내 배터리사 말고 다른 해외 업체들도 똑같이 겪는 문제 아닐까
"대응이 좀 다르다. 일본은 '전고체배터리'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이를 양산하게 되면 동일한 용량의 배터리를 만드는데 필요한 소재 투입량이 절반으로 준다. 일본 무라타는 사장이 직접 2019년까지 전고체배터리 양산하겠다고 했다. 도요타도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로는 전기차 시장을 열기엔 기술적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인식은 차분한데 기술특허량은 월등하다. 일본의 관련 특허수가 무려 133건으로 압도적이다. 미국도 40건에 달하는데 우리나라는 미국 절반 수준(20건)이다.
중국은 정부까지 참여해 관련 기업 쇼핑에 나서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일부 출자하고 중국 IT 기업들과 함께 사모펀드 'GSR Capital'를 만들었다. 이 펀드를 통해 일본 닛산 전지 계열사 AESC와 NEC의 전극 사업부를 모두 사들였다. 이 때 AESC의 기존 계약은 물론이거니와 미국, 영국, 일본 그리고 중국 내 생산 법인과 인력을 고스란히 가져갔다. 또 중국내 CATL, BYD 등 기존 업체들은 계속 증설에 나서고 있다. 한마디로 기술력 밑단에선 중국의 진입으로 경쟁이 치열해졌고, 일본과 미국은 아예 차세대 기술을 선점하려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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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0월 30일 17:20 게재]